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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Jul 03. 2024

타인을 돌보지 않는 사회

[목숨 하트 하나를 사용해버린 아저씨의 푸념]


사회에 정 떨어진다. 의리있는 사람에게 잘하자.


주로 쓰던 오른팔의 골절로 우울한 나날에 우울함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팔이 없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여기저기 물어도 뼈가 붙어도 팔을 예전처럼 쓸 수 없다는 답변 뿐입니다. 한숨이 나옵니다. 너무 크게 다쳤고 다친부위도 좋지 못했다고 합니다. 다친 것도 서러운데 팔을 예전처럼 쓸 수 없는 기능 장애라니 참 속상합니다. 실수로 껍질이 깨져서 곧 상해버릴 계란과 같은 처지입니다.



죽을 뻔한 위기를 넘어 개인 휴가를 탈탈털어 큰 수술을 하고 휴가가 없어 출근해서 일까지 하는 모습이 서럽게 느껴집니다. 그놈의 돈이 뭔지 죽음의 위기를 겪고 나왔지만 돈이 더 무섭다는 생각을 합니다. 돈을 계속 벌어야 하니까 손가락 다섯개는 살려준 느낌입니다. 뭐, 좋아요. 어차피 세상 누구에게 기대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엑스레이에 보이는 상어가 물어 뜯는 것처럼 뜯겨져나간 팔은 붙을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수술한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았지만 답답한 마음에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다른 병원도 갔습니다. 눈치없는 의사는 자기가 수술했으면 뼈가 붙어도 장애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는데 수술하면서 그런 말 못들었냐고 합니다. 못들었습니다. 수술해준 의사는 젊어서 괜찮을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 젊은 나이는 아닙니다. 조금 늙었지만 좋게 이야기해준 의사가 생각났습니다. 수술하고 4주가 지나면 팔이 꾸덕꾸덕해진다고 했습니다. 걱정이 밀려 옵니다. 이 참에 왼손잡이로 바꿔볼 생각도 있지만 안쓰던 팔이라 어색합니다. 어떻게 의학이 발전해서 암도 정복하는 시대에 뼈를 1mm도 붙이지 못한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아마 돈이 안되니 의학이 발전하지 못했겠죠. 자본주의는 돈이 되는 의학이 발전합니다.


팔에 심어놓은 철로된 쇠말뚝과 나사가 욱씬욱씬 아픕니다. 한 달 가까이 씻지 못한 팔은 가려워 죽겠습니다. 손톱으로 긁다보니 가려움도 잠시 상처가 납니다. 눈에 띄게 빨간 피부가 벗겨진 부위와 인위적으로 칼로 절개하여 수술한 부위가 비교 됩니다. 약을 바르지만 팔은 누리끼리한 것이 좀비 팔이 된 것 같습니다. 신경이 살아 있는 것이 기적입니다.  


사회에 배려는 없습니다. 여전히 일은 많고 아무도 내 일을 도와주지 않습니다. 오른팔에 마비가 왔더라면 대역죄인으로 해고라도 당했을지도 모릅니다. 다쳐보니 더 싫은 것은 앞에서 위하는 척하면서 아무것도 해주지 않고 이용만하는 사람이 더 싫다는 것입니다. 역시 그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 역시가 정답입니다. 챙겨주고 배려해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갑자기 제가 사람을 좀 잘 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망상이죠. 만나는 사람마다 어쩌다 다쳤는지 괜찮은지 물어봅니다. 한 100번은 말한 것 같아요. 말할수록 왜 다쳤는지 핵심만 빠르고 간단하게 설명을 더 잘하는 모습을 봅니다. 괜찮지 않다는 말도 합니다. 어차피 대부분은 저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오래 착용해야 하는 끔찍한 보조기와 깁스 그리고 붕대  아물지 않은 무시무시한 흉터가 있는데도 사람들은 팔을 마구 치고 갑니다. 버스를 타기도 힘듭니다. 당분간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 스치기만해도 아픈 팔을 마구 치고 갑니다. 건드릴 때마다 악 소리를 질러도 제대로 사과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완벽한 타인입니다. 다치고 나니 여러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언제든 크게 다쳐 삶이 바뀔 수 있구나, 그리고 다친 사람을 배려해주는 사람이 지극히 드물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다치기 전에 몰랐는데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생각햇습니다. 다닥다닥 붙은 건물에 울퉁불퉁한 인도에 전동킥보드와 자전거까지 악당입니다. 솔직히 사람다니라고 만든 길에 걸어다니는 사람을 위협하는 악당이 맞습니다. 수술한 상태에서 다시 한 번 팔을 다친다면 평생 한 쪽 팔은 쓸 수 없습니다. 앞으로 더욱 조심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진짜 괜찮은 사람인지 고민했습니다.무뚝뚝하고 불친절하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는 적절히 도와주는 사람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 힘든 것만 해결되면 나몰라라 하는 사람이 아닌 진심으로 신뢰가 가는 사람이지요. 동네에 불친절한 이비인후과가 있습니다. 저는 그곳을 자주가는 편입니다. 약을 참 잘 지어줘서 그곳에서 진료만 보면 약이 참 잘들었습니다. 무뚝뚝하지만 환자에게 진심으로 조언을 해줍니다. 의사를 흉보는 사람과 몇 번이나 마주쳤습니다. 모두 다른 얼굴로 비슷하게 의사가 무뚝뚝하고 불친절하다는 내용입니다. 


환절기에 애들이 자주 오면 애들을 위한 비타민이라도 줘야 하는데 서비스가 별로라고 합니다. 그런 흉에도 불구하고 장사가 엄청 잘됩니다. 사람이 많아 진료도 한참 기다려야 합니다. 항상 약을 지어줄때도 성분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고 졸릴 수 있다고 운전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필요한 곳에 반드시 있고 손을 내미는 사람 그런 사람만 주위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친절하지 않아도 됩니다. 앞으로 저라도 타인을 더욱 보살피는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P.S. 따스함을 건네준 지인들에게 감사한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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