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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절대로 시골에서 여생을 보내지 마세요.

by Zarephath

우리 집의 정원은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아 야생 그대로의 정원이다. 갖가지 예쁜 꽃들이 있고 멋진 나무들도 있지만 무시무시한 뱀들도 산다. 처음 시골 살이를 시작하고 정원 달린 집을 구할 땐 그냥 정원만 있으면 알아서 예쁘게 유지될 줄 알았다. 관리라는 것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한몇 년 지나니 여기가 정원인지 야생 숲인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집을 파는 사람이 붙은 농지도 같이 사야 한다고 해서 까짓 거 별로 비싸지도 않은 것 하우스 두 동을 같이 사버렸다. 정말 멍청한 짓이었다. 농지는 농사를 짓지 않으면 관리가 되지 않았다. 결국 하우스 두 동을 허물고 대신 농사 지어줄 사람을 구해 농지를 유지했다. 어느 날은 집에 문을 열자 똬리를 틀고 있는 뱀 한 마리를 보고는 기겁을 해서 문을 닫은 적도 있고 농지에는 한 번씩 고라니가 내려와 수확물들을 뜯어먹고 가기도 한다. 가장 곤란한 점은 도시에서 아파트에 살 때는 집에 문제가 생기면 관리실에 연락만 하면 와서 다 고쳐주곤 했는데, 시골집은 어지간한 것은 다 직접 수리해야 하고 조금만 기술이 필요한 일들은 업체 사람을 불러야 하는데 출장비만 기본 5만 원 이상이 든다는 것이다. 전기가 나가거나 수도라도 토지면 이건 완전 대형 사고다. 근처 시내의 업체에 연락해서 출장을 부탁해야만 해결 가능하다.

보통 도시에서 한참 때를 보내고 늙어서 시골에서 여유롭게 여생을 보내려는 사람들을 보는데, 극구 말리고 싶다. 도시가 편하다. 그리고 도시에서 살아온 사람은 도시에서 밖에 살 수가 없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늘그막에 시골에서 여생을 즐기는 로망이 있는 사람들은 제발 그 로망을 버리시길. 그냥 사시던 곳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시기를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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