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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Mar 10. 2024

노골적인 만남이 있다

경조사를 찾아가는 의미가 다르다

토요일 오후 서울로 갈 채비를 한다. 오후 5시 30분 고교동창 아들 결혼식이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예식장 잡기도 힘들다던데 이렇게 오후 늦게 결혼식도 하는구나 생각하며 점심 먹고 여유 있게 M버스를 타러 나선다. 나의 서울 루틴은 강남역으로 가는 M버스를 탈 경우에는 시간적 여유를 챙겨 꼭 교보문고에 들린다 그냥 책구경 사람구경 하는 것이 좋다. 마침 매장 안에 긴 줄이 눈에 띄어 가보니 북사인회 이벤트를 하고 있다. 젊은 작가인 듯 가벼운 옷차림에 계속 서서 티 파티 손님을 맞이하듯 한다. 순서가 된 분이 기쁜 마음에 들어서면 길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난 듯 서서 한참 스몰 토크를 하다가 사인을 하고 사진을 찍고 또 다음 독자를 만나고 있다. 보통 책 사인회 가보면 의자에 앉아서 책에다 사인해 주느라 얼굴 쳐다볼 틈도 없이 바쁘던데 이분은 좀 다르다 무슨 영어책을 쓰신 분인 것 같던데 재미있다.


이렇듯 우리가 저자 사인회에 가면 책이 주인이냐 사람이 주인이냐 헷갈리기도 한다. 그 책이 좋아 저자 사인까지 남겨 지니려는 마음과 책보다는 저자에 관심이 많아 더 많은 컨택을 원하는 경우가 있다. 


결혼식장에 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젊어서 당사자일 경우에는 그 사람을 직접 만나 축하와 격려로 추억의 한 장에 같이 서기를 원한다. 하지만 나이를 들어 자식들의 결혼 식장에 갈 때면 그 당사자보다는 찾아오는 지인들을 보기를 좋아한다. 지난 추억을 되새기고 또 더러는 잊힌 반가운 사람을 그곳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장례식장은 더더욱 그렇다. 추억이 남아있는 공통점에서 그 끈을 다시 찾아 이으려는 마음이 앞서는 장소들이다. 어찌 되었든 감사할 일이다.


조금 일찍 들어가서 접수를 하고 나니 멀리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다가가서 악수를 나누며 웃고 있는데 옆에 정말 오랜만에 보는 친구가 있다. 비명을 지를 뻔했다. 부둥켜안고 반가워하니 죽 늘어선 사람들이 다 동창들이란다. 잘 몰라도 함께 악수를 나눈다. 더러는 이름을 불러주는 친구도 있다. 한참을 서로의 안부를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우다 보니 그제야 신랑 아버지가 나온다 축하와 사진을 찍고는 마무리를 하고 돌아 나왔다. 다시 집으로 오기가 바빠 식사를 생략하고 나왔다. 이러고 보니 축하는 당연 하지만 지인들을 보러 가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장례식장은 아예 노골적이다. 대놓고 사람 만나러 간다고도 볼 수 있다. 이해관계가 얽히사람, 오랜만에 보는 사람, 찾고 싶었던 지인소식등 아무리 SNS 시대라고 해도 이곳 아니면 알기 어렵다. 또한 아직 나는 건재하고 잘 살고 있다고 알리는 장이기도 하다.


오는 버스 안에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나이를 먹고 바라보니 경조사의 의미가 조금 달리 다가온다. 

예전부터 경조사 참여를 갚는다고 표현들을 했다. 품앗이의 일종으로 서로 십시일반 도와주는 것이 앞섰다. 하지만 결혼식만 보더라도 식장에 따라 다르지만 식사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얼마를 부조해야 하는지 고민될 때가 있다. 이제는 서로 부담되는 자리가 되고 있다. 그래서 요즈음 세대들은 스몰웨딩이니 하면서 특별한 지인들만 초대하는 가벼운 서구의 초대장 문화가 점점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세를 과시하며 거한 식장을 들썩거리는 모습보다 진정한 축하가 중심에서는 결혼식장이 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조사에서는 다르다. 장례식에서의 만남에 장이 활짝 열려있다. 여기에는 대놓고 만남이 목적이라도 좋다. 지인들의 안부와 소식을 쉽게 나눌 수 있는 아주 좋은 곳이다. 많이들 찾아가자 또 당사자는 지인들로 위로받는 곳이기에 서로에게 좋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노골적인 만남을 위해서라도 찾아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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