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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Oct 07. 2022

‘시민의 알 권리’와 엠바고 (현무2 미사일 사고 등)

요즈음 이상한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계속되는 중, 며칠 전에는 강릉 공군기지에서 발사한 현무 2 미사일이 오발되어, 뒤로 떨어져 부대 내에서 폭발과 화염을 일으키는 바람에 시민들이 밤새 불안에 떨었고(7시간 동안 엠바고), 어제는 북한 공군기 12대가 무력시위를 하고, 우리 공군기 30대가 맞출동해서 대응했다고 하는데 저녁 늦게야 이 소식이 알려졌다.     


모두 국방에 대한 중요한 정보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사안인데, 엠바고가 걸려 일반 시민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처럼 재해나 사건사고가 동시에 전 세계에 알려지는 시대에 이렇게 여러 시간 동안 제대로 보도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엠바고(embargo)가 무엇인가      


엠바고(embargo)는 ‘일정 시간까지 어떤 기사를 한시적으로 보도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기사를 제공하는 당사자가 정하기도 하고, 언론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야밤에 사건이 발생하여, 섬광과 폭발음이 계속되는데, 군 당국이 엠바고를 걸어 아무도 제대로 발표조차 하지 않은 채 7시간을 보냈다는 게 상상이 되는가.     


한편, 어제 우리 전투기 30대가 한꺼번에 출격하는 비상상황이 있었는데, 저녁때까지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은 건 또 무언가?      


엠바고에 대해 ‘지킨다’ 또는 ‘깬다’는 말이 있는 걸로 보아, 어떤 언론기관이던 재해나 사건사고에 대한 엠바고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사안이라면 이걸 깨고 즉시 보도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 아닐까. 새삼 언론의 기능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예전 기억이 있다. 1979년 12월 12일 밤(역사에 나오는 소위 12·12 사태가 난 날이다), 남산 어떤 호텔에서 교수님을 모시고 ‘졸업생 사은회’를 하던 밤이었다. 갑자기 밖에서  총성이 연거푸 들리는(?) 것 같은데, 모임이 허겁지겁 끝나고 밖에 나왔는데 버스도 제대로 다니지 않아 미아리 집까지 걸어가야 했던 기억이다. 종로를 통과하는데 거리를 채운 많은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면서 모두 얼빠진 모습이었다.  그때는 군사반란 상황이었고, 일반 시민들은 라디오나 핸드폰 등 제대로 통신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한 시대였다.     


지금은 누구나 핸드폰을 가지고 있고, TV·인터넷 등으로 즉시 세상일에 접속할 수 있는 시대이다. 재해나 사고가 있는데도 쉬쉬하는 것은, 어떤 일을 감추려는 문제 이전에 ‘시민의 알 권리’ 자체를 침해한 중대한 일이고 사실상 정부기능의 마비가 아닌가. 엠바고가 걸려 있었다는 7시간 동안 여러 이야기가 인터넷 등에서 오갔다는데 재발을 막기 위한 철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급한 대로 이런 정도는 발표할 수 있지 않았나. 즉 ‘군부대에서 폭발사고가 있었는데 지금 내용을 알지 못한다. 파악되는 대로 즉시 알려주겠다’는 정도라도 발표해 주었다면 시민들이 불안에 떨며 밤을 새우는 사태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민의 알 권리와 정부·언론의 역할     


국가는 시민의 세금으로 정부기관을 운영하고 군을 유지한다. 만일 시민의 생명·재산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데도 어떤 정보를 숨기거나 즉시 알려주지 않는다면 그런 기관이 존재할 이유가 있나. 언론도 마찬가지다. 사실을 즉시 보도하고, 잘못된 일을 감시하고 건전하게 비판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 아닌가. 부당한 엠바고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깨야 되지 않을까?      


요즈음 여러 사건이 있었는데 ‘시민의 알 권리’를 위한 제도 개선도, 언론의 비판도, 관련 학자들의 성토도 전혀 없는 것 같다. 잘못된 일에 대해서 제대로 진상을 밝히지도 반성하지도 않는다면 우리가 어떻게 선진국이 될 수 있나? 모두 진지한 반성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대통령 뉴욕 비속어 파문과 윤석열차’ 카툰     


지난 9월 21일(현지 시각) 대통령의 뉴욕 비속어 파문에 대해 원래 엠바고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엠바고가 풀리자마자 가장 먼저 보도한 MBC에 대해 여당이 형사고발 조치를 했다고 한다. 엠바고가 풀리고 나서 보도하는 것조차 문제 삼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전에 대통령실에서 10시간 이상이나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며칠 전 어느 고교생의 카툰 ‘윤석열차’에 대해 문체부가 어떤 조치를 한다고 하더니, 이건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표절문제’라나 어쩌고 하고 있다. 카툰이란 게 원래 정치·사회 문제에 대한 풍자가 아니던가? 그리고 기차라는 소재를 이용한 만화그림은 흔히 여기저기에서 보던 방식이 아닌가?      


그동안 우리가 아시아에서 언론 자유도가 가장 높은 국가였다고 알고 있는데, 갑자기 바뀌어  버린 모양이다.      

시민의 생명·재산 보호의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군과 정부기관, 신속 정확한 보도와 정부 감시라는 사명을 도외시한 언론에 대해 나는 분노한다.     


* 군 당국, 정부기관과 언론 모두 차렷! 열중 쉬어! 잘 좀 해 주세요! (한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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