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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Mar 13. 2024

엉터리 민주주의와 팬덤정당을 어쩐다?

한풀이 8 (정·경 4)

1. 들어가는 글     


4월 10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온 나라가 소란하다. 금배지라던가 국회의원 하려는 사람이 많은데, 정원을 한 2천명, 3천명으로 늘리면 어떨까? 의대정원 2천명, 3천명 증원 어쩌고 하듯이 말이다.     


민주주의의 최초 모습인 그리스 아테네 폴리스 (polis)의 민회(ecclesial)는 군사복무를 마친 20세 이상의 성인 남성이 참석했는데 정족수가 6,000명이었다고 한다.

(『정치학의 이해』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박영사, 중판 2019, 8쪽).     


그때는 직접민주주의니까 지금의 대의제(간접) 민주주의와 다르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국회의원 하고픈 사람이 많으니, 이 자리를 경매(競賣)로 팔아 모자란 세금을 보충하면 어떨까.      


우리나라는 국회의원에게 명예와 좋은 보수를 주고, 정당에도 보조금을 주는데, 이걸 바꾸어 국회의원은 명예직(또는 최저임금)으로 하고 정치하고픈 사람에게 직을 팔아 국고를 보충하자는 것이다.     


* 요즘 힘든데 웃자고 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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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410일 총선의 모습      


나는 지하철이 공짜인 이른바 지공대사다. 즉 나이깨나 먹은 국민, 시민, 정확히 말하면 궁민(窮民)인데, 평생 투표를 하지 않은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지난 대통령선거(2022년 3월 9일)에서는 투표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후보를 고르지 못했는데, 이번은 이미 정해두었다.     


이번에도 투표용지가 엄청 길어질 모양이다. 나의 첫 번째 의문은 나를 정치적으로 대신할 인물을 뽑는데, 본인이 중요하지, 어떤 정당이 공천했는지 여부가 그리 중요한 것인가다. 정당 추천이 없는 후보 (‘무소속’이라고 하던가)라도 훌륭하면 뽑아야 하는 것 아닌가.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정당 만들기가  어렵다. 돈과 사람을 모아야 하니 말이다.      


후보의 정책, 공약을 보고 뽑아야 하는데, 정당 깃발을 보고 뽑고 있다. 만일 어느 정당 소속이라면 그는 당론에 매인 거수기에 불과하지 않나. 누군가 말했다. 민주주의는 투표장에서 끝난다. 투표 전에는 유권자가 갑이지만 투표 후부터 임기 내내 의원이 머리 위에서 군림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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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당들이 의대 문제에 모두 묵비권을 행사     


지난 2월 6일 정부가 갑자기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의 2/3인 2천명을 내년부터(당장) 늘리겠다고 발표하여 나라가 흔들리고 있는데, 여당도 야당도 제3지대도 모두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의사 14만명 대 일반인 5천만명인데, 여론조사에서 80%이상이 의대 증원에 찬성이라나?수십년 동안 의대정원을 1명도 증원하지 않아 의사가 부족하다나? 등 과학적 분석도 없이 의사를 의새, 악마로 만들고는 밀어붙이는데, 총선에 영향 줄까 보아 그런지 정당들이 모두 묵비권을 행사하는데. 이게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는 정당이라고? 뎡당, 뗭당 아냐?       


차제에 국회의원도 2천명, 3천명으로 늘리자. 지방의원도 국회의원으로 바꾸고 지방에는 국회의 시도 지회, 시군구 지회를 두자.      


어때요 제 생각이?

- 정치인, 정치꾼들 모두 와글와글하고, 자기들도 집단 사직한다고 하려나---      


우리나라 사람들 정치적 욕망이 큰 모양인데, 국회의원들은 체육관에 모여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데, 왕창 늘리는 게 뭐가 문제지.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 비서 1명---        


예전 폴리스는 직접민주주의였는데, 현대에 이르러 고안된 ‘정당’이라는 거간꾼이 진짜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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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리나라 정당     


이번 선거는 전부터 있어온 거대 양당 (국힘, 민주당)과 새로 만들어진 제3지대 정당으로 구분되는데,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보니 올 들어 등록한 정당 8개가 있었다.


(등록일, 대표자, 가나다 순)     

개혁신당 : 2.6. 이준석

국민의 미래 : 2.27. 조혜경

국민정책당 : 3.7. 김중일, 이기남

더불어민주연합 : 3.7. 윤영덕

사회민주당 : 2.15. 정호진, 한창민

새로운 미래 : 2.19. 이낙연

조국혁신당  : 3.7. 조국

태건당 : 2.27. 방상용     


제법 낯익은 인사도 보이는데, 내가 보기로 우리나라 정당은 우후죽순(雨後竹筍)이다. 선거를 앞두고 급조되었다가 슬그머니 사라지는 뜬구름 정당도 있다.      


기존 양당은 이번에도 지역구 전문과 비례제 전문으로 나누었다나, 두 가지 다 하는 정당도 있다던가. 모두 뻥과자 수준.     


기존 양당도 얼굴마담 이름 붙여 윤석열당(한동훈당), 이재명당 어쩌고 할 수 있지만, 새로 등록한 정당은 아예 대표 이름만 보아도 누가 왜 만들었는지 명확하다. 즉 ‘팬덤정당’이라는 것이다. 어느 정당은 대표끼리 악수해서 두 당이 합했다고 하더니 금방 다시 갈라섰다던가 하도 변화무쌍, 신출귀몰하니까 신문을 1주일만 안 보면 이게 무어더라 하다 놓쳐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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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여론조사 이야기     


나는 여론조사를 잘 보지 않는다. 우리나라 여론조사는 기관마다 표본 규모나 선정 방법 등에 편향성이 있어 보여 믿지 않는다.      


그런데 전부터 미국 모닝컨설트(morning consult)의 세계 주요 지도자 지지율은 보아 왔는데, 작년까지 매주 22국에 대해 발표하더니 올 들어 25개 국가에 대해 월 1회 발표하는 모양이다.     


지난 3월 8일 자는 2월 29일부터 3월 6일까지 조사했는데, 1, 2월과 조사결과가 비슷하였다. 세계 25개국 중 한미일 3국만 보면, 미국 바이든 11위 37%, 윤석열 22위 23%, 기시다 25위 18%(꼴찌)였다.     


Yoon Seok-youl  지지 23%, 반대 72%, 유보 5%

Joe Biden         지지 37%, 반대 55%, 유보 8%

Fumio Kishida    지지 18%, 반대 67%, 유보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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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정당과 과두제의 철칙     


2024년 2월 12일자 글에 정당에 과두제의 철칙이 있다고 써 두었다.       


정당과 과두제의 철칙’ (brunch.co.kr)          


정당이 무엇인가 찾아보다가 정당에 ‘과두제의 철칙’이 있다는 걸 알았다. 박상훈의 『정당의 발견』 (후마니타스, 개정2판 2018)에 이렇게 쓰여있다(27쪽).     


* 정당조직의 과두화/과두제의 철칙(iron law of oligarchy)     


아무리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라 할지라도 규모가 커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수의 간부를 위한 조직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 그리고 이는 피할 수 없는 철칙이다.

독일 출신 정치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Robert Michels)에 의해 이론화되었는데, 그는 이를 단순화해서 “조직을 말하는 자는 과두제를 말하는 것이 된다.”라고 했다. 결국 조직은 반민주적이라는 말인데, 그래서 그는 조직 없는 민주주의를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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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당법의 등록요건(5개 시도에 각각 1천명, 최소 5천명)이 있더라도 정당은 과두제(寡頭制), 즉 소수의 간부로 돌아가는데, 정당 등록에 5천명의 당원을 요구하는 제도가 타당한지 의문이다.     


외국처럼 2인 이상, 아니면 5개 시도에 각각 1백명, 최소 5백명 정도로 완화하든지, 정당을 만들 수 있게 하고, 선거 참여 시 기탁금을 내니까 선거에서 일정 수준의 표를 얻지 못하면 기탁금을 국고에 귀속하는 것만으로도 정당 등록제도는 현재처럼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요즘 같은 인터넷, 모바일과 AI 세상에 이렇게 비효율적인 정당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나 의문이다. 1인 시위도 가능하고 1인 미디어도 있는데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말했다. 모두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있는데, 최소 5천명이 모여야 정치적 결사인 정당으로 등록할 수 있다는 건 웃긴다.     


일본에는 정당법이 아예 없고, 대만은 2명 이상이면 정당 등록이 가능하다고 하던데. 우리만 구시대 정당제도

(앙시앙레짐)로 뒤처져 있는 것 같다. 이런 정치의 후진성과 고비용성 문제를 빨리 고쳐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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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독일, 일본과 대만의 정당제도     


독일의 정당     


독일기본법 제21조 제1항은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그 설립은 자유이다. 정당의 내부질서는 반드시 민주적 원칙을 따라야 한다. 정당자금의 출처 및 사용내역, 그리고 재산에 대해서는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독일에서는 전국 규모인 연방차원뿐 아니라 주 차원인 광역 단위에서도 정당활동이 가능하다. 정당설립을 위해 단지 정치적 결사체만을 필요로 할 뿐 다른 특별한 요건이 없다. 2013년 ‘Nein!-Idee(No-Idea)’라는 정당은 당원이 61명인데도 정당으로 인정받았다.      


정당이 존속하려면 6년 이내 1번은 연방 총선이나 주 총선에 참여해야 한다.      


* 『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 조성복, 지식의날개, 2018, 75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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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정당     


일본에서 정당은 소속 국회의원이 5인 이상인 정치단체이거나, 전회 중의원 의원 총선거 혹은 전회나 전전회 참의원 의원 통상선거에서의 전국 득표율이 2% 이상인 정치단체를 말한다. 따라서 현재 국회 원내단체 중 오키나와 사회대중당은 정당이 아닌 정치단체 취급을 받는다.      


한편 도민퍼스트회신당대지같은 지역정당은 법적으로 정당이 아닌 정치단체에 속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현실과 맞지 않아 지역정당의 중앙정계 진입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이 있다.
 
현재 일본 국회에 의석을 가지고 있는 정당/단체는 11개이다. 이 중 집권당인 자유민주당과 공명당은 연정 관계에 있다.     


* 〈나무위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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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정당     


인터넷에서 대만 자료(2023년 8월 9일)를 보니 대만에는 민진당, 국민당, 민중당 등 88개의 정당이 있다고 한다. 어떤 자료는 301개라고 하던데?.     


1989년 ‘인민단체법’에 의거 등록한다고 한다. 정당법은 따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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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공천과 사천, 꽁천과 싸천     


선거철이 되면서, 여기저기 합종연횡(合從連橫), 이합집산(離合集散) 정치인인지 정치꾼인지 들이 여기저기 우르르 몰려다닌다.  

   

내가 보기로는 정당과 공천제도가 특정인의 정치적 욕망 달성의 수단이지, 국민과 시민의 권리와 복리 증진이라는 공동선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나는 정당제도가 우리나라 정치 후진성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본다. 지금껏 몇 주 동안 각 당의 공천인지 사천인지, 꽁천인지 싸천인지가 시끄러웠고, 어느 당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이 탈당해서 상대당의 후보로 선거에 나가는 어처구니도 보았다.        


이렇게 정치적 신념이나 정책이 아니라 자신의 선거에 정당을 이용하는 사람과 이런 일을 하는 엉터리 정당에게 국가가 보조금까지 주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이런 모습을 언제까지 바라보아야 하나.     


* 다음 정치·경제 이야기는 ‘4.10. 총선과  정치 행태’ 입니다. (2024년 3월 27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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