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현관에서 놀아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신이예요. 저는 10개월이 되자 걸음을 떼기 시작했어요.
이젠 집안에서 뛰어다닐 정도로 걷는 실력이 늘었어요. 헤헤.
지금은 식구들이 밖으로 나가는 걸 보면 저도 따라나서고 싶어서 마구 떼를 쓴답니다.
어느 날 아빠가 신발장을 열었을 때, 선반 가득 놓인 가족들의 신발들을 보고 저는 깜짝 놀랐어요. 저는 형들이 어릴 때 신던 신발을 물려받아 신고 있는데요, 그중에 물속에서 착용하는 아쿠아 신발은 맘에 들어 집안에서도 신고 돌아다닐 정도예요.
그리고 현관에 가득한 신발은 모두 제 장난감이에요. 아빠 신발은 유조선 같고, 제 신발은 나뭇잎배 같아요. 욕실화는 너무 커서 앞으로 걸음 옮기기가 어렵고 스텝이 꼬여 자꾸만 앞으로 넘어질 것만 같아요. 손님들이 우리 집에 오시면 저는 현관에 나가 그분들이 벗어놓은 신발을 신어 보기도 한답니다.
큰 형의 샌들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게 부착되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왼발엔 큰 형 신발을, 오른발에는 작은 형 신발을 신고 걸어본 적도 있어요. 색다른 기분과 묘한 감정을 느꼈어요. 오래 걷지는 못했어요.
며칠 전, 현관에 조그마한 예쁜 샌들이 놓여 있길로 제 발을 집어넣어 봤었는데 제 발이 반밖에 들어가지 않더라고요. 제가 한 번도 신어보지 않은 신발인데 어느새 작아져서 못 신게 되었다니 정말 아쉬운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제가 많이 성장했다는 사실이 뿌듯하기도 했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