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레놀이 없다. 다른 진통제들을 부작용이 있어 그나마 먹고 있는 약이 타이레놀이었는데, 타이레놀 없다. 나는 통증 속에 살고 있다. 비틀비틀 넘어지는 병에 걸려 여러 번 넘어진 덕에 척추가 다 부러져 버렸다. 허리가 아파 죽는다. 천근추를 허리에 매달아 놓은 것 같다. 하지만 아픈 데는 방법이 없다. 약도 소용이 없다. 마약류 진통제를 먹어도 아픈 건 마찬가지다. 통증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라곤 우는 것, 아내의 품에 안기는 것이 다이다.
언젠가부터 아내의 품에서 향수 냄새가 났다. 남자 향수다. 내 허리가 이 모양이니 아내고 많이 외로웠겠지. 요즘 납자친구 없는 유부녀는 없다던가? 그 또한 아내를 위해 해 줘야 하는 일이라면 충분히 도와줄 의향이 있다. 아내가 남자친구가 있어서 더 활기를 찾고 날 더 잘 돌봐준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아~ 그래도 내 허리가 튼튼하던 시절이 그립다. 애를 셋이나 나았으니 남자로서의 내 의무는 다 한 것인가? 의무는 의무이고 여전히 아내의 육체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아내의 남자친구를 인정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내가 못해주는 것을 그 누군가가 해 준다면 감사할 일이지. 식욕 다음이 성욕이라 했던가. 나랑 살아서 그 중요한 욕구가 충족이 안된다면 다른 곳에서나마 충족시켜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허리가 도저히 나을 기미가 안 보인다. 점점 더 아파온다. 아내도 나의 아픔을 위로만 했지 진심으로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 같지는 않다. 아무리 그래도 두 남자를 동시에 받을 수는 없지 않을까? 부실한 내가 회복되느니 젊고 팔팔한 어느 청년의 허리가 아내에겐 더 필요할 것이다.
얼핏 그 남자로 추정되는 남자를 본 적이 있다. 마트에 뭐 사러 갔다가 우리 아내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건장한 남자를 본 적이 있다. 내가 보기에도 내가 왜소해 보이더라. 다만 그 남자가 착한 남자이길 바랄 뿐이고 선을 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선을 넘어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나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나에겐 남는 것이 없게 되는 것이다. 이 상채라도, 현상이라도 유지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내 아내의 남자친구여, 제발 건강하시고 내 아내를 다치게는 하지 마시오. 부탁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