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돌의 시
성북동에는 물처럼 바람처럼 살던 님들이 남아 있습니다
가을 햇볕 아직 따가워 인적 드문 고급 주택가
백석과 자야의 길상사(吉祥寺)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자야가 운영하던 고급요정 대원각을 법정에게 맡겨 절로 바뀐,
무소유(無所有) 고집하는데 자야의 강권(强勸)을 거절하다 어쩔 수 없이 받은,
여인들이 옷 갈아입는 팔각정에다 종을 매달아 놓은,
불교대학 템플스테이로 관광버스가 바삐 드나드는 곳
법정은 낡은 나무의자와 함께 그곳에 있습니다
그가 잠든 자리 주변에는 막 피는 꽃무릇 몇 포기
절길 둔덕에
‘우리꽃이 피고 있어요 꽃을 보호해 주세요 길상사’
만해가 조선총독부 돌집 보기 싫다며 북향집을 지어 놓고
독립 기다리던 심우장(尋牛莊)도 500미터 근처에 있습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그들을 떠나보내지 못해 엊그제 제가 찾아갔습니다
저도
그들처럼
물 따라 바람 따라 살다가
흔적 없이 가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