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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는 마음 Jun 30. 2022

잊혀진 자들의 전쟁-7.미지와의 조우 2

군 전투기의 경고 무전에도 아무 반응이 없는 우주선은 미동도 없이 하늘에 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텔레파시처럼 모든 사람들의 머리에 직접적으로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고막의 진동을 통한 소리가 아니라 머리로 바로 이해되는 메시지였다.

 


“지구인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우리는 여러분을 해치러 여기 온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과 우호적인 교류를 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리고 도움을 주고받기 위해 왔습니다. 우리는 선진적인 과학기술을 전하고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것입니다. 두려워 마십시오. 우리는 순수하게 평화적인 목적을 가지고 이 지구에 왔습니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꽤 감격적인 조우 아닌가? 인류 최초로 외계의 생명체와 만나는 순간이 드디어 온 것인가?

 


“저희는 여러분이 마음의 준비를 하실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일주일 뒤 다시 오겠습니다. 일주일 뒤 어떻게 다시 만날지는 여러분의 지도자들에게 먼저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원반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치 신기루처럼 홀연히 사라진 것이다.


 

일주일 동안 지구는 이 전대미문의 사건을 두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각종 매스컴은 외계인들의 저의를 분석하겠다고 패널들을 모아놓고 열띤 토론을 했다. 사이비 종교들은 최후의 심판의 날이 왔다고 선동하며 신자를 끌어모으기에 바빴다. 외계인들이 평화를 위해 왔다고 전한 메시지는 안중에도 없었다. 



오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대중을 기만하는 사이비 종교의 행태는 외계인의 등장과 함께 절정에 달했다. 종말이 왔으니 빨리 천국을 향한 줄을 서야 했다. 천국으로 가는 열차가 곧 출발한다. 빨리 타지 않으면 안타깝지만 지구와 함께 멸망하리라고 위협을 하였다.



이에 반해 기성 종교들은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외계인이라는 존재를 기존의 종교 교리로 포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경전에 없는 존재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연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기성 종교들은 외계인 존재의 파급력이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하며 대중들에게 침착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라는 메시지 이외에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대중들은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인 마음으로 일주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주일 뒤 외계인들이 지구 각국의 대표들을 공식적으로 만나기로 한 날이 다가왔다. 외계인들은 국가의 대표인 대통령이나 수상을 만나고 싶어 했지만 이는 거절되었다. 국가 정상에 대한 외계인들의 불시의 공격이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일부 국가에서는 정보기관이나 군의 인사들이 정상들을 대신해서 외계인을 만나기로 하였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군의 보호 아래 부통령이나 부총리 등으로 이루어진 대표단이 먼저 외계인과 조우하기로 결정되었다.  



최초로 외계인과 접촉하는 역사적 사건에서 일부 정치인들은 용기를 내어 전면에 나서고 싶어 했다. 외계인과의 접촉에서 인간을 대표해 나서는 것은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할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정치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해볼 만한 도전이었다. 한국의 경우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무총리를 위시한 사절단이 외계인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당일 미디어의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전 인류가 최초로 외계의 생명체를 만나는 이 초유의 사건에 사람들의 이목은 집중되었다. 방송사의 카메라들은 우주선이 나타날 푸른 하늘을 인내심 있게 살피고 있었고 사람들은 예정된 오전 10시가 가까워지자 일손을 놓고 TV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드디어 오전 10시가 되자 거대한 원반의 우주선이 국회의사당 위로 그림자를 드리웠고 잠시 후에 지상으로 한줄기 거대한 빛이 내려왔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한 무리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카메라는 일제히 그림자를 향했고 빛 속에서 걸어 나오는 외계인들의 모습은 놀랍게도 너무나 보통 인간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겉보기에 지구인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고 심지어 인종도 한국인과 별반 차이 없는 동양인이었다. (후에 확인되길 다른 나라의 외계인 사절단들도 각각 그 나라의 인종과 같은 모습의 외계인들이 나타났다고 한다.) 



다만 10여 명의 외계인들은 남성과 여성이 섞여 있었는데 모두 비교적 날씬한 체형에 외모가 준수했다. 오히려 20대에서 40대의 너무 반듯한 선남선녀들로 이루어져 있고 게다가 멋진 목소리로 이야기하니 그 나름의 비현실적인 느낌이 있었다. 그들의 훌륭한 외모가 선발된 인원이라서인지, 월등히 앞선 과학 문명 발달의 결과인지, 아니면 나름의 또 다른 비결이 있는지가 화면을 보는 대부분 여성 시청자들의 갑작스러운 관심거리가 되었다.

 


그중 한 미중년의 남성 외계인이 말했다.



“저희는 50만 광년 이상 떨어진 은하계에서 왔습니다. 저희는 어떠한 적의도 여러분께 품고 있지 않습니다. 여태까지는 여러분에게 텔레파시를 통하여 여러분의 뇌에 직접 말했지만, 여러분의 말하는 방식을 존중하여 앞으로는 가능하면 이렇게 성대를 사용하여 말하겠습니다. 저희의 별은 저희의 실수로 더 이상 살 수 없는 별이 되었습니다. 저희의 어리석음과 탐욕으로 저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세상을 파괴하여 지옥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우리 소수가 살길을 찾아 우주를 떠돌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살 수 있는 조건을 가진 별을 찾는 것은 너무나 힘겹고 기나긴 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드디어 지구라는 별을 찾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저희를 내치지 않고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받아주신다면 앞으로 여러분에게 저희의 진보한 과학 문명을 전하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또한 지구인들이 저희 같은 실수를 반복하여 스스로의 터전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돕겠습니다.”



이에 국무총리는 화답했다.



“우리 한국인들은 여러분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지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국인을 비롯한 지구인들은 그들의 겸손하고 친절한 말에 감동했고 외계인을 잠재적 위협으로 보던 일부 여론은 급격히 힘을 잃었다. 그들의 준수한 외모도 한몫했다. 외모지상주의의 시대적 분위기는 외계인의 편이었다. 

 


전 세계는 두 팔 벌려 외계인 난민을 받아들였다. 지구인과 다름없는 그들의 외모는 외계의 생명체에 대한 두려움과 적개심을 쉽게 없애는 데 한몫했다. 그들은 지구인과 똑같이 백인종, 황인종, 흑인종 등 여러 인종으로 구성되었으나 어린아이와 노인이 없었다. 지구인들이 이를 이상히 여겨 왜 어린이와 노인이 없냐고 물으니 외계인들은 어린이와 노인은 빠른 속도의 우주여행이 주는 신체적 압박을 견디기 어렵다며 그들은 냉동 수면 상태에서 좀 더 느리게 우주선으로 이동해서 오기 때문에 몇십 년 뒤나 지구에 도착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외계인이 혹시나 들여올지 모르는 바이러스 등의 검사에서도 별다른 위협은 발견되지 않았다. 외계인들이 자신을 외계인이라고 소개하지 않는다면 지구인이라 해도 무방할 상황이었다. 

 


빠른 속도로 외계인들은 지구인 사이에 융화되어 갔다. 외계인들은 지구의 각종 최첨단 연구소 등에 배치되어 기술 자문을 해주기 시작했고 정치인들이나 각료들도 외계인들의 자문을 구하기 시작했다. 외계인들에 대한 열렬한 환영은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50만 광년을 건너온 과학기술에 대한 경외감이 첫 번째 이유였고 자신들이 살던 별을 멸망시키고 겨우 살아남은 외계인들로부터 똑같은 비극을 재현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교훈을 얻으려는 열망이 또 하나의 이유였다. 지구인들은 외계인의 지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려 하였다. 각종 정재계의 주요 행사에 외계인이 초대받는 경우가 점점 빈번해졌다. 외계인들은 지구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듯 보였다.

 


그리고 몇 개월이 흘렀다.

 


나균은 집에서 침대에 기대어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정처 없이 채널을 넘기며 혹시나 엘프스나 빈스의 방송을 찾고 있었다. 웬만한 그들의 유튜브 동영상은 이미 다 보았는지라 TV 채널을 탐색하며 최신 방송분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뉴스 채널에서 김대영 국무총리의 인터뷰 장면이 나왔다. 



최근 이슈가 되는 외계인에 대한 논란에 관한 인터뷰였다. 많은 사람들은 외계인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으나 소수의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었다. 그들이 아이나 노인을 같이 데리고 오지 않은 이유가 일단 석연치 않았다. 게다가 자기가 살던 별을 멸망시킨 외계인이 지구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이 있냐는 논리도 등장했다. 어쨌든 인류는 아직 그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고 미지의 것은 두려움을 낳는 법이었다. 

 


외계인들이 실제로는 지구를 정복하러 왔다는 의심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의혹을 인터넷에 퍼 날랐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구인들은 그러한 의혹들은 음모이론에 지나지 않는 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김대영 국무총리는 외계인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생각을 피력했다. 앞으로 그들이 불러올 첨단 과학에 의한 진보와 그로 인한 번영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그 순간 나균에게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다. 국무총리의 얼굴 일부가 짙은 녹색의 피부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다시 금세 원래의 피부로 되돌아갔다. 너무 순식간이라 방송 사고인가 생각하기도 했으나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지나치게 생생한 느낌이었다.


 

‘착각인가? 그런데 착각치곤 너무 생생했었는데.. 그러고 보니 주차장에서 습격한 괴한들도 녹색 피부를 드러내었던 것 같은데.. 어째서 국무총리 얼굴에 저런 것이 보였을까?  뭔가 관계가 있을까?’



나균의 마음속에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더 이상 알 도리가 없었다. 더 파고들 정도의 실마리는 없었기에 나균은 일단 이 일을 잠시 묻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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