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윤수 Oct 13. 2022

유엔 인권이사국에서 처음으로 낙선했다(?)

작년에『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는 책을 읽으며 기분이 좋았는데, 요즘은 ‘눈 떠보니 후진국(?)’이나 ‘눈 떠보니 안(no) 선진국(?)’라는 말이 돌아다닌다.   
 

북한이 계속 미사일을 쏴 대고 공군기를 띄워 무력시위를 하는데, 우리는 야밤에 강릉에서 미사일 사고가 나고, 북한 공군기가 150대가 떴는데도 시민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더니, 이번에는 기막힌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이 10월 11일(현지시각)에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이 기관 출범 후 처음으로 낙선했다는 것이다. 전세계 193개국 중 47개국이 이사국으로 활동하는 기구에서다.     

 


예전에 유엔데이는 공휴일     


내가 어릴 적에는 한때 10월 24일 국제연합일(유엔의 날, UN Day)은 공휴일로 쉬는 날이었다. 그리고 12월 10일은 유엔의 세계인권선언일로 인권주간을 기념하였다. 그때는 우리나라가 유엔 회원국도 아니고(우리는 1991년에 북한과 같이 유엔에 가입하였다) 매년 가입신청을 하면 퇴짜를 맞는데 왜 이걸 기념하고 국경일이라고 쉬나(?)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때이다.      


우리나라가 유엔을 기념하는 것은 1950년 북한 공산군이 남침하자, 1945년 10월 24일 유엔 창설 후 처음으로 유엔군이 조직되고 파병되어 북한(‘북괴’라 했다), 중국(‘중공’이라 불렀다), 소련(러시아 등으로 분할 전이다)과 싸웠기 때문이다. 이때 한국에 파병한 나라가 16개국이며 병력의 대부분은 미군이었다.       



유엔 인권이사국에서 처음 낙선하다     


최근 윤 대통령의 런던, 뉴욕 사건 등 외교분야에서 이상한 일이 계속되더니, 이번에는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방글라데시, 몰디브, 베트남, 키르기스스탄에 이어 5위를 하는 바람에 낙선했다고 한다.(193개국 중 이사국은 47개국이고, 아시아에 13개국이 배정된다)     


이번에 아시아지역 선거에 나온 나라 중에서 4등까지 이사국이 되는데 5등이다. 이게 잘한 일이라면 서로 자기의 공이라 주장할 텐데, 남의 탓이라고 핑계를 대고 있다. 정부·여당은 이전 정부, 야당은 현 정부의 잘못이라고 하는데, 일반 시민이 보기에는 정부와 정치권 모두가 잘못한 것인데.      


그러나 새 정부 들어 5개월이 지나면서, 북한인권대사를 임명하고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2020년), 탈북어부 북송사건(2019년)에 대한 재조사 등 인권차원에 관심을 보였다지만, 당연히 되어야 할 선거에 낙선한 것은 집권여당과 정부에 책임이 큰 것이 분명하다. 내가 보기로는 우리 외교사의 최악(?)의 사건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고 시민에게 석고대죄를 해도 부족한데 이걸 야당에 떠넘기는 걸 보니 기가 막힌다.     


우리는 2006년 인권이사회 출범 이후 5번 이사국(임기 3년)에 진출하였고, 규정상 3연임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선거에 나가지 않은 2011~2013년, 2018~2020년을 제외하면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사국에서 탈락한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2018~2020년에는 3연임째가 되어 출마할 수 없었고,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이사국으로 뽑혔다. 193개국에서 47개국을 뽑는데 한국이 이사국이 되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이로서 세계 10위의 나라가 중요한 국제인권을 다루는 이사국 47개국에 끼지 못하게 되었다. 193개 회원국이 복수로 비밀투표를 하는데, 야당이 나서서 우리를 뽑지 말라고 하지 않은 게 분명한데도 이걸 야당탓이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 아닌가.       


이번에 방글라데시 160표, 몰디브 154표, 베트남 145표, 키르기스스탄이 126표를 얻어 우리의 123표보다 앞섰다고 한다. 우리 외에 아프가니스탄(2표), 바레인(1표), 몽골(1표)가 있었다는데 도대체 국력이나 인권 감수성 면에서 우리와 비교할 나라가 있나. 우리처럼 연임에 실패한 나라는 47개국 중 인권분야 후진국으로 널리 알려진 베네수엘라와 아프가니스탄이라고 한다. 정말 창피한 일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각국이 복수로 비밀투표를 하는데, 어느 나라가 감히 세계 경제력 10위, 국방력 6위인 한국을 제외하려 했겠나. 외교부와 재외 공관이 모두 이 일에 손을 놓았다면 몰라도 말이다.      



인권이사회는 안보리, 경제사회이사회처럼 중요한 기관     


유엔에서 인권이사회는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와 함께 중요한 기구이다. 올해 4월에는 러시아가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 자격이 정지되었다. 여기에 대해 한국 등 93개국은 찬성하였고 중국과 북한은 반대하였다. 이런 사건은 1945년 유엔 창설 이후 처음의 일이라고 한다.

(193개 회원국 중 175국이 참가, 기권 58국을 제외한 117국 중 93국이 찬성, 이사국 자격 정지 정족수는 78국, 투표 회원국의 3분의 2)       


우리나라가 이렇게 중요한 국제 기관에서 뽑힐 수 있고 당연히 뽑혀야 하는데도(47개국/193개국) 이사국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철저히 원인을 찾고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건이 재발되지 않는다. 우리가 그동안 혹시 베네수엘라, 아프가니스탄, 러시아 같은 인권 후진국(?)이 되어버린 게 아닌가?



이번 정부와 지난 정부의 인권 업무(?)      


12월 인권주간이 되면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라는 표어가 여기저기 붙게 된다. 그런데 내가 살아보니 실제로는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제법 있다. 특히 인권이 어쩌고 떠드는 잘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인권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번 정부는 자유와 인권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동안 무얼 했나 살펴보니, 7월에 북한인권대사 임명,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이나 ‘북한어부 북송사건’ 재조사를 한 것 외에는 뚜렷한 실적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정부는 남북대화 추진이나 북한 김정은에 대한 정치적 고려 때문인지 북한인권문제를 소극적으로 다룬 것으로 기억한다.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국회가 통과시킨 북한인권법에 따라 위원회와 북한인권재단을 만들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제대로 추진하지 않았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2019년부터 4년 연속으로 기권했다. 이런 정도가 기억난다.


그래도 문재인 정부 기간 중 2018~2020년에는 3연임째가 되어 이사국에 출마하지 않았지만, 2020~22년에는 유엔 인권이사국이 되었다.     


이번 유엔 인권이사국 낙선에는 최근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 이사국 47개국의 이력을 보니 국력이 제법 있는 나라는 3연임째를 빼고는 늘 포함되어 있다. 인권문제가 거론되는 중국이 계속 이사국으로 남아있고, 새로 이사국이 된 나라들도 그렇다. 193개 회원국이 한국의 2019년 또는 2020년 사건이나 유엔 북한문제 결의안에 대한 기권문제를 기억해서 우리에게 투표하지 않을 리가 없다.(회원국은 복수로 비밀투표를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 자유와 인권에 대한 사건들이 있었다. 9월에는 윤 대통령의 ‘뉴욕 비속어 사용 파문’이 있었고, 이걸 최초로 보도한 MBC를 정부여당이 압박한 것이 전세계에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사례로 널리 알려졌고, 며칠전에는 고등학생 카툰인 ‘윤석열차’에 대한 ‘예술과 표현의 자유’ 논란까지 벌어져 해외 매스콤을 탄 것이 이사국 투표에 영향을 미친 게 분명하다.


현 정부 들어 자유와 인권을 강조하며,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과 ‘북한어부 북송사건’을 재조사한다며 열심히 따지더니, 정작 국격을 흔드는 국제적 중대사는 엉터리로 대처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한심할 뿐이다.     


* 제발 시민을 놀라게 하지 말고 국제적 망신은 하지 말자 (한돌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