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바가지

by 신윤수

어쩌다 30년 넘게 매봉재산 언덕에 숨어 산다오

여기에 새(매)도 봉우리도 재(고개)도 없는데

이런 데가 산이라 불리는지 잘 모르겠소


이곳에서 직장을 다녔고, 딸아이 다니던 학교도 여기

늘 가는 산이 걸어 다니는데

앞으로도 계속 빌붙어 살아야 할지


30년도 더 전이네요

어머니께서 내 아파트 처음 오시며

새 바가지 엎어놓고 힘껏 깨밟고 들어가라 하셨네

어머니께 그때는 왜? 묻지 못하고

하늘 가신지 20년 넘었지만

이제는 문득 왜 그러셨나 짐작 되네


“아들아! 너는 늘 달아나던데

그러다 달아날 수 없으면 사는 곳 고치고

아니 깨부수어야 살아지는 법이다”


공무원 지겨워 일찍이 명예퇴직하고 나서

코로나 전까지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외국 가면, 저리로 그리로 이주하려 했는데

몇 년 전 뉴질랜드 좋던데, 백수건달 살기는 너무 돈 들고

집 앞에 뜨는 달은 아직은 다누리만 빙빙 돌 뿐

살 환경 안된다나 어떠나


매도 봉우리도 고개도 별반 없는 이곳

방배동 매봉재산도 오래 살다 보면

그럭저럭 네 사는 곳 될 테니

부정한 것 다 깨밟고 들어가라는 뜻 이제 알겠소


이곳에서 30년 넘었는데 다시 30년

부족한가 너무 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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