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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모 Feb 27. 2024

[발리] 발리에서 숲과 정글 여행을? : 우붓

2. 발리 패키지여행 속 필수 여행 명소는 어떤 곳일까?

  불과 내가 여행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2014년~2017년 정도까지만 하더라도 발리는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을 벗삼은 휴양을 목적으로 방문하던 여행지였다. 물론 이러한 여행 컨셉 자체는 지금에 와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 사람들이 점차 발리의 유명 명소, 메인 시내 방면인 꾸따나 스미냑, 아름다운 절벽뷰를 자랑하는 울루와뚜, 그리고 고급스러운 리조트들이 모여 있는 누사두아와 같은 지역만을 원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지역들의 리조트나 풀빌라는 여전히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사람들은 이제 발리의 특별한 모습을 찾아 여행 스케줄을 만들려 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바다, 멋진 오션뷰만이 전부가 되어 버린 지역은 아니게 된 셈이지.


  그런 의미에서 발리 중부에 있는 ‘우붓’이라는 지역은 기존에 우리가 알던 발리의 이미지와는 많은 면에서 다른 모습을 갖추고 있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서구권 여행객들은 이미 우붓에 많이 방문하고 투숙하며 우붓에서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겨왔으나, 한국인 여행객들이 우붓에 관심을 본격적으로 가지게 된 것은 아마 2017~2019년 사이부터가 아닐까 생각을 한다. 나 또한 여행사에서 근무하던 당시 우붓이라는 지역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은 편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붓 지역의 리조트나 투어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하며, 2019년 즈음에는 이미 많은 여행객이 우붓의 리조트를 선정해 견적을 문의해왔다. 나 또한 발리에 업무차 방문했던 적은 있었고 우붓에 대해서도 약간 알고는 있었지만, 숙소의 정보라든지 디테일한 우붓의 모습을 알고 있던 것은 아니었기에 우붓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여행사 업무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한 2022년에 들어서야 겨우 우붓에서 3일 정도를 체류하며 우붓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는데, 업무를 할 때 보고 들었던 우붓의 이야기와 내가 느꼈던 우붓의 모습은 약간 차이가 있었기에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우붓은 발리 중부, 정확히는 중남부 쪽에 있는 지역으로 메인 시내인 꾸따나 스미냑에서부터는 차량으로 편도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 지역이다. 교통 상황에 따라 우붓까지의 이동 시간은 조금 달라지는 편인데, 최근 우붓에 관광객이 많이 몰리면서 우붓 시내 또한 약간의 교통 체증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꾸따, 스미냑이나 짱구 시내에 비하면 교통 체증이 심한 편은 아니지만, 차량이 몰리는 시간대에 이동하게 된다면 스미냑에서 우붓까지 편도 2시간 이상도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이동 시간에 적절한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우붓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우붓 시내만을 돌아보기보단 우붓 주변의 자연환경을 돌아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붓의 메인 시내 방면을 돌아다니면 분명 스미냑이나 꾸따와 같은 도심 분위기와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국 발리의 작은 도심, 혹은 발달된 시골과 같은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 우붓 시내 또한 발리 시내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랄까. 우붓이 유명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발리의 유명 여행지들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 울창한 정글과 손때 하나 묻지 않은 듯한 계곡, 우붓을 가로지르는 아융강과 그 주변의 이국적인 동식물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붓에서만 볼 수 있는 계단식 논이나 커피 농장,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농촌 시골의 풍경과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느낌을 주는 논밭의 풍경들 또한 우붓이라는 지역을 대표하는 풍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 다른 관광명소에서는 보기 어려운 경치를 보여주는 우붓의 뜨갈라랑 계단식 논 >     


  사람들이 많이 찾는 우붓의 유명 리조트들, 대표적으로 ‘까욘, 포시즌 우붓, 바이스로이’ 등의 리조트들 또한 이러한 멋진 우붓의 경치를 볼 수 있는 리조트들이다. 단 가격대가 비싼 편인 데다가 우붓 시내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리조트들이 자리하고 있다 보니 시내까지의 이동이 어렵거나 귀찮을 수 있다. 하지만 시내와 어느정도 떨어져 있는 만큼 좀 더 우붓의 진짜 경치를 리조트 내에서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우붓에 방문했을 당시 4성급의 가성비형 리조트인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아궁’에서 투숙했었는데, 위 소개한 리조트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정글 숲속에 숨어 있는 리조트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꽤 만족할 수 있었다.     


  우붓의 정글 환경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이후 소개할 액티비티인 ‘아융강 레프팅’을 즐겨보는 것이 가장 좋다. 혹은 ATV를 타는 등의 동적인 액티비티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만일 당신이 레프팅이나 ATV와 같은 몸 쓰는 액티비티를 좋아하지 않거나 정적인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몽키 포레스트’를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겠지만, 우붓에서 가장 많은 원숭이를 볼 수 있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발리에서 원숭이들을 볼 수 있는 장소는 꽤 많은 편이다. 발리 남부의 울루와뚜 사원에만 가도 어마어마한 수의 원숭이들이 사원 길목을 차지해 그들만의 삶을 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울루와뚜 지역의 원숭이들에 비해 몽키 포레스트의 원숭이들은 조금 덜 사납고 사람에게 덤벼들거나 하지 않는다. 울루와뚜 사원의 원숭이들이 자연 그대로의 삶을 사는 원숭이들이라면, 몽키 포레스트의 원숭이들은 좀 더 사람 손을 많이 탄 원숭이들이랄까? 공원 내 많은 수의 원숭이 관리사들이 일하고 있고, 주기적으로 먹이를 주며, 관광객에게 협조할 수 있도록 원숭이들을 관리하고 있어서인지 원숭이들이 사람들에게 친근한 모습을 많이 보여 준다.

  나와 함께 했던 현지 운전기사 또한 ‘울루와뚜 몽키 이즈 배드 몽키, 우붓 몽키 이즈 굿 몽키’라고 계속 이야기했었는데, 실제로 가서 느껴 보니 운전기사의 말이 어느정도는 맞는 말 같았다. 울루와뚜 사원의 원숭이들은 사람이 가진 물건, 특히 반짝이는 물건을 좋아해 선글라스나 안경, 스마트폰 등을 잘 훔쳐 가는 편이다. 하지만 몽키 포레스트에서는 이런 상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좀 더 안전한 편이다. 물론 일부 극소수의 원숭이들은 관광객의 물건을 훔쳐갈 수도 있는 만큼 최소한의 주의는 해야겠지만 말이다.


  심지어는 유료로 바우처를 구매하면, 몽키 포레스트의 원숭이와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원숭이를 안은 채 사진을 찍는 프로그램인데, 운이 좋으면 사진 촬영 중 더 많은 원숭이가 모여들어 진귀한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진을 찍는 동안 촬영해주시는 현지인 직원분이 모델 품에 안겨 있는 원숭이에게 지속적으로 먹을 것을 계속 주며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인데, 이런 먹을 것에 홀려 다른 원숭이들까지 모델 근처로 달려드는 것이다. 다행히도 몽키 포레스트의 원숭이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먹이를 주는 주체로 알고 행동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원숭이들이 작정하고 달려드는 경우는 원숭이들에게 적개심을 드러냈을 때인데, 예를 들어 원숭이와 아이컨텍을 지나치게 오래 하고 있는다거나 실수로라도 원숭이 꼬리를 밟는 등의 행동을 하면 원숭이가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내가 몽키 포레스트를 돌아보는 와중에도 한 여행객이 실수로 원숭이의 꼬리를 밟아 공격을 당할 뻔한 적이 있다. 다행히 근처에 현지인 직원이 있었기에 큰 사고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어찌되었건 우리도 누군가가 나의 발을 밟으면 기분이 나쁘듯이 실수로라도 원숭이들을 공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몽키 포레스트의 장점은 비단 많은 원숭이를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은 아니다. 몽키 포레스트는 마치 우붓의 정글과 계곡을 한 장소에 압축해 놓은 것과 같은 경치를 보여주는데, 실제로 원숭이들이 사는 정글을 공원화했을 뿐 아니라 그 주변의 자연을 해치지 않은 채 공원을 지었기 때문에 공원을 거닐며 우붓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울창한 정글 숲, 그 사이로 흐르는 작은 계곡, 여기저기서 지저귀는 새 울음소리, 거기에 숲을 뛰노는 원숭이들의 모습을 보면 ‘아, 여기가 바로 우붓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숲속 돌다리에서, 혹은 거대하게 자란 반얀트리 나무 아래에서 사진을 찍으면, 분명 한국의 어떠한 숲에서 촬영한 사진과는 또 다른 느낌의 사진을 건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단순히 건축물이나 문화적인 장소에서만이 아닌 평소에 볼 수 없는 이러한 자연환경 속에서 이국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꽤 희귀한 경험이 되어 주리라 생각된다.         


< 발리에서 가장 많은 수의 원숭이를 볼 수 있는, 몽키포레스트. >     


  앞서 이야기한 대로 우붓의 시내는 분명 꾸따나 스미냑과는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나, 결국 자세히 보면 발리 시내의 연장선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높지 않은 건물, 다양한 기념품 가게와 음식점, 골목마다 자리하고 있는 마사지샵 등 발리 시내에서 보던 풍경과 다르면서도 뭔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우붓 시내가 여타 다른 발리 시내와의 차별점이 두 가지 있는데, 대표적으로 우붓 왕궁, 그리고 우붓 전통 시장이다.


  구글 지도를 통해 우붓 왕궁을 찾아가다 보면 의외의 장소에서 우붓 왕궁의 입구를 만날 수 있다. 시내 한복판에 왕궁이 자리하고 있는데, 겉으로만 보면 우붓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힌두 사원과 크게 차이가 없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왕궁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르기에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 협소한 공간에 왕궁이 자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복궁이나 창덕궁, 유럽의 여러 궁전과 비교했을 때 왕궁이라고 불릴 만한 상징적인 건축물이 전혀 없다. 심지어는 규모가 너무 작아서 지도를 보면서 찾아간다고 하더라도 까딱 잘못하면 지나치기 쉽다. 만일 당신이 발리 동부의 ‘따만 우중’, 그러니까 물의 궁전이라는 장소를 다녀온 적이 있다면 따만 우중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규모를 가진 우붓 왕궁의 모습을 보고 실망할 수 있다.


  뿌리 사렌 아궁(Puri Saren Agung)이라는 이름의 왕궁, 그 역사와 가치를 놓고 보면 인상적이다. 1640년 즈음 건축되어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에 우붓에서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건축물이다.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증축하거나 건물을 고쳐왔기에 1600년대의 건축물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있겠지만, 지진이 있었던 1900년대 초 현재의 모습이 완성되었기에 최소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고 볼 수 있다. 규모로만 따진다면 왕궁보다는 별장이라는 느낌이 더 강한데, 실제로 1940년대까지 우붓의 왕이 살고 있던 장소며 현재까지도 왕족이 왕궁에서 거주한다고 한다. 화려하거나 웅장함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고풍스러우며 주변의 반얀트리들과 잘 어우러져 신비로운 느낌을 연출한다. 주말에는 관광객을 위한 발리 전통 댄스 공연도 진행하고 있으며, 발리 예술을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하니 시기에 맞춰 우붓 왕궁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발리 우붓 왕궁, 규모는 작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인상적인 장소다. >     


  우붓은 ‘발리의 몽마르트’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마치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와 마찬가지로 미술과 공예에 관련된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소기 때문이다. 거리마다 전통 기법의 그림이나 공예품들을 판매하는 가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거리에서 그림이나 공예품을 만드는 현지 예술가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직접 공예품을 만드는 것을 배우거나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갖춘 샵도 제법 보이는데, 이러한 모습이 마치 파리의 몽마르트와 비슷한 만큼 그런 별칭이 붙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당연하지만, 몽마르트와 비슷한 것일 뿐 분위기가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말이다.


  발리 예술품 쇼핑의 핵심에 있는 장소가 바로 우붓의 전통 시장인데, 예술품들이 주를 이루는 만큼 ‘발리 예술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붓에서도 관광명소 중 한 곳으로 자리를 잡은 만큼 발리 현지인들보다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가게들이 많으며 실제로 외국인 고객이 훨씬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우붓 시내 중심가에 있어 찾기 어렵지 않으며, 우붓 왕궁에서는 걸어서 5분 거리 내에 있는 만큼 왕궁과 함께 돌아보기 좋다.


  여기서는 발리 전통 의상과 같은 패션 용품을 비롯해, 수공예 악세사리나 기념품들, 인테리어 소품, 발리의 예술가들이 직접 그리거나 만든 그림이나 공예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여성 고객들에게는 특히 종려나무를 엮어 만든 라탄(Rattan) 제품들이 인기인데, 특히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라탄 가방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더 다양한 디자인을 볼 수 있으며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는 하지만, 우붓 전통 시장의 상인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더 큰 돈을 받기 위해 상품에 금액표를 붙이지 않은 채 자기들 마음대로 금액을 부르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다양한 가게에서 금액을 비교해본 후, 30~50% 정도의 금액을 반드시 깎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쇼핑에 임해야 한다. 물론 부르는 가격 그대로 주고 산다고 해서 무작정 손해라거나 하는 것은 분명 아니지만,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 좋은 만큼 최선을 다해 가격을 흥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도 발리에 방문했다면 우붓에 꼭 가보기를 권장한다. 분명 머릿속의 발리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볼 수 있고 색다른 느낌과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여유가 된다면 1~2박 정도 지내보는 것이 좋지만, 날짜 여유가 많지 않다면 그저 가볍게 당일치기로 우붓의 핵심 장소들만이라도 다녀오는 것이 좋다. 이국적인 정글, 독특한 느낌의 자연환경, 몽키 포레스트나 레프팅, 전통 시장과 같은 우붓에서만의 볼거리와 즐길만한 액티비티가 가득하다. 만일 당신이 발리의 바다만 보고 왔다면 발리를 100% 느끼고 왔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붓은 특색있는 장소인 만큼, 부디 발리 여행을 왔을 때 우붓의 정취까지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 미스터모의 여행일기장

http://youtube.com/@mrmo1

http://blog.naver.com/mod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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