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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Oct 03. 2023

옛조선 4356년(개천절), 독일 통일 33년

오늘(10월 3일) 우리는 개천절이고, 독일은 통일절이다. 우리에게는 서기전 2333년에 단군왕검이 한(韓)대륙에서 나라를 세운 날이고, 독일에게는 1945년에 분단된 동서독이 45년 만인 1990년에 통일된 날이다.   

   

연휴기간 중 추석 당일만 빼고는 브런치에 매일 글을 올리면서 오늘은 글을 쉬려 했다. 그런데 어제 저녁 아시안게임을 보았고, 새벽 신문을 보다가 오늘도 글 하나 써야겠다는 강박감이 생겼다.       


어제 아시안게임에서 남북대결이 있었다. 탁구여자복식에서 남쪽의 전지희·신유빈이 북쪽의 차수영·박수경에게 세트스코어 4:1로 이겼다. 남을 응원하면서도 북의 아이들이 지고 돌아가면 어려움은 없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남북 분단의 아픔도 느껴졌다.        


오늘자 중앙일보에 ‘독일 통일 33년’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일부 옮겨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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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 33(중앙일보)

입력 2023.10.03. 00:31, 안착히 글로벌협력팀장     


오늘은 단기 4356년 개천절. 한국처럼 이날을 국가 차원에서 기념하는 나라가 또 있다. 다름 아닌 독일이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분단됐던 동독과 서독이 다시 한 나라로 새 출발 한 날이 1990년 10월 3일이다. 그날 0시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위 하늘로 축하 폭죽이 수를 놓은 가운데 흑·적·금 삼색의 통일 독일 국기가 게양됐다. 수많은 독일인들은 분단 시절 서로가 겪었던 억압, 폭거와 그에 따른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뜨거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중간 생략)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의 건국을 기념하는 개천절. 남과 북으로 나뉜다는 상상조차 할 필요 없었던 신화. 세월이 흐를수록 쌓이는 이질감 속에 멀어지는 남북관계를 보며 경제적·사회적 통합을 위해 뚜벅뚜벅 전진하는 독일이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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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헌법은 단기(檀紀)를 썼다: 단기 4281년           


1948년에 만든 대한민국 제헌헌법을 읽어보았나? 우리는 지금 역사를 잊고, 과거를 잃어가고 있다. 제헌헌법 전문(前文)이다. 법제처 원문 그대로다.     


대한민국헌법[시행 1948. 7. 17.] [헌법 제1호, 1948. 7. 17., 제정]     


전문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며 모든 사회적 폐습을 타파하고 민주주의제제도를 수립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케 하며 각인의 책임과 의무를 완수케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여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결의하고 우리들의 정당 또 자유로히 선거된 대표로써 구성된 국회에서 단기 4281712 이 헌법을 제정한다.     


단기 4281712     


대한민국 국회의장 이 승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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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전문(前文, 본문 앞에 쓰는 글)을 보면 현재(1987년 헌법)와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몇 가지 눈에 띄는 게 있다.

-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국: 1919년

- 단기 4281년 7월 12일: 1948년이 아니라 4281년

- 대한민국 국회의장 이승만: 개원 직후 국회에서 대통령으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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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대한민국 건국이 1919년이다 1948년이다 등 논란을 만드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제헌헌법이 명확하게 말해주고 있다. 기미년은 1919년이고, 단기를 써서 반만년 역사를 계승한 사실도 드러내고 있다.     


다음은 작년에 브런치에 써 놓은 글을 조금 고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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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과 단기, 서기 문제(‘연호에 관한 법률’)      


1. 현행 헌법(1987년 10월 29일 전부개정, 제10호 헌법)은 삼일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法統)을 잇는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1919년부터 겨우 104년이 된 역사가 짧은 나라다. 그런데 우리도 서기전 2333년에 시작된 단기를 사용한 시절이 있었다. 1948년에서 1961년까지다.          


2. 1948년 제헌헌법(제1호 헌법)에는 단기 4281년에 헌법을 제정하였다 하여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헌법에 표시하다가, 박정희 등의 5·16군사정변 후 제6호 헌법(1962.12.26. 전부 개정, 시행 1963.12.17.)에서 단기 4281년을 서기 1948년으로 바꾸었다.          


3. 1776년에 건국한 미국에는 「건국의 아버지」가 있듯이, 우리에게는 「건국의 할아버지」 단군(檀君)이 있다. 교육기본법 제2조의 교육이념에는「홍익인간(弘益人間)」이 규정되어 있다. 이걸 보더라도 단군은 신화(神話)가 아니라 실화(實話), 사화(史話)다.         


4. 지명은 역사다. 우리 언어에서 자주 쓰는 관용적 표현인 장안, 강남, 태산 등은 모두 대륙의 지명이고, 일제가 1910년 약 3만 6천 개의 지명을 바꾸어 놓았는데 우리는 아직도 이를 고치지 않고 있다.           


5. 헌법의 대통령 선서 조항에 ‘민족문화의 창달’이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민족문화는 단군을 실화(實話), 사화(史話)로 바꾸고, 개국기원을 단기로 명확하게 하며, 한글을 우리의 공용어로 선포하는 등의 노력을 의미한다.          


좀 더 부연한다.     


대한민국 제헌국회의 활동          

제헌국회는 단기 4281년(서기 1948년)에 이런 일을 하였다.            


5월 10일 200명의 의원 선출(100명은 북한 쪽으로 유보)

7월 12일 제헌헌법 제정

7월 16일 법률 제1호 정부조직법 제정

7월 20일 제1대 대통령 선거(국회에서 간선)

8월 20일 법률 제2호 사면법 제정

9월 22일 법률 제3호 반민족행위처벌법 제정

925일 법률 제4호 연호에 관한 법률 제정

10월 2일 법률 제5호 국회법 제정

11월 15일 법률 제9호 국군조직법 제정 등           


대한민국 법률 제4호가 ‘연호에 관한 법률’이다. 제헌국회는 헌법과 정부조직법을 만들고, 대통령에 이승만을 뽑은 후 일제강점기에 처벌받은 사람을 사면하는 법률과 반민족행위자를 처벌하는 법률을 만든다. 그다음 4호 법률이 개국기원(開國紀元)을 단기(檀紀)로 하는 ‘연호에 관한 법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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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호 사용의 역사      


인터넷에서 연호를 검색하면, 기원전 140년 중국의 한(漢) 무제(武帝)가 사용한 '건원(建元)'이 시초이고,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즉위한 391년의 '영락(永樂)'이 최초라고 한다.            


고려 때까지 독자 연호를 쓰다가(원(元) 지배 시에는 쓰지 못했다), 조선시대는 중국 연호를 쓰다가, 대한제국에서 1897년 광무(光武), 1907년 융희(隆熙)를 썼으며. 대한민국은 1948년부터 1961년까지 단군기원(단기)을 쓰다가 1962년부터 서력기원(서기)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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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호에 관한 법률        


‘연호에 관한 법률’은 1948년 제4호 법률로 제정되어 2차례 개정되었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검색한 원문을 그대로 옮긴다.            


연호에관한법률[시행 1948. 9. 25.] [법률 제4호, 1948. 9. 25., 제정]     

대한민국의 공용연호는 단군기원으로 한다.     

부칙 <법률 제4호, 1948. 9. 25.>      

본법은 공포일로부터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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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군사정변 후 1961년 12월 2일에 개정하여 단기를 서기로(단군기원에서 서력기원으로) 바꾸고, 종전 공식 연도에서 일괄적으로 2333년을 감하게 하였다.           


연호에관한법률[시행 1962. 1. 1.] [법률 제775호, 1961. 12. 2., 폐지제정]     

대한민국의 공용연호는 서력기원으로 한다.     

부칙 <법률 제775호, 1961. 12. 2.>     

①본법은 단기 4295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②법률 제4호 연호에관한법률은 이를 폐지한다.

③~④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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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7일에 ‘연호에관한법률’(전에는 법률명을 모두 붙여 썼다)을 ‘연호에 관한 법률’로 띄워 쓰고, 일부 단어에 한자(漢字)를 병기하였다.         


연호에 관한 법률[시행 2014. 1. 7.] [법률 제12209호, 2014. 1. 7., 일부개정]     

대한민국의 공용(公用) 연호(年號)는 서력기원(西曆紀元)으로 한다.      

부칙 <법률 제12209호, 2014. 1. 7.>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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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북한의 연호 사용      


일본은 서기(西紀)와 일왕(日王)의 연호를 병행       


일본은 왕이 바뀔 때마다 연호를 바꾸는데, 2019년 5월 1일부터 ‘레이와’를 쓰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이 2019년 4월 30일 퇴위하면서 약 31년간(1989.1.~2019.4.) 사용된 '헤이세이(平成)' 연호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며, 나루히토가 취임한 5월 1일 0시부터 레이와(영화, 令和)가 사용되고 있다.


그들은 서기와 연호를 함께 사용한다. 일본은 만세일계(萬世一系)를 주장하는데, 역사상 한 번도 왕조가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1889년 메이지유신의 결과로 만든 대일본제국 헌법부터 그리하였다. (인터넷 검색)          


북한은 주체(主體) 연호를 사용      


북한은 1997년부터 김일성의 출생연도 1912년을 원년(1년)으로 하는 주체(主體) 연호를 쓰고 있다. 김일성 사망 후 만 3년이 되는 1997년 7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정무원 등이 공동명의로 발표한 ‘김일성 동지의 혁명 생애와 불멸의 업적을 길이 빛내이데 대하여’라는 결정서에 따라 태양절과 함께 채택된 북한식 연도표기방식이다.


주체연호 사용규정이 있고, 모든 출판 문서 우표 보도물 등에서 이 연호를 서력과 함께 사용한다. 주체 100(2011) 등으로 표시한다. (인터넷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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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서기를 같이 쓰자     


우리는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민족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을 기억하자. 1948년 정부 수립 후 만든 4번째 법률이 ‘연호에 관한 법률’이었고, 이때 단기를 사용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따지고 보면 서기(西紀)는 예수 탄생(B.C. Before Christ)과 관련되는데, 우리에게는 단기(檀紀)가 더 의미 있지 않나(석가 탄생과 관련된 불기(佛紀)를 쓰는 나라도 있다).     


우리 역사에서 단군은 사화(史話)이고, 옛조선(고조선) 건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은 현행 교육기본법으로 구현되어 있다.     


교육기본법     

제2조(교육이념)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어릴 적에 달력의 왼쪽에 단기○○○○년, 오른쪽에 서기□□□□년이 있었다. 예전처럼 단기와 서기를 같이 쓰는 것(단기만 쓰거나 서기만 쓰는 것도 허용한다)은 흩어진 민족정기를 회복하고, 1961년 5.16군사정변의 흔적도 지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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