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 치유사업 자문 현장에서 찾은 성패의 열쇠
얼마 전 한 도 단위 광역 치유 사업의 자문을 맡았다.
여러 개 군이 함께 움직이는 프로젝트였는데 각 지역의 고유한 자원을 활용하여 5년간 수십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 이었다.
산림, 차 재배, 한방 전통, 치유농업, 해양.
각 지역의 기존 운영 사례, 참가자 후기, 현장 담당자들의 의견서 등을 받아 검토했다.
자료들을 읽으면서 한 가지가 계속 걸렸다.
각 지역이 자기 자원을 설명하는 방식이 너무 달랐다는 것이다.
A지역은 "풍부한 산림 자원을 활용한 숲 치유"라고 썼고,
B지역은 "전통 차 문화 기반 명상 체험"이라고 했으며,
C지역은 "한방 전통을 통한 심신 회복"이라고 표현했다.
각자의 언어로 각자의 강점을 말하고 있었지만,
정작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공통의 가치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자료를 덮고 생각했다.
이 상태로 사업이 진행되면 어떻게 될까?
각 지역은 열심히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다. 예산도 집행하고 시설도 구축할 것이다.
하지만 방문객 입장(User Experience)에서는 이것들이 연결되지 않는다.
숲 치유와 차 명상과 한방 회복이 서로 무슨 관계인지 알 수 없다.
결국 사람들은 그중 한 곳만 가고 끝난다. 나머지 지역은? 예산만 쓰고 사람은 오지 않는다.
이것이 광역 치유 사업이 마주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지역을 나열하는 것과 통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인데, 대부분의 사업이 이 둘을 혼동한다.
예를 들어 여섯개 지역이라고 치자.
여섯 개 지역의 프로그램을 묶어서 홍보하면 광역 사업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통합이 아니라 '단순 나열'이다.
진짜 통합은 공통의 '치유적 제공 가치'를 먼저 찾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 '치유적 제공 가치'가 명확해야 각 지역의 차이가 의미를 갖는다.
공통점 없이는 차이도 없다.
그냥 서로 관계없는 것들이 여섯 개 있을 뿐이다.
나는 자문 의견을 쓰기 전에 한 가지 작업을 더 했다.
각 지역의 기존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남긴 후기와 인터뷰 자료를 찾아서 읽었다.
수백 개의 문장을 읽다 보니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실제로 경험한 것, 그들이 자기 말로 표현한 변화의 순간들.
거기에 답이 있었다.
숲을 걸은 사람은 "오랜만에 깊게 숨 쉬었다"고 했고,
차를 마신 사람은 "처음으로 멈춰봤다"고 했으며,
뜸을 뜬 사람은 "몸이 이렇게 뭉쳐있는 줄 몰랐다"고 했다.
표현은 달랐지만 본질은 같았다.
압박에서 벗어나는 경험. 조여진 것이 풀리는 감각. 본래의 편안함으로 돌아가는 순간.
이것이 바로 그 지역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통 가치였다.
모든 지역이 결국 동일한 치유의 본질을 제공하고 있었다. 다만 방법이 다를 뿐이었다.
어떤 곳은 걷기를 통해, 어떤 곳은 고요함을 통해, 어떤 곳은 신체 이완을 통해 같은 목적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 발견이 자문의 핵심이 됐다.
나는 제안했다. 각 지역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전에, 먼저 모든 지역이 공유할 하나의 메시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그 메시지는 예를들어 이런 식이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지역은 현대인이 잃어버린 본래의 리듬을 되찾게 합니다. 압박에서 호흡으로, 긴장에서 이완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 메시지가 확정되면 각 지역은 이제 경쟁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가 된다.
숲 지역은 "걷기를 통한 호흡 회복"을 제공하고,
차 지역은 "고요를 통한 멈춤 회복"을 제공하며,
한방 지역은 "이완을 통한 신체 회복"을 제공한다.
같은 목적지로 가는 서로 다른 길이다.
이제 방문객은 자신에게 맞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한 곳을 경험한 사람이 다른 곳에도 갈 이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숲에서 호흡을 회복했다면, 그 경험을 더 깊게 만들기 위해 차 명상으로 갈 수 있다.
이것이 진짜 연계다.
하지만 이렇게 공통 가치를 찾는 작업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각 지역은 이미 자기 자원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숲이 자랑이다", "우리는 차가 특별하다", "우리는 한방이 전통이다".
이런 자부심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광역 사업이 안 된다. 각자의 자랑을 내려놓고, 모두가 함께 제공하는 더 큰 가치를 먼저 봐야 한다.
그 가치가 명확해지면 오히려 각 지역의 자랑이 더 빛난다.
왜냐하면 이제 그것이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공통 가치를 실현하는 고유한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자문을 하면서 나는 이런 제안도 했다.
각 지역의 실무자와 전문가들이 정기적으로 만나서 대화하시라고. 단순히 사업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서로가 경험한 치유의 순간들을 나누시라고 제언했다.
숲 강사는 참가자가 숲길을 걸으며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야기하고, 차 명상 지도자는 사람들이 차를 마시며 무엇을 느꼈는지 공유하고, 한방 치유사는 치료 후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나눈다.
이런 대화를 계속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통점이 드러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그 공통점이 바로 광역 사업의 브랜드를 견고하게 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 공통 가치가 단순한 슬로건으로 끝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모든 프로그램, 모든 홍보물, 모든 교육 자료에 이 메시지가 관통해야 한다.
여섯 지역 어디를 가든 같은 메시지를 듣고, 같은 가치를 경험하되, 방법만 다른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방문객은 "아, 여기는 같은 치유를 다른 방식으로 제공하는구나"라고 이해한다.
이제 한 곳만 가고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도 경험해보고 싶어진다.
광역 치유 사업에 참여하려는 지역 사업자나 전문가들에게도 이것은 중요하다.
자기 프로그램만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전체 그림을 봐야 한다.
내가 제공하는 것이 광역 사업의 공통 가치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지역과 협력할 수 있고, 서로를 보완할 수 있으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
혼자 잘하는 것과 함께 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능력이다.
결국 여러 지역을 하나의 치유로 묶는 비결은 간단하다.
먼저 하나를 찾는 것이다.
그 하나는 시설이 아니라 가치다. 각 지역이 제공하는 경험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것을 명확한 메시지로 만들어야 한다.
그 메시지가 확정되면, 그 안에서 각 지역은 자기만의 방법론을 가질 수 있다.
이제 나열이 아니라 통합이 된다.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 된다. 흩어진 여섯 개가 아니라 하나의 큰 치유 여정이 된다.
광역 치유 사업의 성공은 예산 규모나 시설 수준이 아니라 이 하나의 가치를 얼마나 명확하게 찾아내고 관철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자문을 하면서 내가 가장 강조한 것도 이것이었다.
각 지역의 차이를 정리하기 전에, 먼저 모두가 공유하는 하나를 찾으라고.
그 하나가 명확해지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것이 내가 광역 치유 사업 자문 현장에서 찾은 성패의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