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의 가을 생각

한돌의 시

by 신윤수

가을은 모두 변하는 시간


봄여름에 모두 푸른색이었는데

나무마다 몰래 감춘 DNA로 주황 빨강 노랑 치장을 한다

울트라하이덴시티(UHD) 선명한 개성 있는 패션쇼

그러다 한번 비바람에 다 떨궈 버린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슬퍼하고 기뻐하던 것을 모두 버리는 그들


색즉시공(色卽是空)


우리는 항상 그렇듯이 늘푸른나무

푸르-스-르-ㅁ한 색깔

해마다 허공을 오르다가 여름색 그대로 가을을 맞는다

하얀 눈 속에서도 푸르름을 지키는 청승스런 고집


안빈낙도(安貧樂道)


그런데

봄이면 어린 나무, 풀들이 새로 나와서

“너는 풀이야 나무야? 몇 살이니? 이거 나이테도 없잖아?”

엉겨들 게 귀찮아

새 봄에는 꽃 한번 피우고 끝내버리자---


비로소 제행무상(諸行無常)


* 대나무는 꽃 피면 말라죽는다(枯死)


대나무.jpg

(대나무 숲) 픽사베이에서

이전 15화꽃무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