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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먼프릭 Sep 11. 2023

그럭저럭 사는 법

정신병원 이야기

A는 자신의 장이 괴사 되었다고 믿어 음식을 거부한다.

B는 폭식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음식을 끊임없이 먹은 후 구토한다.

C는 머리가 떡져 비듬이 쌓이고, 냄새가 병실 안을 꽉 채워도 절대 씻지 않겠다며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D는 늦은 시간까지 잠에 들지 못하고 병동을 배회하다 결국 수면제를 먹고 한참 후에 잠에 든다. 


수선생님이 "환자들은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하면 안 먹고, 안 자고, 안 씻어"라고 말씀하셨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무기력하게 지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런 환자들을 어떻게든 침대 밖으로 끌고 나와 먹이고, 씻기고, 제때 재우는 게 정신과 병동 간호사의 큰 업무 중 하나다. 어떨 땐 아이를 돌보는 듯 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이런 것까지 내가 해야 해?라는 반감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환자들을 돌보며 작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일상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큰 요소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씻고, 침대밖을 벗어나 걷는 것만으로 인생은 그럭저럭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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