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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온쌤 Aug 09. 2024

자녀가 없어서 모를 거예요.

42세 늦깎이 임산부 이야기

"아이가 몇 살이에요?"



40대가 되면서 중학생 아이들이 건네는 질문이 바꼈다. 있는 대로 말했다가 그들의 안타까운 눈빛을 경험하고는, 가상의 자녀를 키웠다. 그것도 둘씩이나. 순수한 영혼들은 나닮아 키가 클 거라며 부러워했다. 양심에 찔렸지만 구구절절 설명하는 거 보단 나았다.  



나는 15년 차 중학교 교사다.



"선생님은 아직 애를 안 키워봐서 모를 거예요."



언젠가 학부모님께 애를 안 키워봐서 잘 모를 거라는 말을 들은 뒤론 오기로라도 아이들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상담도 배웠다. 덕분에 나를 좋아해 주는 제자들로 자녀 키우는 보람을 조금이나마 느꼈다. 덩달아 가상의 자녀도 잘 키워나갔다.




며칠 전 사춘기가 심하게 온 졸업생 학부모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등학생 자녀를 어떻게 키우고 계시냐며. 너무 힘드시다고. 당황했지만 고등학교 근무 경험을 떠올리며 말씀드렸다. 그러면서도 가상의 자녀를 만들어낸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런 나에게 아이가 생겼다.

가상이 아닌 진짜다.







일주일에 한 번 조퇴를 하려면 학교에 알려야 한다. 늦은 나이에 임신을 알리는 마음이 참 민망했다.



"축하해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다녀도 되는 거예요?"



나만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나. 교감 선생님과 부장님은 당장 병가를 권유하셨다. 의사 선생님부터 학교 관리자와 동료들까지. 온 우주가 아기를 돕는 듯했다.



어차피 돌아오게 될 수도 있는데, 병가를 들어가는 게 주저됐다. 두 번의 유산 경험은 나를 너무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15년 가까이 늘 다니던 직장을 쉰다는 것이 상상이 되질 않았다.







자식같은 제자에게 받은 졸업식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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