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패키지여행 일정에 없어도 놓칠 수 없는, 발리의 핫플레이스는 어디?
여행사에 입사 후 발리에 대하여 이런저런 조사를 하거나, 혹은 발리 관련 여행 상품을 판매할 때마다 궁금했던 발리 내 지역이 있다. 바로 ‘사누르’라는 지역인데, 위치상으로는 발리 동부 해변을 끼고 있는 번화가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발리를 대표하는 서부 해변 지역으로 꾸따나 스미냑, 짱구 등의 장소를 들 수 있다면, 발리를 대표하는 동부 해변 지역으로는 누사두아와 함께 베노아, 사누르 지역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누사두아는 앞서 소개했던 대로 고가의 호화로운 리조트들이 많이 모인, 인상적인 해변을 가진 지역으로 많은 여행객에게 사랑받는 지역이다. 누사두아 북부에 있는 ‘베노아’라는 지역은 사누르와 마찬가지로 한국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지역인데, 발리에서 진행되는 상당수의 해양스포츠 프로그램이 이 장소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이 많이 붐비는 번화가와 같은 장소는 아니지만, 해양스포츠 패키지 프로그램을 즐기고자 하는 여행객이라면 한 번쯤 방문하게 되는 편이기도 하다. 누사두아만큼은 아니지만, 베노아에도 ‘홀리데이 인, 콘래드, 니꼬, 노보텔’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 리조트가 많아 숙박을 위해 베노아를 찾는 여행객도 꽤 있다.
누사두아와 베노아는 모두 이렇다 할 만한 상권이나 시내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누사두아에는 ‘발리 컬렉션’이라고 하는 그럴싸한 쇼핑몰이 존재하고, 베노아 또한 메인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식당이나 가게들이 조금씩 자리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꾸따나 스미냑 시내와 비교한다면 사실상 상권은 거의 없다시피한 수준이며, 베노아에는 그 흔한 스타벅스 하나 없다. 적어도 스타벅스 정도는 있어야 시내 취급을 받는다고 하던데, 베노아 쪽에는 스타벅스는 물론 맥도날드와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프랜차이즈 식당이 거의 없다. 그렇기에 누사두아나 베노아에 아무리 좋은 리조트가 있다고 한들 시내와의 인접성이 좋은 숙소를 찾는 여행객에게는 이러한 여행지가 잘 어필되지 않는 편이었고, 대부분 꾸따나 스미냑 지역의 숙소들로 예약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런 점은 같은 동부 라인에 있는 지역인 사누르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였을까, 여행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사누르의 일부 숙소들에 대한 상담 진행 및 상품 판매를 하면서도 ‘왜 내가 사누르 지역을 판매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계속 들 수밖에 없었다. 이론상으로는 누사두아나 베노아보다 더 큰 상권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 그리고 사누르에도 인터컨티넨탈을 비롯 하얏트 리젠시나 홀리데이 인 등의 고급스러운 브랜드 호텔 및 리조트들이 많이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으나, 실제로 그 지역의 분위기가 어떤지, 여행을 즐기기에 적합한 장소인지 등은 정말 궁금했었다. 그렇기에 2022년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시국이 끝나가는 시점 발리에 방문했을 때, 일부러 2박을 사누르의 리조트에 투자해 직접 사누르 여행을 진행해 보기도 했다.
사누르는 누사두아나 베노아와 마찬가지로 발리 동부 해변에 있는 지역으로, 발리의 메인 시내라고 할 수 있는 꾸따와 스미냑의 정 반대 방향에 자리한 지역이다. 사누르 지역에 투숙하지 않는 여행객이라면 사누르 또한 누사두아와 마찬가지로 일부러 방문하게 될 일은 그다지 없는 지역인데, 만일 당신이 발리 동부의 누사 페니다 혹은 렘봉안 여행을 즐길 계획이라면 반드시 사누르 지역에 방문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섬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스피드보트 등의 선박을 이용해야 하는데, 섬으로 이동할 수 있는 항구가 바로 사누르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누르 지역은 생각보다 넓은 축에 속하며, 선박 이용을 위해 사누르 항구에 방문하는 것만으로는 사누르 지역의 메인 시내를 돌아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앞서 이야기했던 ‘스타벅스 정도는 있어야 시내 취급을 받는다’는 말처럼 사누르 시내에는 스타벅스, 맥도날드, KFC 등의 프랜차이즈 식당이 자리하고 있으며, 해변 바로 뒤쪽 메인스트리트 쪽에는 다양한 바와 식당, 커피숍, 마사지샵 등이 자리하고 있다. 꾸따의 비치워크, 누사두아의 발리 컬렉션과 같은 대형 쇼핑몰은 없었지만, 거리 곳곳에 편의점과 식당이 많고 환전소 또한 많은 편이어서 사누르에서 지내는 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사누르 지역 또한 발리 동부에 있는 지역인 만큼 가볼 만한 해변이 많다. 카이트 서핑으로 유명한 남쪽 메르타사리 비치를 시작으로 스마왕, 판타이 카랑, 세가라 아유, 신두 비치 등의 멋진 해변이 약 8km에 걸쳐 자리하고 있다. 그중 사누르 메인 스트리트와의 인접성이 좋은 신두 해변이 인기가 많은데, 실제로 신두 해변에 가서 살펴보았을 때 외국인 여행객보단 현지인들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발리 동쪽의 해변답게 해가 뜨는 일출때 가장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으며, 해변 주변으로는 노천바나 식당들이 있어 분위기 있는 식사를 즐기기에도 나쁘지 않다. 주변 곳곳에서 예술품이나 기념품을 파는 작은 가게와 노점상들이 있어 가벼운 아이 쇼핑을 즐기기에도 좋다. 발리의 다른 해변 지역보다 현지인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인 만큼 로컬 분위기만큼은 확실히 나는 편이며, 외국인 여행객들이 주를 이루는 비치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장소다. 7~8월 정도, 시기만 잘 맞으면 사누르 북쪽 빠당 갈락 비치에서 열리는 초대형 연날리기 축제 행사도 만나볼 수도 있다.
< 사누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신두 해변의 선셋 타임. >
사누르 지역에서는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서부인 꾸따에 비해 해수 온도가 좀 더 차가운 편이며 해수면 또한 낮다. 이러한 환경과 함께 독특한 모습의 산호초를 비롯한 수백 종의 물고기, 갑각류 동물, 성게 등의 해양 동식물을 사누르 인근 바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물론 사누르에서 배를 타고 나가 만나볼 수 있는 누사 섬(페니다 섬, 램봉안 섬)들에 비하면 해양 컨디션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리조트나 다이빙 센터의 보트 투어 등을 잘 활용하면 사누르 인근 바다에서도 충분히 스노클링이나 스킨스쿠버를 즐길 수 있다. 발리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인 서부의 꾸따나 스미냑 쪽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일이다.
또한, 스노클링이나 스쿠버 이외에도 사누르에선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등의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으며, 특히 카이트 서핑이나 윈드 서핑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꼭 사누르에서 즐겨보길 권장한다. 카이트 서핑이나 윈드 서핑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데, 사누르 지역 주변에 다양한 서핑 관련 샵이 있어 서핑을 배우기에도 좋은 환경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여유가 있다면 저녁 시간에 사누르의 메인 스트리트를 걸어 보는 것도 좋다. 꾸따나 르기안 시내보다 덜 북적이며 번잡한 느낌이 적어 여유롭게 시내 구경을 하기 좋다. 거리에 식당이나 가게들이 매우 많은 편은 아니지만, 느낌 있는 식당이나 샵이 많아 시내 분위기를 즐기며 좋은 시간을 보내기 적합하다. 신두 야시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의 다양한 로컬 길거리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데, 시장 내 곳곳에서 판매되는 사태 요리가 정말 맛있다. 야시장의 음식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고급스러움보단 자극적인 맛이 강한 편인데, 현지인들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사누르 중남부에 자리하고 있는 'Massimo'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또한 추천할 만한 장소다. 이탈리안 레스토랑답게 피자와 파스타도 꽤 괜찮지만, 이 식당의 가장 매력적인 메뉴는 젤라또다. 사누르의 어떤 가게에서도 긴 웨이팅 줄을 보기가 어려운 편인데, 이곳의 젤라또 코너만큼은 주변 가게들과는 달리 많은 사람이 몰리는 편이다. 저녁 늦은 시간에 방문했던 나 또한 약 15분 정도 대기해서 겨우 젤라또를 먹을 수 있었는데, 실제로 맛을 보니 왜 이렇게나 인기가 많은지는 실감할 수 있겠더라. 가격도 나쁘지 않고, 발리 최고의 젤라또를 맛보고자 한다면 사누르의 'Massimo'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누르 메인 스트리트 안에는 식당뿐 아니라 술을 즐기기 좋은 바도 상당수 자리하고 있는데, 만일 당신이 풀 밴드 라이브음악을 좋아한다면 꼭 'Casablanca' 라이브 바를 추천한다. 발리에는 라이브 바가 넘쳐날 정도로 많이 있지만, 드럼과 베이스기타, 키보드와 일렉트로닉 기타 등을 모두 갖춘 풀 밴드 라이브연주를 할 수 있는 바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레트로한 감성이 돋보이는 바의 인테리어도 매우 인상적이지만, 바 중앙의 거대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밴드의 웅장한 사운드는 음악을 좋아하는 여행객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리라 생각한다. 흥 넘치는 고객들은 술잔을 든 채로 밴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음악을 즐기곤 하며, 가만히 술잔을 기울이며 연주하는 모습만 바라보아도 어깨춤이 절로 난다. 바 구석에는 포켓볼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어 밴드 음악과 함께 친구들과 포켓볼을 즐길 수도 있다.
< 사누르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라이브바 Casablanca. >
발리로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객들에게 있어, 사누르라는 지역은 아마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있는 지역이라 생각한다. 그저 누사페니다, 혹은 램봉안 섬을 가고자 할 때 거치게 되는 곳 정도로만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사누르만의 감성을 가진 지역이 발리에 또 있을까 생각해보면 딱히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발리 현지인들의 생활권이 사누르 지역에 일부 모여 있어 로컬 분위기가 많이 나는 장소이기도 하고, 여타 다른 발리의 관광명소보다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기에 좀 더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대형 쇼핑몰이나 마트는 없어도 스타벅스를 비롯한 브랜드 패스트푸드 체인점도 상당수 모여 있으며, 그런 유명한 곳이 아니더라도 사누르 곳곳에는 꽤 느낌 있는 식당과 샵들이 많다.
좀 더 이색적인, 다른 느낌의 발리 여행을 원한다면 사누르에 긴 날짜를 투자하기보단 1~2박 정도의 짧은 시간을 투자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이 든다. 여행을 많이 다녀왔던 나로서도 사누르의 감성은 발리의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색다르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소 올드한 감성도 있는 장소이지만, 최근 초대형 쇼핑몰과 클럽, 리조트들이 계속해서 건축되고 있는 지역인 만큼 앞으로의 발전은 무궁무진한 여행지가 되리라 생각해본다.
※ 미스터모의 여행일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