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1.(수) 맑음
지난밤 일찍부터 잠든 어머님은 부스럭거리며 들어온 딸네 세 식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선선해진 밤 기온, 오랜만에 자연 바람을 느끼며 금세 잠들었다.
장거리 운전과 자주 바뀐 잠자리에 여독이 많이 쌓였으나 남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른 아침 나선 길 내내 구름 한 점 없었다.
진주부터 사천까지는 평지가 상당히 넓다. 그곳은 비행기와 관련된 산업이 발달했다. 사천공항, 진주 비행장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들어섰고 그 발자취를 담은 항공우주과학관과 박물관이 있다. 어디든지 한산한 남해군과 달리 진입로부터 사람이 북적댔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깨끗했고 전시물들은 최근 경향을 담아 잘 관리되고 있었다. 야외 비행기와 로켓 모형 곁에서 사진 찍고 싶었으나 날이 너무 뜨거워 내부만 둘러보았다.
사천까지 운전했던 나를 대신해 아내가 차를 몰았다. 남해 생활에 익숙해져 시골길을 즐기는 모습. 삼천포대교 가까운 바닷가 산책로와 카페거리에 잠시 쉬어갈까 했으나 긴 이동 거리에 집이 그리웠다.
여행지 마을은 항상 떠날 때가 가까워서야 둘러보게 된다. 여느 시골처럼 걸어서 한참 거리, 버스 정류장 근처까지 가서야 일주에 한 번 분리수거를 할 수 있다. 차에 싣고 가자는 아내를 두고 혼자 양손에 가득 들었다. 얼마 되지 않아 온몸이 땀으로 젖었고 억지로 담은 탓에 봉투 밖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미련스레 걸은 건 산책하며 풍경을 담고 싶어서였다.
창선도는 우리나라에서 고사리가 가장 많이 난다. 흙이 비옥하나 대개 돌 많은 비탈이거나 깎아 만든 평지에 무성하다. 삼사월, 여린 것을 수확해 말려 두고 먹는 데 지금 칠월은 키가 크고 억세어 먹지 못한다. 다년생으로 냉해를 입으면 몇 년이 지나야 회복되기도 한다. 학교급식을 위해 산지와 무던히 가격 줄다리기하던 고사리가 문득 떠올랐다. 실제 모습은 이렇구나. 집으로 가는 내리막 입구에 섰다. 좁은 땅이 진녹색 너른 들판 같았다. 지족해협으로 눈을 돌리니 한가운데 다리 놓인 작은 섬에 사람들이 오갔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내일이라도 가봐야겠다.
화덕에 불을 붙였다. 오늘 역시 일렁이는 장작불과 살랑거리는 바람의 유혹에 이끌렸다. 종이 상자에 붙은 불이 얇은 장작으로 옮겨졌고 곧 굵은 것을 태웠다. 하나가 낸 빛은 크기에 차이가 있으나 길지 않은 절정 후, 뒤이은 것들에 넘겼고 합쳐진 불은 작아지거나 커졌다. 주고받는 모습과 성쇠는 회사 생활과 비슷하지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