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 늦깎이 임산부 이야기
직장 생활 15년 차, 이런 게 번아웃일까.
몸이 말을 듣질 않는다.
머리가 묵직하고, 아침에 들었던 말은 점심시간이면 까마득하게 잊어버린다.
신규 때도 하지 않던 실수를 연발했다.
사회초년생 때 겪던 가슴 두근거림이 생겼다.
내 나이, 42세
약봉투 나이로 40세가 되었다.
나를 마냥 어리게만 보았던 약봉투마저도 어른으로 인정했다. 괜히 나를 보살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짠한 마음과 함께.
동료들은 저마다의 병으로 나를 진단했다.
어떤 날은 갑상선
또 어떤 날은 당뇨
또 어떤 날은 유방.... 자궁.. 심장
가족력까지도 추적해야 했다.
추천병원 리스트가 쏟아졌다.
코딱지만 한 도시에도 명의가 많았구나.
언젠가 한 번은 들를 곳인 것만 같아 서글펐다.
가장 표가 많은 갑상선 병원으로 정했다.
엄마가 앓았던 병이기도 했다.
최대한 뒷날짜로 병원 예약을 미뤄두고 식이요법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날다람쥐 같은 나와 동갑인 동료가 귓속말을 해왔다.
"흑염소 세 마리. "
누군가 들을새라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게 왠지 더 신뢰가 갔다. 흑염소즙 30일분도 덜컥 주문했다.
도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나는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까.
꿈에도 몰랐다.
수많은 추천 병원 리스트에 빠져있는 하나의 병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