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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날 안녕 강릉, 그리고 에필로그

by 준환

9.2.(금) 맑음


마지막 날


강릉 마지막 날. 짐 싸고 오전 숙소를 나섰다. 마무리 음식은 장칼국수였다. 영진리 허름한 가게에서 처음과 끝을 함께했다. 강릉에는 장칼국수 집이 많다. 고추장 국물 빛깔은 엷은 색깔이 비슷하나 맛은 조금씩 달랐다. 그중에 진한 건 분명 맛있었다. 하지만 끝까지는 아니었다. 과하지 않은 건 그와 반대. 마지막 장칼국수가 그랬다. 황태 조각과 달걀 때문인지 맵거나 짜지 않은 국물이 자꾸 당겼다. 강릉이 내게 준 느낌과 같다.


강릉에는 해변이 많지만 모두 제각각. 식당을 나와 해변을 돌았다. 영진, 연곡, 사천진, 사천, 순긋, 경포, 강문까지. 한 달 중에 보름을 바닷가에 있었으니 간 곳이 적지 않았다. 소돌과 주문진해변은 방향이 달라 마음으로 작별했다.


첫날처럼 화창한 날 기분이 산뜻하다. 이제 중앙시장에서 샌드과자를 사고 돌아간다.


안녕 강릉.




에필로그


처음부터 강릉 한달살이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지난 이월, 팔 개월간 육아휴직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다 다른 일정이 없는 7~8월을 특별하게 채우고 싶었다. 아내와 상의하여 아이 방학인 8월, 제주도에 이어서 또 한 번 한달살이 하기로 했다.


남해와 동해중에서 가까운 동해로 정하고 고성부터 동해시까지 숙소를 찾아보았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8월 휴가철 성수기 요금은 평소에 두 배였다. 더욱이 우리가 원한 바닷가 숙소는 많지 않았다. 인터넷을 뒤져 가격이 괜찮은 강원도 동해안 살이 카페를 찾았고 열 군데 넘는 숙소 주인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두 곳이 답장했다. 모두 아파트였다. 동해시 삼십 평과 강릉 영진리 이십 평 가운데 아내는 주저 없이 강릉을 골랐다.


강원도 동해안에서 가장 큰 강릉. 커피, 해변, 산 다양한 걸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그 못지않게 운명이라고 생각한 건 아내와 첫 여행지였기 때문이다. 한달살이 숙소에서 걸어서 십 분 거리 영진해변이 내려 보이는 높은 언덕 펜션에서 둘이 하루를 보냈다. 십 년이 지나 그때보다 번화해진 동네에서 셋이 되어 한 달을 지냈다. 또 십 년이 흘러 다시 만난다면 지난 두 번의 추억이 더해져 감상은 몇 배가 되지 않을까.


제주에서 세 번, 강릉에서 네 번 즐겁게 손님을 맞이해 준 아내에게 감사드린다. 아이가 외로워하지 않도록 꼭 필요했으나 매일 아침 식사와 잦은 저녁 준비로 번거로웠을 텐데 불평 한마디 없었다.


잘 지내 준 야니도 고마워. 약속한 대로 오 년 지나 보름 살이 또 하자.


* 남해 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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