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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Nov 01. 2023

프롤로그

1. 들어가는 글                


여기에 쓰는 글은 2020년과 21년에 쓴 『푸른 나라 공화국』과 『푸른 정치와 시민기본소득』의 구상을 발전시킨 것이다.      


이번에는 ‘시민기본소득(Citizen’s Basic Income)’ 에 집중하려 한다. 먼저 ‘푸른 시민’과 ‘기본소득’이라는 말에서 ‘푸른’과 ‘시민’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푸른’은 초록색, 그린(green), 블루(blue) 등등, ‘시민’은 국민이나 인민이 아니다.     


기본소득의 모습이 다양하고, 의견도 많을 텐데, 나는 일반적 이론과 우리의 특수한 사정을 살펴보려 한다. 매주 수요일에 연재하려 하는데, 이 글이 우리 삶에 필수적인 ‘물 같은 글’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에서다. 모쪼록 나의 글이 자본주의의 위기, 돌봄과 연대를 통한 행복한 시민, 여러 사회현안을 해결하고 세계화와 통일에도 기여하게 되기를 바란다.      


글의 순서     


1. 프롤로그

2. 좋은 정치경제학과 행복한 시민

3. 푸른 시민과 기본소득

4. 자본주의의 위기와 기본소득

5. 실질적 자유와 평등, 기본소득

6. 돌봄과 연대의 기본소득

7. 노동의 미래와 기본소득

8. 기본소득과 사회현안

9. 세계화와 남북통일 대비

10. 시민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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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왜 기본소득이 필요한가?     


주위를 둘러보자. 우리는 사실 기본소득과 비슷한 제도에 빠져 있다. 아동에게 아동수당, 노인에게 기초연금(노인수당), 장애인에게 장애인연금을 주고, 지역에 따라 농촌수당, 예술인 수당 등 여러 가지 제도가 있다. 그런데 제도가 너무 복잡해서 전문가 아니고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한편, 우리는 지금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 개인뿐 아니라 나라와 겨레가 소멸될 위기에 있다. 심각한 문제만 적어본다.     

- 2021년부터 인구감소 시작: 합계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0.78)

- 자살률 최고 : 17년째 OECD에서 1위다 (하루 36명씩 자살)

- 노인빈곤율이 2021년 기준 37.7%로 OECD 최고다

- 행복지수가 OECD 38국 중 35위, 유엔 조사 137국 중 57위다     


이런 문제에 대해 지금의 제도는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무언가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 푸른 나라, 행복한 시민을 위한 창조적 혁신이라고 할까.     


나도 2020년에『푸른 나라 공화국』을 쓰면서, ‘기본소득’ 운운에 부정적 생각을 가졌었다. 그러다가 21년에 『푸른 정치와 시민기본소득』을 쓰다가 생각이 바뀌었다. 그 이야기로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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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치·포퓰리즘과 기본소득 (나의 종전 생각)     


가. 기본소득은 어째 좀 아니다     


요즈음 세상에는 기본소득, 기본자산, 기본대출 등 기본시리즈가 난무한다. ‘기본소득’은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매달 일정한 금액을 조건 없이 지급하는 것’, ‘기본자산’이란 ‘청년에게 일시금으로 상당액을 조건 없이 지급하는 것’이고, ‘기본대출’은 ‘담보 보증을 묻지 않고 일단 빌려주는 것’인 모양이다.      


그런데 기본 시리즈의 ‘기본’이 ‘무조건’ 또는 ‘조건 없이’로 해석된다면, 그래서 혹시 ‘국가나 사회가 그 구성원에게 부과하는 의무를 다 했는지도 묻지 않고’로 해석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헌법의 국민의 의무(납세, 국방, 근로, 교육, 환경보전, 재산권 행사의 사회적 적합성 등)를 국민이 위반하지 않는다는 객관적 표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내가 주장할 기본소득은 ‘시민의 책무를 요구한다’는 의미에서 ‘어떤 최소한의 조건이 붙은 기본소득’이고, 시민에게 주는 ‘시민소득(citizen income)’이 될 것이다.     


헌법이나 사회규율을 위반한 사람은 국민인지는 모르지만 자기의 기본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니 선량한 시민이 아니다. 이런 비시민(非市民)에 대해서는 영원히 또는 일정 기간 기본소득(시민소득)을 주지 않아야 공평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 기본소득에 대해 처음에는 사회주의적 발상이자, ‘노예의 길’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2020년에 발간한 『푸른 나라 공화국』에 이렇게 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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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포퓰리즘은 이제 그만!      


선거가 없다면     


우리나라에는 올해(2020.4.15.)는 국회의원, 내년(2021.4.7.)은 서울·부산시장, 후년(2022.3.9.)은 대통령 순서로 매년 중요한 선거가 있다.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는 원래 예정된 것이지만 서울·부산시장은 여당 소속인 시장들이 갑자기 자리를 떠나 생긴 일이다.      


나는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대하여 여당의 당헌(黨憲, 정당 헌법)에다가 ‘자당 출신자의 잘못으로 실시되는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다’며 정치적 책임을 지는 조항이 있다기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후보공천을 ‘한다’, ‘안 한다’ 어쩌고 하다가 이제는 슬그머니 ‘한다’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야당·언론도 전에는 정치적 약속 위반이다 어떻다 운운하는 것 같더니, 슬그머니 여당은 누구, 야당은 누구 어쩌고 프레임을 짜놓고 있다. 결국 나같이 어리석은 시민만 속은 것이다. 이른바 ‘개돼지’ ‘가붕개’라는 게 바로 이거구나.     


우리나라 정당은 별 차이가 없다     


갑자기 선거 시즌이 되어 버렸다. 정부·여당도 야당도 언론도 세상만사가 모두 선거프레임에 맞추어져 있다. 제3의 권력이라는 언론도 기대할 것 없고. 재난지원금 OK, 기본소득 OK, 국가부채 급증 OK다. 한 10년 세상사에서 떨어져 있던 백면서생인 필자가 쳐다보니 차마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할 수도 없게 되어 있다.     


우연히 ‘독일의 옷을 입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상상하는’ 책을 만났다. 마침 필자도 한 2년 독일연방경제기술부(BMWi, 이하 ‘독일경제부’)에서 독일의 실상을 살펴본 적이 있어 반가웠다. 필자는 1998년에 가서 2000년에 돌아왔다 (나의 독일 경험은 『무심천에서 과천까지』 267~284쪽에 기록해 두었다.)      


새삼 독일이 기억났다. 본(Bonn)에 있던 독일경제부의 안내책자에 있던 ‘사회적 시장경제(Soziale Marktwirtschaft)’라는 용어가 머리를 꽝 쳤던 기억이 있다. 그때 우리는 ‘자유시장경제’라고 했는데 독일은 ‘사회적 시장경제’를 하고 있었다.     


『독일정치, 우리의 대안』(조성복, 지식의 날개, 2018)  92쪽에 독일과 한국 정당들의 스펙트럼이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 정당을 좌(左)에서 우(右)로 펼치면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자유한국당 순(2018년 책이다)인데, 가장 좌측의 정의당마저 독일 기준으로는 사민당과 기민당 사이에 있다고 한다. 독일식으로 보면, 모두 중도에서 우측에 있는 보수정당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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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선거와 포퓰리즘의 관계     


바야흐로 선거의 해가 계속된다. 2020년 4월 15일 국회의원 총선거에 앞서 모든 정당이 다투어 국민에게 돈을 나누어주자고 했다. 이른바 헬리콥터 모니(Helicopter Money)다. 코로나19 전염병에 대처하는 비상상황에서 생활비마저 벌지 못하는 국민과 소상공인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했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런데, 추석 즈음에도 서울·부산시장,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부 여야당이 코로나를 핑계 대며 돈을 나누어주겠다고 한다. 모두 국채를 발행해서 빚을 내서 재원을 마련한다.     


흔히 포퓰리즘에 빠져 망쳤다고 거론되는 나라에 베네수엘라, 그리스가 있다.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석유를 판 돈을 나눠주는 사회주의적 분배 때문에 나라를 망쳤고, 그리스는 1980년 22.5%이던 국가부채가 2018년 184.8%까지 늘었다. 여기에는 공무원 증원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공무원이 전체 노동인구의 25%란다.(중앙일보, 2020.9.15자 「그리스 파산, 과잉복지보다 과잉공무원이었다」 제목의 기사에서)     


이 정부 들어 공무원을 급격히 늘리고, 빚을 내어 돈을 뿌리고 있다. 국가재정법에서 5년간 재정운용계획, 국채상환계획, 40년간 재정예측 등을 하게 되어있는데, 이 법은 어디에 두고 재정준칙(?)이라며 새로 만든다 안 만든다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코로나19라는 안개 속인데, 기업을 돕기는커녕, 국내소비자를 위한다는 해괴한 발상으로 기업규제를 강화한다 하거나, 갑자기 독일의 하르츠(Hartz) 개혁처럼 단기직과 시간제 근무 도입을 골자로 유연하게 노동개혁을 하겠다는 것 모두 필자한테는 그저 표를 위한 쇼처럼 보인다. 내가 이상해졌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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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정치는 국민을 편하게 하는 것     


과연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전국 정당(政黨)이 있는지 모르겠다. 정당이 금방 쪼개졌다가 다시 붙었다 하는데 이것도 정당이라면 이게 과연 공당(公黨)인지 사당(私黨)인지 모르겠다. 보수·진보 어쩌고 하는데, 내가 보기로는 오십보백보 다 똑같다. 정부가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를 고치겠다며 이것저것 하는데 내가 보기엔 정부의 실패(government failure)다.     


모두 기업활동을 돕자는 것도, 소비자 후생이 늘어나는 것도 아닌 사탕발림에 불과한 여러 가지 법률안을 발표하고, 제1야당마저 갑자기 기본소득 도입과 경제민주화가 기본 당론이라는데, 그 내부에서조차 그런 당론이 확정된 것인지 논란이 있다. 한편 이참에 기업규제 강화와 노동시장 완화까지 같이 하겠다고 한다. 엄청 다시 시끄러워질 모양이다.     


지역정당에 불과한 거대 양당이 내년 서울·부산시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옛날 권위주의 정부시절 막걸리·고무신 주듯이 ‘당장 먹기는 곶감이 달다’며 돈을 뿌리는 포퓰리즘으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세금부터 잔뜩 올려야 한다. 지금 뿌리는 돈은 모두 내 왼쪽 주머니에서 빼서 내 오른쪽 주머니로 옮기는 것이다. 마중물 역할도 못하는 돈 나누기는 근로의욕까지 해치고 정부에 의지하는 풍조만 부추긴다.     


기업규제강화나 노동유연화 모두 지금은 때가 아니다. 폭풍우 몰아치는 안개 자욱한 밤이다. 이 위기부터 지나 보내고 여유를 가지고 해도 늦지 않다.        


국민을 편하게 해 주어야 한다. 선거 앞두고 포퓰리즘에 빠져 엉뚱한 일을 벌이지 말고, 급한 대로 헌법 개정안 마련, 기업의욕 고취, 국방력 강화, 서민생활 안정 등 진실한 정책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     


* 그러다가〈시민기본소득〉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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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민기본소득을 생각하다     


단순하게 정리해 보자. 우리나라 복지(보건복지고용) 예산*을 약 200조원으로 보고, 이를 시민 5천만명에게 고루 나누면 1인당 400만원씩 돌아간다. 이걸 나눠주려고 뽑은 공무원만 수 만명인데, 그 공무원을 줄이고 모두 고루 나눠주자는 게 ‘시민기본소득’이다.  


* 2023년 예산 226조원을  5,155만명에게 나누면 1인당 438만원이 돌아간다   


65세 이상 어르신 중 70%, 아이들 중 90%에게 무얼 나눠 준다(지금은 100% 주는 것으로 바뀌었지만)며, 모든 사람과 가구의 정보를 모두 들여다보는 조지 오웰의 『1984』식 접근방법이 종전의 방식이라면, ‘시민기본소득’은 이런 절차 없이 돈을 지급하는 것이다.      


즉 일정한 의무(국방과 납세의무)를 다한 시민(여기에 5년 이상 합법적으로 거주한 외국인을 포함하고, 납세와 국방의무를 어긴 非시민은 제외한다)에게 누구나 도로나 주변 공원을 사용하듯이 국가가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다.      


부자까지 주는데 대한 반론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부자가 세금 대부분을 내고, 그도 가난해질 수 있고, 누가 가난한지 부자인지 따지는 쓸데없는 행정부담이 너무 크다. 부자는 받은 돈을 가칭 ‘기본소득 공익기금’에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 2023년 11월 8일 ‘2편 좋은 정치경제학과 행복한 시민’으로 계속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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