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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rephath Sep 18. 2024

지고지순한 불륜

11시다. 그가 오지 않는다. 먼저 자기에도, 안 자고 기다리기에도 애매한 시간이다. 안 자고 기다린다 한들, 간단히 식사하고 나면 난또 외로움에 치를 떨어야 한다. 벌써 몇 달 째다. 근무 부서를 바꿔서 그렇다고 어설픈 거짓말을 했지만 여자의 직감으로 알수 있다. 이 남자 다른 여자가 생긴것이다.

다른 여자의 집에서. 저녁먹고 사랑을 나누고 들어오는 그를 보면 죽여버리고 싶다. 그러나 항상 웃는 얼굴로 맞으며 그를 따듯이 환대한다. 술이라되 취해있을 때에는 내 어깨라도 만지고 들어오지만 맨정신일 때는 그조차도 없다. 소파에 털썩 앉아 피곤하가며 목욕물 받아 달라는 그에게 난 다른 여자의 향수 냄새를 맡으며 시녀처럼 목욕물을 받아 준다. 이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 그를 사랑한다. 사랑하기에 그 모든 굴욕을 참고 그에게 웃어주는 것이다.

한번은 그를 미행한 적이 있다. 퇴근시간은 의외로 빨랐다. 퇴근후 그가 가는곳은 어느 여자의 작은빌라. 거기서 그들의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밥먹고, 섹스하고, 목욕하고, 장난치고… 참을 수가 없었다.  다른 여자의 공간에서 나에게는 결코 보여주지 않는 웃는 얼굴을 보여주며 행복해할 그가 죽이도록 미웠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다. 나 또한 그의 부인이 아닌 것이다. 부인이 아닌 여자가 가질 수 있는 권리는 안아줄때 안길 권리, 키스할때 입술을 내 줄 권리, 섹스힐 때 온 몸으로 봉사할 권리 뿐이다. 물론 사실혼 제도가 있지만 법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돌아오기만을 바랬지 법적 권한을 주장할 생각은 없었다.

미행을 다녀온 후에고 그 사실을 알리 없는 남자는 11시가 되자 떳떳이 들어왔다. 그 날은 좀 달랐다. ‘다른 여자가 생겼어’제발 이 말만은 하지 않기를 바랬던 그 말을 그는 스스럼 없이 꺼냈다.‘나 다른 여자가 생겼다구.’ 여자가 반응이 없자 남자가 한번더 말한다.’,,,그래서요?‘’그래서요라니, 이제 여기 안 온단 뜻이야‘’그래요? 그럼 우린 아무 사이가 아닌게 되나요?‘’,,,음 그렇지.우린 애초부터 그런 사이였잖아. ‘뭐라구요? 애초부터 그런 사이요? 당신이 나를 만나 달라고 몇년을 쫓아다닌 건 뭔데요? 겨우 만나 줬더니 같이 살자고 해서 같이 산 세월은 뭔데요?‘거의 절규에 가까운 여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음, 음 원래 남자가 여자 꼬실 때는 다 그런 거야.몰라서 물어?‘’사모님은요, 사모님은 이 사실을 알고있나요?‘’그여자 얘기는  뭐하러 해? 어차피 나한테 관심도 없는 여자인데.‘’알리겠어요.당신의 그 동안의 불륜, 직장이건 어디건 모두 알릴 거예요. ‘직장은 모르겠지만 집사람은 눈도 깜짝 안할 걸? 알잖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는 그를 괴롭히는 어떤 행동도 햐지 않았다. 그의 불행이 곧 그녀의 불행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녀는 짐을 쌌다. 그리고 그를 떠났다.

이렇게 이 세상의 불륜이 또 하나 막을 내린다.

지고지순한 사랑에게 사랑을,

뻔뻔한 불륜남에게 저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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