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한 ‘우물 안 개구리’

by 심지훈

1.

라온아, 어떤 말은 네가 이미 알고 있지만 인지를 못해서 모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


넌 이미 “우물 안 개구리”의 뜻을 알고 있어.


엊그제 네가 말했지.


“아빠, 왜 경주 할머니집 앞 놀이터에는 짚라인이 있는데 우리 아파트 놀이터에는 짚라인이 없어. 높은 미끄럼틀만 있잖아.”


“놀이기구는 놀이터마다 다 달라. 김천 할머니집 가서 초등학교 놀이터를 가면 거긴 또 다른 놀이기구가 있잖아.”


“응. 그렇네.”


“그럼 이렇게 생각해 보자. 우리가 경주에서 사는데 대전 할머니집에 한 번씩 놀러 왔어. 그럼 이렇게 말할 수도 있잖아. ‘어, 할머니집에는 높은 미끄럼틀이 있는데 왜 우리집에는 없지?’”


“응.”


“그런 것처럼 놀이터라고 해서 무조건 짚라인이 있는 건 아니야. 그리고 우리 아파트 놀이터도 이제 높은 미끄럼틀이 없어졌어. 이번에 공사를 하면서 아주 높은 봉이 있고 그 봉에 거미줄처럼 줄이 얼키설키 연결돼 있어. 멀리서 보면 트리 같아. 그런 줄타기 기구가 유아용, 어린이용 두 개 새로 생겼더라고.”


“그래?”


2.

라온아, 라똥이라는 친구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라똥이는 대전에 사는데, 안타깝게도 친할머니도 외할머니도 모두 일찍 돌아가셨어. 그래서 경주도 김천도 갈 일이 없었지. 라똥이는 만날 아파트 놀이터의 높다란 미끄럼틀에서만 놀았어. 라똥이는 이 미끄럼틀을 무척 좋아하고 사랑했지.


라똥이는 땀을 뻘뻘 흘리며 놀다가 생각했어.


‘세상 놀이터에는 높다란 미끄럼틀뿐일 거야. 이렇게 재미있는 놀이기구가 다른 놀이터에 없다면 참 끔찍할 거야.’


그렇게 라똥이는 일곱 살, 여덟 살, 아홉 살, 열 살이 됐어.


그러던 어느 날 라똥이가 경주에 사는 아빠 친구의 집들이를 가게 됐어. 라똥이는 거기도 놀이터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아빠를 따라 흔쾌히 나섰지.


그런데 경주에 도착해서 놀이터를 본 순간, 라똥이는 앙앙 울기 시작했어.


아빠는 당황해서 눈이 휘둥그레졌지.


“왜 그래 라똥아?”


“여긴 높은 미끄럼틀이 없잖아. 앙앙앙!”


아빠는 설핏 웃음이 터져 나왔어.


“아빠! 내가 이렇게 슬퍼하는데 웃음이 나와.”


“아아, 라똥아, 미안해. 대신 여긴 짚라인이 있네.”


“짚라인? 그게 뭐야.”


“저기 좀 봐. 친구들이 저쪽에서 이쪽으로 쟁반 같은 의자에 앉아 줄을 잡고 신나게 날아오잖아. 저게 짚라인이야. 얼마나 재미있으면 저기만 저렇게 줄이 길겠어. 라똥이도 한번 도전해 볼까?”


“엥? 근데 놀이터에는 높은 미끄럼틀만 있는 게 아니었어?”


“그럼, 세상에는 다양한 놀이기구가 있단다. 그림책에서도 봤잖니. 놀이터마다 조금씩 다른 놀이기구가 있지.”


“그런 거였어? 난 또 세상 놀이터에는 우리집 놀이터처럼 높은 미끄럼틀만 있는 줄 알았잖아.”


“그랬구나. 우리 라똥이는 놀이터에는 높은 미끄럼틀만 있는 줄 알았구나. 그런데 라똥아, 이번에 경주에 와서 놀이터에는 다양한 놀이기구가 있다는 걸 알았으니, 우리 라똥이가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했네.”


3.

“‘우물 안 개구리 신세’? 그게 뭐야.”


“응. 세상 놀이터에는 높은 미끄럼틀만 있는 줄 아는 것처럼, 그것만이 최고인 줄 알고 사는 것처럼,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고 사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지.”


“흥! 칫! 뿡! 아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그건 아빠가 내가 열 살이 먹도록 다른 놀이터를, 다른 놀이기구를 안 알려줘서잖아! 반성 좀 하라구, 아빠!”


“책에서는 여러 번 봤는데….”


“아이구, ‘백 번 듣는 것은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 아빤 ‘백문불여일견’도 몰라?”


“아이쿠, 라똥아 아빠가 미안하다. 오늘부터는 많은 것들을 직접 보고 체험하도록 하자.”


“응! 아빠 좋아.”


4.

라온아, 이처럼 ‘우물 안 개구리’는 경험이 적은 사람을 빗대는 말이기도 해. 경험이 적으니까 시야가 좁고 시야가 좁으니까 견해가 좁을밖에. 라온이는 라똥이와 달리 어릴 때부터 무척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니 ‘럭키 가이’인 거지. 엄마한테 늘 감사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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