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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May 08. 2024

지속가능한 몸과 마음


먹는 것에 진심이 되자.

더 덧붙이자면,

영양을 챙겨서 든든하게.


살면서 탄단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영양마저 다이어트를 위해 챙기고 있었다. 열량만 신경 쓰고 영양은 뒷전인 경우가 많았다. 배가 고파야 다이어트라고 생각했고, 운동 적당히 하고는 식욕만 돈다면서 운동을 멀리한 적도 많았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라는 단순한 진리는 불편한 진실에 가까웠는데, 언제나 감량 목표를 달성하고 뒷심 없이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달리기가 좋아지면서 가벼운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 예쁜 옷을 입으려고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할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몸보다 음식 생각을 많이 했었다. 다이어트가 끝나면 보상에 대한 욕구도 물밀듯이 밀려왔다. 마저도 채워지지 않으면 식습관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지속주가 가능한 몸을 만들고 싶었다. 먹어야 해. 많이 먹는 아니고, 영양소 채워서 오랫동안 든든한 음식으로. 스스로에게 계속 물었다. 나는 진심으로 내 몸에, 내 건강에, 영양이 가득한 음식에 관심이 있는지. 몸에 이어 정신(감정)의 다이어트도 해보기로 했다. 끝나지 않는 질문으로. 좋은 질문들은 어떤 대답보다 효과가 좋다.


나는 왜 달리고 싶은가?

달리는 일은 나에게 어떤 점에서 이로운가?

가벼운 몸으로 달리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어떤 순간에 나는 달리기보다 감정식사를 선택하는가?

피곤해서 못 뛸 것 같았지만 막상 잘 뛴 날은 일주일에 얼마나 되는가?


내겐 감량해야 할 체중이 있다. 오직 감정의 무게다. 감정을 몰개성한 채로 두면 분노로 대응한다. 집요하게 파고다.


그런 마음들은 대체로 그냥 두면 사라져요.

"너, 또, 왔구나."하고 그냥 두면, 조금씩 사그라들어요.

가끔은 좀 오래 걸리긴 하지만.


나도 이런 생각으로 종종 글을 쓰지만 세상에 예외 없는 법칙은 없으니까.


어떤 날의 분노 그 밑바닥에는 이런 마음이 있기도 했다.

끝까지 애만 쓰다 보람도 영광도 없이 죽을 것 같아 두렵다.


나는 보람을 원하는가?

보람이란 무엇인가?

안락하고 위험 없는 생활인가?

새로운 것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지 않나?

둘은 서로 말이 맞지 않는 것 아닌가?

영광은 무엇인가?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능력인가?

모두의 부러움을 살 수 있는가?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면 무엇이 좋은가?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나는 어떨 때 나를 사랑하는가?

노력하지 않는 나는 가치가 없는가?

누군가 나를 가치 없게 본다고 해서 내가 가치 없는 인간이 되는가?

누군가의 인정만이 나를 가치 있는 인간으로 만드는가?


답변 없이 질문만 했는데, 새로운 질문으로 채웠을 뿐인데 극단의 모노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한껏 뜨거웠다가 자의식이 사라지니 자기 인식만 남는다. 이런 과정들이 자주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아주 가끔 나를 괴롭혔는데 달리면서부터 좀 더 쉬워졌다.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가는 습성을 닮아가는 것 아닐까.


나른해진 봄날, 여전히 씽씽 달리고 있을 미래의 몸과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백발은 멋지고, 다리는 튼튼하며, 심장은 싱싱할 것. 가벼운 몸부터가 운동 준비인, 먹는 것 까지가 운동의 마무리인 이 세계를 음식만큼이나 사랑해 버렸다. 이 삼각관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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