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농부네 마당
찌는듯한 무더위와 모기떼와 싸워가며 따온 빨간고추를 내어 널면서
처음 이곳으로 이사왔던 그때가 문득 생각나 혼자서 빙그시 웃게 된다.
시골같은 정치가 좋아서 자리 잡고 마당에 텃밭을 일구고 고추,상추,가지,호박,토마토까지 심어놓고 아침마다 나와서 들여다보는 재미가 얼마나 크던지~
봄날의 땅은 어머니 품처럼 부드럽고 모든것을 다내어 주는듯 씨앗을 뿌리면 쑥쑥 자라게 해 주었었고 더운 여름날의 새벽은 살기위하여 땅을 움켜잡고 놓지 않으려는 풀과 씨름을 하면서도 그 싱그러움에 이끌려 출근하기 전까지 풀섶에서 보내고 했었다.
작은 마당가 텃밭 가장자리에는 참외가 주렁주렁 노란 향기를 토하며 널브러져 있고 토마토는 빵빵한 몸매로 농염하게 자태를 뽐내는가하면 땅에 닿을듯 말듯 머리를 느려뜨린 자색 가지는 부드럽고 매끈한 자태를 과시하며 경쟁하듯 열어 주었다.
울타리를 제집인양 올라탄 호박잎은 넓은 잎사귀로 바람을 잡고 하늘에라도 오르려는듯 허공을 잡고 너울거렸고
대나무로 만든 지지대 등에 주렁주렁 매달인 오이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게 쭉쭉 늘어나고 수줍게 웃는 노오란 오이꽃 아래엔 향기롭고 상큼한 조선의 허브 방아가 보라색 작은 꽃잎을 달았다.
고개를 들면 사과나무에는 배꼽을 내어놓은 초록의 사과가 어린아이처럼 떼쓰듯 가지를 잡고 늘어지고 넓직한 잎사귀에 몸을 숨긴 청포도는 알알이 탐스러운 달콤함을 채워갔었다.
지금은 잔디들로 채워져 여름내 머리를 다듬어줘야 하지만 그 사랑스럽던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작은 채소마을 친구들이 아쉬울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