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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모 May 28. 2024

[발리] 윤식당 촬영지로 유명해진 롬복 여행지, 길리

4.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발리의 숨은 명소, 발리 외곽 투어

  나영석 PD의 TVN 예능 프로그램 중 ‘윤식당’이라는 유명 프로그램이 있다. 윤식당은 인기 배우 윤여정 님 등의 연예인들이 해외에 나가 식당을 차리고 장사를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의 예능 프로그램인데, 친숙한 연예인들이 친숙하지 않은 해외의 어느 지역에 가서 한식을 팔며 생기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볼 수 있어 꽤 큰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윤식당이라는 타이틀로는 시즌 2까지, 이후 스핀오프 프로그램으로 ‘윤스테이’ 및 ‘서진이네’ 등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까지 했으니 윤식당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그리고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진 프로그램이었는지 알 수 있다. 나 또한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을 매우 좋아하기에 본방송 및 재방송을 꼬박꼬박 챙겨보았는데, 해외의 아름다움이나 해외여행의 즐거움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실제 그 지역에 체류하면서 그 지역의 문화와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윤식당 시리즈는 꾸준히 챙겨보았던 것 같다.


  여행사에서 근무하던 당시 발리를 여행지역으로 선정한 고객이 ‘윤식당 시즌 1편을 봤는데, 윤식당의 배경이었던 지역이 발리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그 지역에 가고 싶다’는 문의를 제법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윤식당 시즌 1편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연예인들이 발리를 통해 윤식당이 세워진 트라왕안 섬을 들어가는 모습이 잡혔기 때문이며, 이 지역이 롬복 내 있는 섬이라는 이야기는 프로그램 내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전히 지금까지도 윤식당 시즌 1편의 촬영지가 발리라고 생각하는 한국인 관광객들 또한 꽤 많은 편이다.
 


  앞서 롬복이라는 지역을 소개할 때 ‘길리’라는 지역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길리’는 인도네시아 말로 ‘아주 작은 섬’이라는 뜻이며, 롬복 지역 북서쪽의 작은 세 개의 섬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길리의 섬은 롬복 본토에서부터 가까운 순으로 ‘길리 아이르’, ‘길리 메노’, ‘길리 트라왕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섬의 크기는 비슷비슷한 편이나 세 개의 섬 중에서는 확실히 길리 트라왕안이 가장 큰 면적을 가지고 있다. 길리 트라왕안의 면적이 약 15km2 정도인데, 서울로 치면 동대문구의 크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윤식당 시즌 1편에서는 발리에서 출발해 길리에 도착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지만, 실제로는 롬복에서 가는 것이 훨씬 빠르다. 롬복 본토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길리 트라왕안에서도 육안으로 롬복 본토가 보일 정도로 가까우니 말이다. 길리의 섬 규모가 매우 작다 보니 섬 내에 민간 항공기 공항을 만드는 것은 이론상 불가하며, 그렇기에 길리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배편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롬복 본토에서 배를 타고 길리섬에 이동할 경우 가장 멀리 떨어진 길리 트라왕안까지 약 30분 정도 소요될 정도로 매우 가까운 편이다. 하지만 발리에서 출발해 길리 트라왕안까지 배편으로 이동한다고 하면, 발리 동부의 ‘빠당바이 선착장’에서 쾌속선을 타고 약 2시간을 달려야 할 정도로 거리가 멀다. 게다가 발리의 메인 시내인 꾸따 기준 빠당바이 선착장까지 차량으로 편도 약 1시간 30분 정도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기에, 꾸따에서 출발할 경우 차량과 배편 이동 시간이 편도 최소 네 시간 정도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만 한다.


  발리에서 길리로 이동해서 여행을 즐겼을 때의 장점은 두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롬복보다 발리에서 즐길 만한 여행 인프라가 더 많다는 점이다. 앞서 롬복을 소개하면서 이야기했듯이, 롬복은 상대적으로 발리의 상권보다 전반적으로 규모도 작고 리조트의 수도 훨씬 적으며 가볼 만한 여행지나 즐길 만한 액티비티의 수나 규모도 적은 편이다. 그저 푹 쉬면서 호캉스를 즐기겠다 하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롬복에서 투숙하며 길리의 인프라를 함께 즐기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좀 더 활동적인 여행을 원한다면 분명 롬복보다는 발리가 훨씬 낫지 않을까 싶다. 또 하나의 장점은 비행기를 경유할 필요가 없다는 점인데, 발리는 대한항공 및 가루다항공의 직항 비행기를 이용해 들어갈 수 있는 데 반해 롬복은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직항편이 존재하지 않기에 자카르타 등 다른 어떠한 지역을 반드시 경유해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를 생각한다면 발리에서 길리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어찌되었든 편도로 시간이 제법 걸리는 데다가 하루에 뜨는 배편의 수가 많은 것도 아닌 만큼 발리에서 최소 5~6박 이상의 장기 투숙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발리에서 길리로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편이다.


  반대로 롬복에서라면 길리의 세 섬을 모두 하루 당일치기로 돌아볼 수 있는데, 여행사의 길리 섬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하루만에 길리의 모든 섬에서 스노클링 등의 액티비티를 즐겨볼 수 있다. 롬복 본토에서 길리의 섬까지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은 만큼 길리의 다양한 포인트들을 둘러보며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런 식으로 둘러보게 되면 말 그대로 길리를 찍어 먹어보는 정도밖에 되지 않아 길리의 섬들이 가진 본연의 매력을 100% 알기 어렵다. 특히 윤식당 시즌 1편의 영상 속에서 보여지는 섬에서의 느림과 여유로움을 해양스포츠 위주의 프로그램인 당일 투어를 통해서는 느끼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롬복을 통해서 길리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또한 여유가 있다면 길리에서 1~2박 정도 투숙하며 길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를 느껴보기를 권장하는 바이다.


   발리를 통해서든, 롬복을 통해서든 길리로 이동해 1박 이상 투숙을 하고자 한다면 길리의 세 섬 중 가장 규모가 큰 길리 트라왕안을 추천한다. 길리 아이르 및 메노에도 숙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길리 트라왕안에 비해 숙소 선택지가 적은 편인 데다가 전반적으로 숙소의 퀄리티도 떨어지는 편이다. 길리 트라왕안 내 리조트나 방갈로 등의 숙소 퀄리티는 물론 동급의 발리와 롬복 본토의 숙소들에 비하면 많이 아쉬운 편이지만, 그래도 다른 길리 내 섬들과는 달리 길리 트라왕안 내에는 4성급 이상의 브랜드 숙소들이 있기에 투숙에 불편함이 적은 편이다. 다른 길리섬들과 비교해도 상권의 규모도 조금 더 큰 편인데, 길리 트라왕안의 선착장 주변으로 다수의 식당과 라이브 바, 편의시설 및 해양스포츠 관련 샵이 모여 있어 식사를 해결하기도, 간단한 쇼핑을 즐기기에도 나쁘지 않다. 뭐니뭐니해도, 윤식당 시즌 1편의 촬영이 진행되었던 장소 또한 길리 트라왕안이기에, TV 속에서 보았던 여유로운 풍경을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길리 트라왕안에서 발견한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 촬영의 흔적. >   


 

  앞서 이야기한 대로 길리 트라왕안의 규모는 서울 동대문구 정도의 크기로 매우 작은 편인데, 자전거를 타고 섬을 천천히 구경하며 크게 한 바퀴 돈다고 가정했을 때 약 세 시간 정도면 섬을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섬에서 볼 만한 상권이나 스노클링 포인트, 유명 숙소 등은 대부분 선착장을 중심으로 동남부 쪽에 죄다 몰려 있기에, 사실상 서쪽이나 북쪽까지 둘러보며 여행을 할 필요마저 없다. 과거 윤식당 시즌 1편을 촬영했던 식당이 트라왕안 북부에 있어 TV 프로그램 성지순례차 북부 구경을 가는 한국인 여행객들이 종종 있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시국의 여파로 인해 동일 위치에 있던 한식당이 폐허 상태가 되었기에 일부러 북부까지 찾아가야 할 이유마저 없어졌다. 현재는 과거 윤식당 프로그램을 촬영했던 식당 터 근처에 낡은 윤식당 프로그램 포스터만이 한 장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최근 기존의 윤식당 촬영지에 새로운 식당이 지어지고 있다고 하니, 이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방문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섬의 규모가 아무리 작다고는 해도, 그늘이 많지 않은 데다가 각 포인트까지 걸어서 가기에는 은근히 부담스러운 편이라 섬 내 교통편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길리의 모든 섬 내에서는 기름을 이용한 동력 운송수단을 법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 한마디로 길리 섬 내에서는 그 흔한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볼 수 없다는 것인데, 이는 환경 보호를 위한 조치임과 동시에 작은 섬 내에서의 교통사고를 최소화하고자 하는데 이유가 있다. 대신 자전거나 전기자전거 등을 대여해서 이동할 수 있으며, 짐이 많아 자전거를 이용하기 힘든 경우에는 곳곳에 보이는 마차를 유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자전거는 선착장 근처의 렌탈샵이나 숙소에서 유료로 대여할 수 있으며, 대여하는 장소마다 가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일 평균 50,000루피아 정도(한화 약 5,000원)의 금액에 책정되어 있어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게다가 길리 트라왕안은 언덕 하나 없이 매우 평평한 섬이기에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다고 하더라도 이동에 많은 체력이 필요하지 않은 편이다. 단지 자전거의 상태가 좋지 않을 수는 있으므로 대여시 자전거의 상태를 잘 살펴보고 대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다가 길에 자동차는 없어도 마차가 제법 많이 다니기 때문에 마차와의 교통사고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 생각보다 마차가 빠르게 질주하기 때문에 항상 마차에서 울리는 방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길 가장자리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길리 트라왕안의 모든 길은 좌측통행을 우선되고 있는 만큼, 어떠한 법적 효력은 없더라도 되도록 좌측통행을 지켜야 사고 예방을 할 수 있는 점 또한 기억해두자.     



  트라왕안을 비롯한 길리 지역에서는 과연 어떤 것들을 즐길 수 있을까. 역시나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이 바로 해수욕, 그리고 다이빙이다. 특히 트라왕안에는 정말 수많은 다이빙 관련 샵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개중에는 한인이 하는 샵도 있다. 이러한 다이빙 샵에서 직접 다이빙을 배운 후 제대로 스킨스쿠버를 즐기며 길리 바다의 아름다움을 체험해보는 것도 분명 매력적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내가 원할 때 그냥 앞바다에 스노클링 장비만 끼고 나가서 수영을 즐기는 그 여유로움이 너무 좋다. 자전거를 타고 섬을 구석구석 돌아보다가도, 갑자기 스노클링이 하고 싶어지면 자전거를 적당히 세워 두고 해변으로 뛰어들어 스노클링과 해수욕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날씨에 따라 다르겠지만, 트라왕안 섬의 해변은 전반적으로 파도가 약한 편이기에 따로 배를 타고 나갈 것도 없이 바로 앞 해변으로 뛰어들어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고, 해변에서 약간만 벗어나도 정말 아름다운 바다 속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으면 그냥 바다로 나가서 해수욕을 즐기는 여유로움, 이러한 여유로움이 트라왕안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롬복을 설명할 때도 여유로운 여행을 많이 강조했었는데, 길리 트라왕안이야말로 말 그대로 여유로운 여행의 끝판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 해변 주변을 걷다 마음에 드는 해변을 발견하면, 바로 뛰어들어 스노클링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  

   

  밤이 되면, 길리 트라왕안 해변의 분위기가 매우 따뜻해진다. 대부분의 해변 식당에서는 라이브 공연이 시작되며, 감미로운 음악 소리가 길을 가득 메운다. 길 자체가 매우 좁고 가게들이 대부분 탁 트여 있는 오픈형 바라서 굳이 바에 들어가지 않아도 연주와 노래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시끌벅적한 클럽은 없으며, 퇴폐적인 분위기의 바 또한 없다. 태국 방콕의 ‘카오산 로드’나 파타야의 ‘워킹스트리트’와 비교하면 너무나 아늑하고 건전하다. 어떤 이들은 이런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장소가 없어서 다소 아쉬워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선호하는 여행객에게는 딱 좋은 환경이다. 선착장 근처에는 밤마다 작은 야시장이 열리는데, 야시장이라기보다는 다양한 꼬치구이를 먹을 수 있는 꼬치구이 전문점이 한 곳에 모여 있는 느낌이다.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다양한 해산물과 육류 꼬치를 먹어볼 수 있는 것은 매력적이다. 어느 지역의 야시장이 그렇듯 야시장의 특성상 위생은 조금 아쉬울 수 있으나,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과 분위기가 있기에 충분히 감안하고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에는, 파도 소리가 들리는 노천 라이브 바에 들려 칵테일을 한 잔 마시며 라이브 공연을 보는 것도 좋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느끼며, 따뜻한 음악과 함께 즐기는 술 한 잔의 여유는 시끌벅적한 발리의 꾸따나 르기안의 라이브 바에서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러한 느림과 여유로움이 길리 트라왕안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 아닐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이런 여유로움은 세계 어느 나라의 휴양지를 가더라도 좀처럼 느끼기 어렵기에 길리 트라왕안이 좀 더 빛나는 것이 아닐까.         


< 길리 트라왕안 야시장의 모습. 다수의 꼬치구이 전문점이 한 장소에 모여 있다. >    


 

  정리하자면, 해수욕을 즐기거나 스노클링 및 스킨스쿠버를 좋아한다면 길리 여행은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서핑을 즐기기에는 좋은 환경이 아니므로 내가 어떤 해양스포츠를 좋아하는가에 따라 길리 여행의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만일 당신이 고급스러운 호화 브랜드 리조트에서의 호캉스를 원한다면 리조트 시설이 부족한 길리 여행은 잘 맞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객실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길리가 선사하는 아름다움과 함께 휴양 여행이 선사하는 여유로움을 느끼고자 하는 여행객에게는 한 번쯤 가볼 만한 멋진 여행지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발리를 여행하는 여행객이 일부러 시간과 공을 들여서 추가로 길리 여행을 하는 경우가 많은지를 생각한다면, 길리가 얼마나 희소성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인지 알 수 있다. 휴양을 좋아하는 당신의 여행에 충분한 자유시간이 있다면, 길리 트라왕안에 1~3박 정도를 투자해 특별히 뭔가 하는 것 없이 시간을 보내보기를 권장한다. 아마 그 1~3박은 당신의 여행에 있어 꽤 특별한 경험이 되어주리라 분명 확신한다.




※ 미스터모의 여행일기장

http://youtube.com/@mrm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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