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참 멋지고 예쁜 남편이지만, 이 남자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이상하고 독특한 부분도 많이 가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멍멍이를 무는건데, 대체 사람이 왜 개를 물어대는지를 나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예뻐서 무는 행위와 같은 거라는데...그니까 그냥 예뻐하면 되지 왜 물어야만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것에 대해 이슈업을 하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느니 너는 독재자느니 반발을 하는 통에 나도 포기해서, 결국 우리집 멍멍이들은 남편에게 평생을 물렸고 물리고 있다.
세상에 없을 개아빠가 우리 남편이다. 붕붕이의 노환, 초코의 치매를 모두 세심하게 케어하면서 공주처럼 대접받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해줬다. 숨 쉬기 어려워하는 겨울에는 산소방을 대여해서 안에서 재우고, 먹는 것도 세세하게 신경쓰고, 개를 키우는 집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청결한 집 상태를 매일 유지했다. 작은 일만 생겨도 병원에 데려가서 케어했고, 붕붕이도 초코도 둘 다 눈이 다친 일들이 있었는데, 한달 반 동안 3시간 간격으로 일어나서 약을 넣어준 덕분에 두 녀석 다 적출없이 예쁜 눈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임이 역시 마찬가지다. 아니 어쩜 더 하게 챙기고 있는 것 같다. 동물의 개념 보다는 진짜 가족으로서, 내가 보호해야 할 존재로서 아끼고 사랑한다. 자식한테도 이렇게는 못할 정도로 누가봐도 하임이에게 정말 잘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 예쁨의 표현이 '무는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남편 기준으로 첫 멍멍이였던 붕붕이는 매우 순한 시츄였고, 붕붕이의 자식인 초코 역시 매우 순한 시츄였다. 물어도 끼잉 소리만 내고 참고, 나이가 들어서는 너무 익숙해져서 물고 있어도 잠을 잤다. 두 녀석 모두 목덜미 부분의 살이 늘어졌는데 나는 이 원인은 100% 남편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남편은 목덜미만 무는 것이 아니라, 멍멍이들의 코, 발, 귀, 엉덩이, 꼬리 등 물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우리의 세번째 멍멍이인 페키니즈 하임이는 완전 아가 때부터 데려와서인지 남편은 그야말로 폭주했다. 하임이는 특히 많이 물렸다. 애가 물릴 곳이 많았다. (웃음)
오동통통 그 자체라 남편 말에 따르면 무는 맛이 있다고 했다. 하임이는 성격이 있는 편이라, 붕붕이나 초코처럼 무는 걸 마냥 참고만 있지는 않았다. 으르렁 하는 경고의 소리도 보내고 도망도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남편은 그걸 또 더 귀엽게 봤다.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강형욱 아저씨에게 혼난다고 하지 말라고 해도 남편은 못 참겠다며 하임이를 물어댔다.
결국 사건이 벌어졌다. 엄마와 다낭에 모녀 여행을 간 사이에 남편이 하임이에게 물린 것이다. 선셋을 보며 망고쥬스를 마시며 엄마와 분위기를 한껏 내고 있는데 남편에게서 카톡이 왔다. 사진이 하나 도착했는데, 사진 속 남편의 눈은 그렁그렁해서 울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고, 입술에 꼬맨 자국과 함께 퉁퉁 부은 얼굴이었다. 그러면서 하임이가 입술을 물어서 응급실에 와서 5바늘 정도를 꼬맸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주인을 물다니 미친거 아냐?!'라는 생각과 함께 '남들을 공격할 수도 있겠다, 어린 아이에게 덤벼 들어서 사고를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전후 사정을 물어봤다.
하임이와 얼굴을 가까이하고 자고 있는데 하임이가 갑자기 남편 입술을 물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볼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남편에게 "여보, 하임이는 안락사 시키는 걸 전문가와 의논해야 할 것 같아. 나는 사람을 공격하는 강아지는 갱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해. 주인을 공격할 정도면 타인은 볼 것도 없어. 일단 당장 분리시켜서 보낼 수 있는 곳을 찾아야겠어. 이런 문제는 강경해야해."라고 전하며 자주가는 동물병원의 선생님께 상담을 받아서 관련 전문가를 만나서 결정을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남편이 당황을 하면서 "사실은 내가 자는 하임이 입술을 물었어..."라는 이야기를 했다. 하임이가 달려들어 문 것이 아니라, 남편이 무니까 하지 말라고 '왕!'하며 반항한 순간 가까이에 남편의 입술이 있었으니 위협으로 끝난게 아니라 찢어진 것이었다.
갑자기 가슴 속에 화가 확 올라오며, 동물이 잠을 잘 때가 가장 취약할 때인데 이 때 공격을 한 격이 되었으니 본능적으로 하임이가 그러는게 당연한 것 아니냐, 내가 왜 물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그걸 못 고치고 이 사단이 나는거 아니냐, 어쩌구 저쩌구 잔소리 폭격을 퍼부었다.
잘못했다, 미안하다, 그런데 자기 입술이 너무 아프니 봐주면 안되냐며 남편은 불쌍한 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 응급실에 접수할 때부터 되게 쪽팔렸어서 나에게 상세한 상황을 이야기 하지 않았던 거라고 했다. 왜 쪽팔렸냐는 내 질문에 남편은 간호사 선생님이 어떤 일로 오셨나고 물어보길래 개에 물려서 왔다고 했더니 어디서 어떤 개에게 왜 물린건지 물어봐서 "저희 집에서, 제가 저희 집 개를 물어서, 제가 저희 집 개한테 물렸어요..."라고 했더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 표정이 황당해졌다는 것이었다. 엄마와 나도 동시에 벙쪄서 빵 터져버렸다. 남편의 표정도 상상되고 말이 너무 이상했기 때문이다.
그 날 이후 남편은 하임이가 자고 있을 때는 물지 않기로 했고 입에 가까운 쪽은 물지 않기로 나와 약속을 했다. 아예 물지 말라는 것에 대해서는 격렬한 항변이 있었기에 이렇게 합의를 했는데, 본인이 물고 싶으면 자는 하임이를 깨워서 지금부터 물어도 되냐고 물어보는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하임이가 졌다. 마침 나이도 먹어가는 마당에 하임이가 포기한 것이다.
하임이는 어느 순간부터 그냥 물어도 자기 시작했고 그냥 어딜 물어도 화를 내지 않았다. 그래도 입 쪽은 절대 물지 않는다는게 그나마 위안이랄까...하임이가 적응해버린 이상 앞으로 계속 저럴텐데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하다.
사람이 개를 무는 남편의 저 이상한 버릇을 언젠가 고칠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개만 사람을 물 수 있고 사람은 개를 물면 안된다는 생각은 편견이라는 남편에게 말하고 싶다. "애초에 둘 다 서로 물면 안되는 거야, 여보야..."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