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발리의 숨은 명소, 발리 외곽 투어
한국인들에게 있어 인도네시아 발리라는 여행지에는 어떤 이미지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생각한다면 최고의 휴양지, 신혼여행의 성지, 고급스러운 풀빌라, 서핑과 해양스포츠를 즐기기 좋은 곳 등의 이미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실제로 발리를 찾는 한국인 여행객 중 상당수가 신혼여행을 목적으로 방문하고 있으며, 동성 친구들끼리 찾는 여행지라는 느낌보다 커플, 신혼부부, 가족 여행 등으로 방문하기 좋은 여행지라는 느낌이 더 많다. 그렇기에 국내 수많은 여행사에서도 발리 패키지여행을 ‘휴양’이라는 컨셉에 가둔 채 일정을 만드는 편이며, 그 외의 컨셉을 주력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특히 신혼여행 패키지여행 상품은 그 정도가 더 심한데, 4박 6일의 신혼여행 패키지 프로그램 속에는 최소 3~4회 정도의 마사지가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고 투숙하는 숙소 또한 저렴하든 비싸든 기본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하는 고급 리조트의 풀빌라 객실들을 기본적으로 세팅하고 있다.
하지만 발리를 찾는 외국인들은 발리 여행의 컨셉을 휴양에만 국한하고 있지 않은 편이다. 물론 외국인들 또한 발리에서 휴양을 즐기고자 하는 경우도 꽤 있지만, 전반적으로 한국인 여행객 정도는 아니다. 발리는 호주에서 가까운 편이기 때문에 호주 관광객이 전반적으로 많은 편인데, 그중에서 발리에 휴양만을 위해 방문하는 여행객은 나이가 들어 퇴직한 후 긴 기간 동안 발리에 머물며 휴식을 하려는 고령의 여행객이나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 정도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호주를 비롯한 서양권에서 방문한 여행객들은 발리에서의 다양한 체험과 즐길 거리를 찾아 여행하는 편인데, 대표적으로 서핑을 즐긴다거나 여러 가지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등의 투어를 즐긴다. ATV나 지프를 몰거나 레프팅을 즐기는 등 직접 몸을 쓰는 투어를 곧잘 즐기는데, 그들의 국가에서 즐기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기도 하고 발리의 바다와 정글은 자기 나라의 환경과는 다르기에 이러한 색다른 환경을 즐기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인 여행객, 특히 여행사의 패키지여행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여행객이라면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투어들이 인기인데, 바로 트레킹이다. 발리에는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멋진 경치의 산과 들, 숲과 폭포들이 많은 편인데, 이러한 이색적인 경치를 볼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 트레킹이다. 말이 트레킹이지, 어떻게 보면 산을 타는 등산과도 같은 것인데 굳이 발리까지 가서 힘들게 등산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발리에서의 등산은 어떤 매력이 있고, 왜 많은 사람이 일부러 몸쓰는 일을 즐기는 것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서양인들이 트레킹을 즐기는 것은 단순히 산과 들, 숲과 강이 좋아서는 아니다. 최근 서양인들의 여행 트랜드를 살펴보면, 그들의 여행 스타일 속에서 ‘힐링’과 ‘건강 회복’이라는 목적을 찾을 수 있다. 트레킹을 즐기면서 체력도 기르고, 평소에 볼 수 없는 숲과 강을 거닐면서 힐링도 할 수 있으며, 트레킹을 완료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성취감 때문에 트레킹을 즐긴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여행객처럼 거창하게 등산복을 입고 각종 등산 장비를 지참한 채 트레킹을 하지 않는데, 그저 민소매 티셔츠 한 장 걸치고 등에 커다란 배낭 하나 둘러맨 채로 산행을 즐긴다. 우리처럼 등산이나 트레킹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즐기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마인드 자체가 한국인과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소에 등산을 많이 해 봤거나 기본적으로 산을 잘 타는 여행객이라면 이러한 트레킹이 어렵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발리에서의 트레킹은 높은 산의 정상을 오르는 형태가 아닌 만큼 급격하게 높은 경사를 오르거나 완벽한 장비를 지참한 채 올라야 하는 고난도의 등산이 아니다. 하지만 발리 트레킹을 위한 등산로는 한국의 등산로에 비해 정돈이 덜 되어 있는 느낌은 분명 있으며, 절벽이나 계곡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기에 최소한 걷기 편한 운동화를 지참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어떤 이는 계곡물에 발 담글 생각만 하고 슬리퍼나 아쿠아슈즈를 신고 트레킹을 진행하던데, 이는 발목이나 다리 등의 부상을 야기할 수 있어서 추천하지 않는다. 외국인들 또한 평소에는 슬리퍼 질질 끌고 다니며 남들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세상 편한 복장으로 여행을 즐기곤 하지만, 적어도 트레킹을 할 때는 신발만큼은 안전에 신경쓰며 운동화나 등산화를 챙겨 신는 편이다.
발리 중북부, 그러니까 우붓을 기점으로 서쪽, 북쪽, 동쪽 지역에 트레킹을 즐길 만한 장소들이 많으며, 코스별로 걸리는 시간이나 보이는 경치가 다르다. 가장 짧은 코스를 이용한다고 해도 편도 1시간 이상은 걸리는 편이며, 어떤 코스는 편도 5~6시간 정도를 이동해야 하기에 왕복 시간과 시내에서 트레킹 코스까지 이동하는 차량 이동 시간까지 생각하면 하루를 꼬박 다 쓸 수도 있다. 한국인들이 발리를 여행할 때 보통 4박에서 6박 사이의 일정으로 계획을 짜는 만큼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는 트레킹 코스를 이용하게 되면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아져 추천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트레킹 코스를 고를 때 트레킹 코스의 소요시간뿐 아니라 본인의 숙소에서 트레킹 코스까지의 차량 이동 시간까지 고려해 코스를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WAUG나 KLOOK와 같은 인터넷의 단일 여행 상품 예약 사이트를 통해 트레킹 투어를 예약할 경우에는 설명란에 대략적인 소요시간, 투어의 시작 및 끝나는 시간, 코스의 시작점 등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꼭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내가 여행사의 패키지여행 프로그램 중 트레킹을 하고 싶다면 현지 가이드의 추천이나 조언을 통해 트레킹을 진행하는 것 또한 좋다.
위에서 언급한 시간적인 이유, 체력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한국인 여행객들은 발리에서 그다지 트레킹을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발리에서의 멋진 정글 풍경과 숲속의 모습, 그리고 인상적인 폭포들을 보고 가지 않는다면 얼마나 아쉬운가. 만일 당신이 발리에서 아융강 레프팅 프로그램을 즐길 계획이라거나 우붓의 럭셔리 리조트에서 투숙할 계획이라면 굳이 트레킹을 하지 않아도 우붓의 멋진 경치를 볼 기회가 충분히 있다. 하지만 그런 계획이 따로 없다면, 가볍게 우붓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음과 동시에 발리에서의 멋진 정글과 폭포 경치를 볼 수 있는 장소를 따로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에 소개하는 두 폭포는 우붓의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음과 동시에 우붓 시내에서 그다지 멀지 않고 실제로 걸어서 이동하는 시간이 각각 편도 30분 내외의 장소들인 만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첫 번째 폭포는 바로 떼게눙안 폭포(Tegenungan Waterfall)다. 아마 발리에서도 가장 유명한 폭포 중 하나라고 생각이 되며, 그만큼 폭포 입구에서부터 관광명소의 느낌이 확 든다. 주차장서부터 폭포까지 가는 길 양쪽으로는 기념품샵이나 음료,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으며, 폭포 바로 아래에는 ‘Omma Dayclub’이라는 이름의 식당 겸 클럽이 있다. 옴마 데이클럽은 폭포 바로 앞에 있는 만큼 폭포를 바라보며 음료나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주차장이 고지대에 있고 폭포가 저지대에 있는 만큼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가 올라와야 하는데, 계단의 수가 약 160개 정도라 약간의 체력이 필요하다. 아파트로 따지면 약 10~12층 정도의 높이인데,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등산하는 것처럼 많은 체력이 필요하지 않은 편이다.
떼게눙안 폭포는 그 규모가 제법 큰 편이며, 크기로만 따진다면 제주도의 천지연 폭포 정도의 크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강줄기에서 파생된 폭포인 만큼 방문한 날의 날씨나 환경에 따라 보이는 폭포의 경치가 다른 편인데, 특히 방문하기 전날 비가 많이 왔거나 토사가 많이 쓸려 내려왔을 때는 폭포물이 마치 흙물처럼 보여 그렇게 예쁜 경치가 연출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발리에서 가장 큰 규모의 폭포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보여지는 경치가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은 묘하게 아쉽다. 하지만 폭포를 볼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특이점도 있는데, 조금 더 걸어서 이동하면 폭포 위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강의 경치가 꽤나 새롭고 멋지다. 아니면 폭포 근처에 출렁다리도 있어 출렁다리 위에서 폭포를 감상할 수도 있다. 직접 폭포 아래로 내려가서 구경하는 것만이 아닌 다양한 각도에서 거대한 폭포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신기하고 색다르다. 무엇보다도 발리의 여러 폭포 중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어 트레킹을 싫어하는 관광객들도 떼게눙안 폭포에 많이 방문하는 편이다.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곳곳에 사진 포인트를 지정해 두거나 예쁜 구조물을 만들어 둔 것도 떼게눙안 폭포가 인기를 끌 수 있게 만들어준 요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 발리에서 가장 웅장한 폭포 중 하나로도 손꼽히는 떼게눙안 폭포. >
두 번째 폭포는 칸토 람포 폭포(Kanto Lampo Waterfall)다. 이 폭포 또한 주차장에 도착해 수백 개의 계단을 내려가면 금방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칸토 람포 폭포는 떼게눙안 폭포보다 덜 알려진 장소이기도 하고, 폭포의 규모도 더 작기에 상대적으로 사람도 더 적고 한적한 편이다. 반대로 얘기한다면 이 폭포는 그만큼 더욱 여유롭게 폭포 감상을 하거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실제로 내가 떼게눙안 폭포를 방문했을 때는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 관광객을 몇 명 정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칸토 람포 폭포에서는 말 그대로 서양인 관광객을 제외한 그 어떤 인종의 관광객을 만나볼 수 없었다. 그만큼 덜 알려진 장소라는 뜻이겠지.
칸토 람포 폭포의 규모는 떼게눙안 폭포보다 절반 이상으로 작지만 좀 더 깨끗한 물 색깔이 좋다. 폭포의 높낮이는 낮은 편이나 옆으로 넓어 눈으로 보기에는 꽤 커 보이는 편이기도 하다. 두 폭포 모두 근처 탈의하는 장소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폭포 앞 강물에서 수영이나 물놀이를 즐길 수 있지만, 칸토 람포의 폭포가 좀 더 낮고 규모가 작아 폭포에 직접 몸을 부딪치며 즐기기 좋다. 떼게눙안 폭포는 넓고 탁 트인 강변을 끼고 폭포가 흐르지만, 칸토 람포 폭포는 말 그대로 발리의 울창한 정글 숲속에 숨겨진 채 반짝이는 보석과 같이 폭포가 흐르는 것과 같은 환경을 가지고 있어 좀 더 제대로 발리의 자연을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다. 웅장한 느낌의 폭포를 찾는다면 떼게눙안 폭포를 추천할 수 있겠지만, 발리의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아기자기한 폭포를 찾는다면 칸토 람포 폭포를 좀 더 추천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칸토 람포 폭포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가급적 꼭 수영복을 지참해 폭포와 정글, 발리의 계곡을 직접 느껴보고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많은 여행객의 인생 사진 포인트로도 잘 알려진 칸토 람포 폭포. >
물론 개인적인 소견이라면 발리에 갔을 때 발리의 멋진 자연을 한껏 느낄 수 있게 직접 트레킹을 하며 발리 숲을 누비면서 계곡도 둘러보고 폭포도 만나고 숲의 많은 것을 보고 느끼기를 권장한다. 하지만 한국인 여행객, 특히나 패키지 프로그램을 발리를 찾은 여행객들에게는 트레킹에 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발리의 정글 경치를 즐기는 방법이야 트레킹 말고도 여러 가지 있지만, 발리를 다녀온 여행객 중 발리의 계곡과 폭포를 보고 온 여행객은 분명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만큼 희소성 있는 투어인 만큼 꼭 한번 트레킹을 즐겨보기를 권장하며, 그 정도의 시간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오늘 소개한 폭포들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두 폭포를 모두 들러 구경하는데 3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만큼 부담도 없을뿐더러, 다른 이에게 발리에서 정글과 폭포를 보고 왔다고 자랑도 할 수 있을 정도의 환경은 되는 만큼 시간을 내서 꼭 구경해보고 오자. 발리에는 아름다운 바다만, 멋진 리조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 알게 될 것이다.
※ 미스터모의 여행일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