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알고 쓰는 건가?
전형적인 공대생인 나는 먼저 사전을 찾아본다. 사파리를 켜고 즐겨찾기에 추가해 놓은 네이버를 열고 초록색 검색 창에 '평범'이라는 두 글자를 넣어 검색한다. 그 결과는 "평범하다의 어근"...... (한숨). 다시 '평범하다'라고 검색하면.
[형용사]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
[유의어] 무난하다, 범상하다, 수월하다
나는 사전적 정의처럼 색다른 특색 없이 말 그대로 평범한 사람일까?
10년 전인가 꽤나 인기 많고 시청률도 많이 나오는 '스타킹'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강호동이 MC로 나와 여러 패널 또는 게스트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재미를 이끌어 내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스타킹'은 남들보다 뛰어나고 특색 있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재능을 뽐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고 게스트는 그 자리를 빛내기 위해 아주 사소하더라도 그들만의 특기를 화려하게 선보였다. 어떤 사람은 하늘에서 몇 바퀴를 도는지 셀 수 없을 정도로 회전해 합판을 두 동강내는 태권도를 섬 보이고 또 다른 사람은 유명 연예인과 닮은 얼굴을 가졌다는 이유로 TV 속 화려한 스튜디오를 채웠다. 그 속의 사람들은 '평범'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평범'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사람일까? ‘스타킹’에 나와 MC와 패널을 깜짝 놀라게 해 줄 만큼 특이한 특기를 가지고 있을까? 과거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물보다는 커피를, 음료수보다 술을 찾게 되는 나이가 되었을 때이다. 나이가 차면서 대화의 주제가 조금씩 진지해지고 친구들과 쓸모없는 게임 얘기, 영양가 없는 잡담보다는 조금 더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평범'은 대화의 주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함박눈이 내리던 2015년 12월의 겨울날 친구 6명이 어울려 강원도 산자락의 스키장으로 놀러 간 날이었다. 20대 답게 우리는 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스키와 보드를 타고 나서도 전혀 지치지 않고 빈 속에 삼겹살과 술을 채우기 위해 서둘러 움직였다. 어느덧 밤 12시가 되고 조금씩 술기운과 피로감이 몰려오며 하늘 높이 떠 있던 기분은 조금씩 조금씩 가라앉아 땅 속 깊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친구가 바로 그 주제를 꺼냈다. 그의 첫마디는 이랬다.
나는 평범하지 않은 것 같아
이 말을 꺼낸 친구는 어떤 사람일까? 사전적 정의처럼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을 가진 사람일까? 장담컨대 그렇지 않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만약 서울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강남이나 홍대에서 그 친구를 찾아보라고 한다면 나는 절대 찾지 못할 것이다. 그럼 우리는 왜 스스로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걸까?
세상에 평생 동안 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은 없다. 모두 다르고 행복한 때로는 고단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 경험이 하나씩 쌓이고 모여 생각과 행동 그리고 한 사람을 만든다.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 치부해 버리기엔 한 사람이 가진 경험은 너무나 특별하다. 평범함을 인정하는 건 스스로의 경험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평범함을 부정하는 건 나 자신이 세상 어떤 것보다 빛나고 아름답다는 걸 알아가는 과정이다. 평범에 대한 고민은 사실 내적 성장을 위한 발판이지 않을까? 보석함에 담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경험을 소중히 보관하는 과정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