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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Mar 12. 2023

경험의 강점은 긍정

다름을 인정하고 극복과 도전하는 것이 최선이다

아들이 대학을 들어가자 우리도 만 3년을 넘어선 기러기 생활을 이제 그만 접으려고 딸과 함께 아내가 귀국했다. 그리고 딸은 당연 국내 고등학교 1학년으로 2학기 편입을 하였다. 편입 첫날 중학교를 온전히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왔으니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빙 둘러앉아 영어책 읽어 보라 하며 많은 호기심과 관심을 가져주었다. 딸도 그리 싫지 않은 듯했다.


한 달이 지나자 학교 영어 동아리도 직접 만들어 번역일을 하며 적극적인 교우관계로 즐거워했다. 하지만 첫 번째 시험을 치르고는 시험 잘 봤다는 당당한 딸아이의 말과는 다르게 전 과목을 낙제 점수를 받았다. 아내도 딸도 모두 충격을 받았다.


한국 고등학교의 공부는 설렁설렁하면 안 된다며 다그치는 엄마의 성화와 본인의 애성으로 학원도 다니며 무척 열심히 하더니 다음 시험을 치르고는 학교에서 상장을 많이 받았다며 자랑을 한다. ‘성적향상 우수상‘ 지난번 보다 성적이 많이 향상된 학생들에게 주는 상이다. 그것도 과목별로 주기에 한 번에 여러 장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잘한다는 자신이 있다는 영어점수는 향상이 안된다. 본인도 그렇고 모두가 의아해했다.


답을 제대로 썼다고 주장하는 딸아이의 말을 듣고는 선생님과 상담을 하였다. 언어과목이다 보니 여러 가지로 대답할 수 있겠지만 교과서 내용과 틀리면 안 된다는 것이 기본이다 한다. 쇼크다, 영어 교과서를 아예 통째 암기를 해야 할 판이다.


한국의 고등학교의 공부는 입시를 위한 준비다 보니 문제 풀이에 집중을 하여야 하는 차이가 있었다. 여기에 잘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열심히 웃으며 도전을 하는 딸에게 재촉할 수 없었다. 그의 능력껏 본인은 충실하고 있으니  즐겁게 학교 생활을 맘껏 하라고 밀어주었다. 공부 외에도 대부분 중학생들로 구성된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고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는 유일하게 첼로 연주자로 참여도 하며 미국에서 하듯 즐기며 학교를 다녔다. 특이했던 것은 미국에서 특별활동 첼로연주를 하면서 자주 칭찬을 받아 정말 본인이 잘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는 중학생들보다 못한다. 대단하다. 우리 학생들은 뭐든 한다면 이 정도다. 


예상을 했지만 결국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자 대학입시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직시하고는 본인의 장래에 대한 큰 계획을 세워 서로 다짐을 받고는 엄마와 함께 미국으로 다시 가기로 결정을 하고 즐거운 자퇴를 하였다.  하지만 학기가 서로 안 맞다 보니 그 사이에 제2외국어로 중국어도 배울 겸 비용이 저렴하다고 소개받은 중국 산동대학 근처 국제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여유롭게 공부하며 중국어 HSK자격증도 받고, GED도 패스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든든한 한국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우정도 계속 꼭꼭 챙기며 큰 계획에 따라 미국 산타바바라 대학에서 공부할 준비를 마쳤다. 그래서 학년 손실 없이 한국 고등학교 친구들과 똑같이 그해에 대학을 가게 되었다. 


결과론적이지만 나중 미국대학 UCLA 통계학과로 편입할 때와 취업을 할 때 한국 고등학교 와 중국에서 또 미국에서 공부했던 다양한 경험이 큰 장점으로 부각되었다. 결국 긍정으로 굴하지 않고 부딪히며 이겨낸 경험들이 미국 사회의 성공적 정착에 큰 힘이 되었다. 


학창 시절에는 무엇이든  쓸모없는 경험은 아무것도 없다. 정해진 틀 속에서의 최고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많이 부딪혀 나가는 기회를 갖는 것도 학생의 자세라는 것을 나중에 절실히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실패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 조차 긍정으로 극복하여 나가면서 얻어지는 다양한 삶의 길을 체험적으로 깨닫고 나면 미국대학뿐 아니라 미국사회 정착에 그런 것이 아이에게 큰 힘이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만일 어떤 동기로든 유학을 시도했다면 설령 그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다 해도 처음 시작한 의도대로  끝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 차이나 다른 갈등 때문이라는 조그만 불만으로 실패를 치부할 수는 없다. 그리고 과정에서는 실패란 없다. 개인의 인생이 달려있기에 설령 돌아가더라도 도전은 끝까지 해야만 한다. 이미 그는 유연한 생각과 마음을 배웠을 터이니 그런 정도의 도전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정해진 막다른 골목으로 몰지만 안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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