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by 뭉클


퇴근 후엔 대체로 몸이 무겁다. 마음은 더 무겁다. 하지만, 달려도 되는 몸인지는 몸이 판단한다. 정확히 말하면, 운동화 끈을 묶고 걸어 나가 일단 달리기 시작한 후의 몸. 내 몸이 그간의 피로를 잊고 쌩쌩 달리는 반전을 맞이할지, 기분 좋게 나가 놓고 '오늘은 도저히 안 되겠다. 이러다 다치겠어. 터덜터덜' 걸어 들어올지는 알 수 없다.


나가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평소 혼자 달린다면 이런 아리송한 날 나가지 않거나, 나갔다손 치더라도 터덜터덜 그냥 들어오는 날도 많았을 것이다. 같이 달리면 서로를 응원하고 각자의 성취에 엄지를 치켜세운다는 점에서 이롭지만 무엇보다 더 좋은 건 끊임없이 작은 목표들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다.


10km 완주를 했으니, 이제는 시간 단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달리기 수업에서 코치님이 해준 조언에 따라 인터벌보다는 지속주를 연습하기로 했다. 다만 5km를 30분 안에 들어오는, 그래서 10km를 한 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그러려면 1km당 5~6분 페이스를 만들어야 한다.


마라톤 참가 이후로 벌써 2주가 훌쩍 지났다. 5월의 가족행사와 학교행사는 나의 루틴을 앗아갔다. 제대로 뛰지 못했지만, 덕분에 갈증이 잔뜩 생겼다. 뛰지 못할 상황은 계속 생길 테니 이럴 때마다 무리할 생각은 없다. 일주일 정도는 매일 뛰어볼까 생각하고 있다. 5월은 관계의 달이며, 관계 속에서 애정과 함께 살도 차올랐으므로. 다만, 피로도가 쌓이거나 달리기에 질려버리는 건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미래이다.


뭘 먹을지 생각하는 시간만큼만 몸을 생각한다면 우린 더 건강해질지도 모른다. 몸을 살피는 일은 유난스럽고 일상을 애써 도려내는 일 같았다. 다리가 자주 붓고 묘기증으로 고생했지만, 마른 몸에 비해 아프지 않은 몸을 바라는 일은 얼마나 생경한지.


무엇에 주로 마음을 두는가? 달리고 나면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다. 적어도 그 순간은 그렇다. 누군가의 가능성을 믿어준 만큼 상대가 노력하지 않을 때, 나는 그 믿음에 대해 보상받고 싶어 진다. 역시나 그런 걸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는 걸까? 하지만 축복이 되주진 못할 망정, 아직 받지 못한 축복에만 골몰하는 태도는 생을 갉아먹는다.


출발점에서 달려 다시 출발점으로 도착하는 원형의 놀이를 끝낸 후 집으로 돌아가다 내가 옮긴 걸음들의 자취를 돌아본다. 모닝 페이지를 쓰다 돌아본 내 노트 위 문장들처럼 제 목소리로 시끄럽지만 저녁 차디찬 공기를 타고 스러진다. 미래의 어떤 가능성에 대한 희망고문으로 오늘을 살기보다는, 오늘이 시작이며 끝인 원형적 사고로 살아가라고 나의 동그란 달리기가 가르쳐준다.

별 일 아니야. 삶은 이랬다가 저랬다가 종잡을 수 없어.


꾹꾹 눌러 걷는 사유의 걷기와 달리, 달리기는 사라지며 작아지는 매력이 있다. 고여있지 말 것. 흘러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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