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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Oct 09. 2023

한글날, 우리말글을 지키자 (2)

중국 시진핑이 2017년인가 미국 트럼프에게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국은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동북아 역사를 통째로 조작하고 있다. 만일 우리말글이 없다면 그는 어떻게 말할까. ‘봐라 쟤들은 자기네 말도 없어, 우리 중국말 쓰는 거 보면 알지’라고 했을 거다.     


베트남어는 중국어보다 성조가 복잡하고, 베트남어 어휘 중 60%에서 70%가 한자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중국과 전쟁 후 베트남이 표기수단을 로마자로 바꾼 것은 한자(漢字)에서 독립하여 자기들 문화와 전통을 지키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한자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대체로 50%, 아니 더 많다는 사람도 있다. 여기에 영어 비중이 10%에서 20%, 일본어도 좀 남아 있을 거다. 이러다 보면 우리 고유어는 거의 없는 걸까. 대대적으로 아름다운 우리말 찾기 운동을 해야겠다.     


요즘 들어 한자(漢字)도 우리 동이(東夷)의 글짜, 즉 ‘한자(韓字)’라는 이야기가 신빙성 있다는 생각이 커졌다. 발음해보면, 중국식 발음보다 우리 발음이 더 확실하고, 우리는 모두 단모음으로 발음하는데, 중국에는 2~3중 모음이 많은 걸로 보아 우리 글자가 맞는 것 같다. 원래 우리말글이 한글과 한자(韓字)를 합한 것이라면 한글과 한자를 같이 쓰는 건 어떨까? 이 부분에 깊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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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어정책의 경과     


이광석은 『국어정책론』 (도서출판 역락, 2016)에서,      


‘문화의 터전은 말과 글의 정책이다. 말과 글의 정책은 국어학자나 국어와 관계있는 이들만의 생각이 아니며, 모든 국민들의 문제이다. 그동안 글의 정책은 한글전용정책이었고, 말의 정책은 국어전용정책이었다. 이를 통해 모든 국민들이 하나가 되는 하나되기(one-nation)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되며, 또한 이 시점에서 이를 송두리째 엎을 근거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말과 글의 정책을 발전시켜서 한글문화권의 창조로 이어가야 한다. 문화의 터전이라는 국어정책의 재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썼다.     


그는 국어정책이란 ‘국어(한국어와 한글로 이해하려고 한다)를 대상으로 하여 정책을 형성하고 집행하고 평가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국어정책은 국가가 국어정책에 개입하느냐 내버려 두느냐에 따라 ‘누가’라는 측면에서는 엘리트주의와 다원주의, 위로부터의 결정과 아래로부터의 결정방식으로 나뉜다. 사회적 이슈를 그냥 사회에 맡겨두는 경우를 방임주의라 하고, 국가가 사회적 이슈를 받아들여 해결하려는 태도가 국가개입주의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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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기본법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은 우리 언어정책의 기본이 되는 법이다. 이 법은 국가와 국민에게 국어발전 등에 힘쓰라고 선언하고, 국가·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 국어발전·보전에 대한 책무를 정하였지만, 기업이나 일반 국민에게는 어떤 책무도 부과하지 않는다. 어문규범 제정(제11조), 공문서의 한글 작성(제14조), 국어문화의 확산(제15조), 국어의 보급(제19조), 국어능력향상정책(제22조) 등이 규정되어 있는데, 보통의 행정법령과 달리 위반을 하더라도 제재는 없는 일종의 훈시적 법령이다.     


우리와 비교되는 프랑스와 캐나다 퀘벡의 언어정책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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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언어정책     


프랑스에서는 1539년 빌레르코트레 칙령이 발포되면서, 법적 문서와 행정문서는 오직 프랑스어만 사용하고 재판 진행도 프랑스어로 하도록 규정하였다. 1635년에는 아카데미 프랑세즈(Académie Française)가 설립된다. 우리의 국립국어원과 유사하다.     


20세기 들어 영어에 대해 위협을 느낀 프랑스는 1992년 헌법에 프랑스어 관련 조항을 넣는다. 헌법 제2조 제1항에 ‘공화국의 언어는 프랑스어다.(La langue de la République est le français.)’라고 선언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문제되는 국기, 국가까지 헌법에 정해 놓았다.     


프랑스 헌법 제2

① 공화국의 언어는 프랑스어다.

② 국가의 상징은 청, 백, 적의 삼색기다.

③ 국가(國歌)는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이다.

④ 공화국의 국시는 ‘자유, 평등, 우애’이다.

⑤ 공화국의 원리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다.     


전에는 바로리올법(1975년)이 있었는데, 헌법 개정 후 이를 강화한 투봉법(1994년)을 만들었다. 바로리올법과 투봉법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있다.


① 상품명칭, 소개, 광고, 사용안내, 상품·서비스의 개런티 조건, 신용장, 청구서 및 영수증에서 프랑스어 사용 의무화

② 고용계약, 공공기관 단체 및 개인 간 계약에 프랑스어 사용 의무화

③ 위반 시 제재(범칙금 부과)

→ 바로리올법에는 제재규정이 없었지만 투봉법에서 벌칙규정을 두게 되었다.     


프랑스인은 자기네 언어에 대하여 이런 언어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① 차용어(특히 영어)로부터 프랑스어를 보호해야 한다는 위기의식

② 사회에서 프랑스어 사용이 더 고상하다는 인식

③ 프랑스어가 외국에서 사용되도록 권장해야 한다는 자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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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퀘벡의 언어정책     


캐나다 퀘벡주는 영어를 사용하는 북아메리카에서 특이하게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지정한 지역이다. 그들은 유럽의 프랑스어 사용지역(이를 프랑코폰(francophone)이라고 부른다)인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보다 프랑스어를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퀘벡은 원래 누벨프랑스(Nouvelle France)라는 프랑스 식민지였지만 프랑스가 유럽에서 영국과의 전쟁(7년 전쟁)에서 지고 나서 1763년 파리조약에서 영국 식민지로 바뀐 슬픈 역사가 있다. 영국은 퀘벡의 프랑스인들에 대해 상황에 따라 탄압과 회유 사이를 오가며 동화정책을 폈다.     


고국인 프랑스가 북아메리카에 고립된 자기들을 버렸는데도, 퀘벡인이 프랑스어를 굳게 지킨 것은 언어와 문화전통을 사랑하고 지키는 의지에서였다. 일제가 식민지 조선에 대해 언어와 문자, 역사에다가 심지어 성씨까지 빼앗으려 했던 것처럼 퀘벡에도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다.     


프랑스는 1992년에 이르러서야 헌법에 ‘공용어를 프랑스어로 한다’고 명시하고, 투봉법(Loi Toubon) 등으로 프랑스어 지키기에 나섰지만, 캐나다 퀘벡은 이미 1977년에 101법안으로 알려진 프랑스어헌장(Charte de la langue française)을 선포하면서 역사와 전통을 지키려 하였다. 프랑스 본국보다 퀘벡이 프랑스어 지키기에 더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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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우리말글 조항을 넣자     


이광석은 『국어정책론』에서 ‘세계 191개 나라 중 헌법에 언어 조항이 있는 국가가 125개국(65%)를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등 40여 개 나라의 헌법에는 언어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고, 관습헌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많은 나라들이 헌법에다가 언어 조항을 두는데, 대일항쟁기(일제강점기)에 목숨까지 바쳐가며 지켜낸 우리말글에 대해, 헌법에 언급이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언어문제가 없다는 건지 관심이 부족한 건지 모르겠다.     


헌법에 우리말글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자. 물방울 이론(trickle-down theory)이 있다. 정부, 대학, 사회 지도층부터 우리말글 사용을 솔선수범하자.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위쪽부터 우리말글 사용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헌법 제9조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하고, 대통령은 취임시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겠다고 선서한다(헌법 제69조). 그런데 전통문화·민족문화 중에서 언어(말글)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 훈민정음해례본은 유네스코(UNESCO)의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우리 헌법의 영토조항은 ‘한반도와 부속도서’라고 영토를 말도 안 되게 축소시켜 놓았다. 우리는 대륙과 해양에 걸친 광대한 영토를 가진 나라였다. 우리말글을 쓰는 곳은 모두 관련이 있으니, 헌법 제3조(영토조항)를 우리말글과 영토 조항으로 바꾸자.     


헌법 제3(우리말글과 영토)

대한민국의 언어(말과 글)는 한국어와 한글이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역사상 인정된 고유한 판도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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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추진할 과제     


① ‘국어기본법’을 ‘한국어와 한글기본법’으로 바꾸자. 한글을 ‘말과 글이 포함된 것’으로 정의하는 방법도 있겠다. 그러면 ‘한글기본법’?     


② 국민에게 우리말글 사용에 대한 책무(책임과 의무)를 부과하자. 한글로 간판·상품과 서비스를 표기하도록 하고, 수출품에는 한글을 먼저 쓰게 하자. 예를 들어 한글과 영어라면,     


한국이 만들었다, Korea Made

한국에서 만들었다, Made in Korea     


③ 우리말글 사용을 장려하는 시민운동을 벌이자. 국어심의회를 ‘한국어심의회’ 또는 ‘우리말글심의회’로 바꾸자.     


④ 우리 고유어, 토속어, 예쁜 이름 찾기 운동을 벌이자.     


⑤ 남북 언어의 이질감 해소를 위해 서로 신문과 방송을 개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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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학당보다 한국어학당또는 한글학당이 어떨까     


외국에 한국어를 배우는 ‘세종학당’이 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뜻을 기린 것으로 보이는데, 이보다 ‘한국어학당’, 아니면 ‘한글학당’(이 경우 한글은 말과 글을 다 포함한다는 정의가 필요하다)이 더 낫지 않을까. 여기가 바로 한국에서 쓰는 언어를 가르치는 곳이다. 별도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진다.     


나는 60세 다 되어서 방송대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콘텐츠학과를 다녔다. 그리고 문학석사(문예창작콘텐츠학 전공)를 받았다. 그런데 나의 실력은 어떨까? 나는 우리말을 잘하나? 우리글은 제대로 쓰나? 다른 사람에게도 물어본다. ‘우리말이 쉬워요 어려워요?’ ‘우리말은 쉽지요, 그런데 잘 쓰기는 어렵지요’     


여러 외국어를 조금씩 배워 보았다. 어떤 언어든 개설 과목을 보면 **입문, 초급***, 중급***, 고급*** 등이다. 그런데 우리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1학년쯤에서 교양과목 등으로 우리말글을 배우고 나면 끝이고, 더 배우지는 않는 것 같다. 내가 그랬는데---     


그런데 생각해보자. 책상에 우리말사전은 없고 영어 등 외국어사전이 놓여 있지 않을까?. 우리말글은 잘할 필요가 없으니 팽개쳐놓고 외국말글만 더 배우려든다면 이게 정상일까? 어떤 책은 분명히 한글로 쓴 책인데도 조사나 문장 끝 연결어미만 한글일 뿐 차라리 외국어로 쓰는 게 더 나을만한 책도 꽤 있어 보인다. 요즘 여러 분야의 평생학습을 장려하는데, 여기에 ‘우리말글 다시 (잘) 배우기’를 포함시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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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발간한 『푸른 나라 공화국』 (바른북스) 165~184쪽을 조금 고쳐 실었습니다. 책이 절판되어 시중에서 구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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