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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열 번째 날 – 세 친구 가족

by 준환

7.29.(월) 맑음


헤어짐


일찌감치 일어 난 하니 아빠와 야영 장비를 정리하고 있으니 한 사람씩 일어났다. 갈 길이 멀어 아침밥도 거르고 출발했다. 목적지는 사천케이블카. 함께 관람 후 헤어질 예정이다.


“허전해?” 부족한 방 때문에 다른 가족과 이틀을 지낸 아내가 물었다. “처음 한달살이한 제주도에서 첫 손님들이 갔던 느낌이야. 그해 다음으로 갔던 강릉에서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 년이나 지났기 때문인지 다시 같은 기분이네.” 아마 함께했던 오랜 친구들은 떠나고, 난 남기 때문일 거다.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걸어가며 진주에 사는 하니 아빠가 사천 교외에 있는 한 식당을 추천했다. 이름난 집이라 관람을 마친 시간에는 오래 기다릴지도 모른다는 말과 함께였다. 시내 돌아오는 번거로움이 있으나 하릴없는 점심 대기보다는 나았다. 표만 끊어두고 곧 삼천포를 벗어났다. 한가한 농촌 들판 사이 음식점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었다. 특별한 게 있겠나 생각한 찰나, 입구는 이미 도착한 여러 무리로 북적댔다.


자리에 앉고 삼십 분이 지났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툼한 탕수육과 비빔 만두가 접시를 가득 채워 먼저 나왔다. 달지 않은 소스와 파 채가 잘 어울렸다. 반 넘게 먹었을 때 짜장면과 짬뽕이 나왔다. 홍합과 바지락이 가득 들어간 짬뽕은 신선하고 국물이 진했다. 다만 우리 세 식구에게는 많은 양. 이미 앞서 나온 음식에 어느 정도 배를 채워 나중에 나온 건 대부분 남기고 말았다. 아이는 주 음식보다 양파채 접시를 여럿 비웠다. 이곳이 양파 맛집이라며 별점 다섯 개를 줬다.


사천케이블카는 남해바다를 사이에 두고 사천시와 초양도를 잇는다. 사천시 삼천포대교에 닿은 언덕에서 출발하여 바다 건너 초양도에 잠시 섰다가 돌아와 뒤쪽 각산에 이른다. 사백 미터 남짓 산 전망대에 섰다. 수많은 섬이 바다 위 진한 녹색 빛깔로 몽실몽실 구름을 이루었고 하나하나 사람 손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어떻게 저런 작은 곳까지 삶터가 되었는지. 푸른 바다에는 어선들이 바삐 오갔고 온전한 모양의 멸치를 잡기 위해 죽방렴이 이곳저곳 설치되었다. 인근은 모두 한려해상국립공원, 오래 서서 즐길만했다. 뙤약볕 아래 힘겹게 오른 아이들도 즐거운 눈치였다.



아쉽지만 헤어질 시간. 진주는 한 시간 남짓, 서울 사는 동이네는 그보다 한참 더 먼 거리를 간다. 그렇게 삼일 여독이 쌓인 채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각자 공간으로 돌아갔다.


오전부터 피곤한 몸이었다. 사천에 들러 필요한 물건과 저녁거리를 샀다. 남은 기간 불빛 하나 없는 시골 밤을 간간이 붉게 물들일 장작도 한 상자 차에 실었다.


여섯 시 아직 햇살이 강했다. 자반고등어 한 손 굽고 남기고 간 찌개거리를 끓였다. 종이와 스티로폼 상자, 집에 있는 작은 탁자를 꺼내 가까스로 야영장 분위기도 냈다. 하니네 장비에 비해 하잘것없었는지 아이가 말했다. “우리 의자는 왜 이리 볼품없어?” 다음번에는 의자와 번듯한 탁자를 하나 사야겠다. 아내가 물었다. “아직 허전해?” 마음은 이미 강릉살이 때로 돌아갔다. “사람들이 있으면 함께해서 즐겁고, 없으면 번잡하지 않아서 좋아.” 아내도 동의한 것처럼 별다른 말이 없었다. 무엇보다 사흘 동안 친구와 그 식구들을 성심껏 반겨줘 고마웠다. 좀 더 앉아 보내고 싶었으나 다리가 울긋불긋했다. 의자 둘레로 잔뜩 모기향을 피웠음에도 해가 떨어지며 벌레들이 아랑곳 않고 달려들었다.


하니 아빠가 묵던 텐트에 들어갔다. 바깥 기온은 27도 열대야지만 바람이 조금씩 불어 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엎어둔 반달 모양 창밖으로 남해도 산들 위 하늘에 별이 떴다. 작은 항구를 몇몇 가로등으로 밝히기엔 칠흑같이 어두운 밤, 어느 곳보다 촘촘히 빛났다. 별자리 앱을 켜 수평선에 갖다 대었다. 지금 시간에는 처녀자리가 한가운데, 왼쪽 위에 명왕성이 표시되어 있다. 다만 어둠에 익숙하지 않아 눈으로는 오른쪽 위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만 선명했다. 밖에서 관찰하고 싶었으나 모기가 두려웠다. 가만히 누워 점점 더위가 누그러지길 기대하다 스르륵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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