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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많은 동물을 모아 먹여서 기르면서 관람시키는 시설

by JJ Aug 02. 2022

 아침 해가 뜨자, 수많은 아이들이 소리치며 동물원에 입장했다.


"와!! 엄마, 호랑이야! 호랑이!! 진짜 크다!!"
"호랑아!! 나 좀 봐봐!! 쾅쾅쾅!!"
"야호!!!!"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는 부모님들의 얼굴엔 미소가 절로 번진다. 화창한 날씨에 가족들과 나들이하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아이들이 저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에 올걸 후회도 된다.


 이 장면들을 멀리서 응시하던 표범이 옆 우리에 있는 호랑이에게 넌지시 말을 건넨다.


"또 시작이군...."
"그러게 말이야. 시끄러워서 미치겠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두 맹수들의 대화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호랑이가 마저 못한 말을 이어나간다.


"나는 이게 무슨 날벼락같은 경우인지 이해를 못 하겠어. 험상궂은 사냥꾼들을 피해 도망가다가 따끔한 느낌이 들고는 정신을 잃었어. 어두운 동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지. 그리고는 눈을 떠보니 비좁은 철장 안에 있더라고. 이상하게도 그 철장은 쉬지도 않고, 어딘가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어. 체력이 어찌나 좋던지, 주야장천 쉬지도 않고 달리더라고. 그것도 무거운 나를 등에 태우고 말이야. 얼마나 강한 녀석이길래 이렇게 쉼 없이 움직일 수 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야. 순간 이 녀석을 마주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를 느꼈는데, 처음으로 느껴봤던 아주 끔찍한 기억이었지. 근데 그보다 더 끔찍했던 건 더 이상 내 가족들의 체취를 맡을 수 없었다는 거야. 가족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말이야."


 호랑이는 구슬프게 으르렁 거리며 쉬지 않고 말을 해댔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순간에 가족들과 생이별을 겪었어야 했을 테고, 지금은 어딘지 알 수도 없는 곳에서 이렇게 답답하게 갇혀있으니 말이다. 


"표범아, 그런데 저 사람들은 뭐가 그리도 즐거운 걸까?"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왜 저들이 저렇게도 즐거워하는지.."
"우리가 갇혀 있는 모습이 즐거운 건가? 그건 너무 잔인하잖아? 내가 저 사람들을 우리에 가둬놓고, 저렇게 희희낙락 즐거워한다면 저들은 그때도 저렇게 웃을 수 있을까?"
"그러게 말이야. 인간들은 잔인해. 이렇게 괴로워하는 우리를 보면서 동정은 못 해줄 만정, 저리도 행복해하니깐. 인간들은 답이 없어.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 그나저나 내 아들, 딸들은 잘 크고 있으려나?"
"네가 자식 얘기하니깐 우리 호돌이, 호순이도 보고 싶다. 내가 무슨 죄를 크게 지어서, 이렇게 기약 없이 이런 곳에 갇혀 지내야 하는 걸까? 산신령님도 무심하시지...."


 두 맹수들은 서로의 처지를 비관이라도 하듯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알리 없는 사람들은 동물들의 사진을 열심히 찍어대며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기에만 바빴다. 그들의 감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은 이런 상황을 빗대어 나온 말인 것만 같았다.




 어릴 적, 부모님의 손을 잡고 방문했던 동물원은 분명 즐겁고, 볼 것들이 아주 많은 신기한 곳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돼서 생각해 보니, 동물들에게는 그저 감옥 같은 비극의 공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물들이 수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돈줄을 끊어주면 된다. 내가 동물원에 안 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우리 인간들은 이러한 절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 지구의 주인이라도 되는 냥, 닥치는 대로 모든 것들을 소유하려고 하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그 화가 언젠가는 우리 인간들에게 돌아오지는 않을는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인간은 정녕 자연의 화를 자초하는 존재인 건가?
자연의 삶을 공존하지 않는 최상위 포식자의 욕심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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