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인력 작용
돈 냄새를 맡아본 적 있는가? 돈에는 여러 가지 냄새가 혼합되어 있다. 주고받았던 각 사람들의 손바닥 체취부터 오래된 종이 냄새, 혹은 혹시 모를 누군가의 타액, 잉크 냄새, 바닥의 흙냄새 등등. 온갖 냄새들이 조금씩 가미되어 있겠지만, 실상은 무취에 가깝다. 오래된 책 냄새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쟁점은 돈을 특정 지을 만한 냄새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돈 냄새를 어떻게 맡는 걸까? 사실 사람들이 그 냄새를 맡기보다는 흐름을 좇는다고 말하는 편이 상황에 더 부합할 것이다.
사람들은 무색무취의 돈의 흐름을 뒤좇는다. 무색무취이다 보니 추적하는데 실패도 많이 하지만 설령 성공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내 손아귀에 넣기는 쉽지가 않다. 오늘도 사람들은 마치 맹수들이 야생에서 먹잇감을 사냥하듯, 그들의 오감을 자극하며 돈 사냥을 위해 길을 나선다.
내가 1000억 원을 가지고 있다면, 사냥꾼들은 내 주변을 서성이며 기회를 엿볼 것이다. 연락 없던 지인들부터 향후 도움이 될 것 같은 사람들까지 앞뒤 순서를 가리지 않고 돈으로 돈을 만들기 위해 불나방처럼 달려들 것이다.
"이건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1급 기밀인데, 지금 보시는 이 땅에 향후 신도시 개발 계획이 잡혀있습니다. 지금 투자하시면 적어도 투자금의 몇 배는 이득을 보실 겁니다."
"돈은 물과 같아서 고여있으면 썩습니다. 계속 순환시켜줘야 하는데, 혼자 하시기 힘드시면 제 투자회사에서 VVIP 관리해 드릴까요?"
"친구야! 내가 절대 망하지 않는 끝내주는 아이템을 아는데 한번 투자해 보지 않을래? 지분율은 10% 어때?"
"돈 좀 빌려줄 수 있겠니?"
돈은 한정 자산이다 보니, 결론적으로 뺏거나 빼앗기거나의 싸움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많이 소유한 사람은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개미들은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을 심산으로 재력가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접근을 한다. 돈은 곤충들이 페로몬과 같은 물질을 분비하여 다른 곤충들을 유인하듯, 인간을 끌어모으는 강력한 호르몬을 발산한다. 이 호르몬에 정신이 팔리면, 사람들은 돈을 더 빨리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투쟁도 불사한다. 눈이 뒤집혀서 미친 짓도 서슴지 않는 것을 보자니 돈이 대단하긴 한가보다.
이처럼 자연 생성물이 아닌 돈이라는 무기체 역시 신기하게도 생태계 자연의 법칙이 적용된다. 돈이라는 물건은 현시대를 살아감에 있어 인간이라는 종에게 생명 유지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기 때문인 걸까? 이 돈이란 녀석은 오늘도 우리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마력을 발산하며 우리네들을 유혹하고 있다.
우리는 오늘도 돈에 이끌려 노동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도 응당히 감내한다.
이 녀석 연가시처럼 참 대단한 녀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