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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짱ㅣ원시인 Sep 26. 2022

러닝하이! 러너스하이! 우리 모두 하이하이

호흡을 가다듬고 그렇게 달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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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아니 국민학생(?) 때 일이다. 나는 세상에 대해 꽤 많이 알아갈 무렵 아버지를 따라 가끔 달리기를 했다. 얼마였는지 모르지만 나름 쉬지 않고 달렸던 것 같다. 아버지는 호흡을 일정하게 하라고 가르쳐 주었다. 발걸음 박자에 맞춰 두 번 들이마시고 두 번 뱉고 말이다. 흡!(왼발) 흡!(오른발) 호(왼발)~호(오른발)~ 두 번씩 나누어 마시고 뱉으면 말이다. 마치 수영에서 음~파! 음~파!와 같이 말이다. 그 호흡을 유지하며 아버지 뒤를 쫓아 달렸다. 나는 그때 배운 호흡이 진리라 생각했다. 이것이 훗날에 알고 보니 2:2 호흡법이었다. 주로 중장거리 페이스에 적합한 형태다. 이에 반해 1:1 호흡법은 페이스를 올리거나 마지막 힘을 쏟을 때 좋다. 하지만 장거리 마라톤의 경우 1:1 호흡법을 쓸 만큼 마지막 스퍼트를 뽑아 본 적이 없기에, 2:2 호흡법이 나에게는 정석처럼 그렇게 몸에 배었다. 어찌 되었든 나만의 방법대로 일정하고 규칙적으로 호흡하며 내 것으로 만들어 내면 그것이 정답이다. 자신이 만들어낸 호흡법에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그것이 내 것이 되는 타이밍이 온다. 그것이 우리 모두 바라는 하이(high) 지점이다. 마치 정신분석학 프로이트의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 이끄는 지점 이드(id:원초아) 단계에 다다르게 된다. 본능적임에 충실한 도파민의 중독자처럼 말이다.


달리기를 하려면 우선 호흡을 잘해야 한다. 달리기를 할 때 가장 힘든 점은 가슴이 터질 듯한 호흡과 심장의 거침없는 몸부림을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다. 그만큼 호흡은 에너지를 만드는 용광로에 산소를 불어넣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장장이가 불을 피울 때 바람을 넣어주는 풀무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를 태우기 위한 산소를 제때 불어넣어주고 힘들어 지쳐 산소를 달라고 외쳐대는 전신 근육에 전달하려면 강력한 심장의 파워가 필요하다. 우리 몸 곳곳에 산소를 빠르게 쭉쭉 전달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대용량 펌프가 물을 많이 퍼 올리듯 산소를 가득 담은 혈액을 한방에 나르기 위해서는 강력한 마력의 심장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강력한 파워 심장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방에 산소를 쭉 짜낼 거대한 마력의 심장은 마치 스포츠카의 강력하고 뜨거운 터빈 엔진과 고성능 모터와 같다. 방법은 간단하다. 조금씩 단련을 하다 보면 산소 공급량과 강력한 심장의 파워와 지속력은 점점 향상되어 놀라운 심폐지구력으로 나타나게 되고 심장 주변에 굵직한 근육들이 발달하며 심장박동의 힘이 좋아지고 점차 분당 심박수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천천히 박동을 해도 저 멀리 발끝까지 혈액이 쫙쫙 퍼져 들어가기 때문에 심장이 빨리 뛸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라토너와 사이클러와 같은 장거리 운동선수는 평상시 심박 수가 50 이하이다. 장거리 운동형 몸의 특징은 평소 산소를 공급받아 근육 속에 살포시 잘 저정해 놓는 특징이 있다. 바로 그 역할을 적색근이 담당한다. 우리 몸의 근육은 힘을 내는 백근(白筋)과 산소를 많이 품고 있는 적색근(赤色筋)으로 나뉜다.  산소 스토리지(창고)를 많이 갖고 있는 적색근이 많은 몸이 장거리 달리기에 유리하다. 유산소 운동을 잘하려면 적색근이 많이 필요하지만 적색근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 뭐지? 무엇인가 빙빙 도는 듯한 말이다. 맞다.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인 것이다. 선순환 그 자체!


오랫동안 꾸준히 달리기 위해서는 우선 복식호흡을 먼저 몸에 익혀야 한다. 복식호흡(-숨을 깊게 마시는 것)을 하지 않고 숨이 가쁜 나머지 흉식호흡으로 하면 오래 달리기가 어려워진다. 호흡이 흐트러지며 그냥 무너지게 된다. 러닝의 기초는 호흡에서 시작됨을 알아야 한다. 호흡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자세가 중요하다. 시선은 20미터 전방을 자연스럽게 바라보고 턱은 당긴 상태에서 가슴과 허리는 자연스럽게 펴고 팔과 어깨에 긴장을 풀고 자연스럽게 흔들며 다리와 보조를 맞추면 된다. 극강의 마라톤 풀코스로 달리다 보면 마지막 5km 지점에서는 고개를 드는 것조차 힘들어 진다. 그래도 최대한 가슴을 세우고 머리에 힘을 주고 달려야 마지막까지 좋은 기록으로 완주할 수 있다.


누가 뭐래도 달리기 할 때 가장 힘든 것은 호흡이다. 출발선에서 멀어질수록 숨이 가빠지고 숨이 입 밖으로 차오르게 된다. 그럴 때는 속도를 늦추어 최대한 천천히 달리며 호흡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것을 못 견디고 우리는 달리기를 포기하게 된다. "재미없고 힘들기 만한 운동이야."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달리기와 영영 이별할 듯 떠나보낸다. 달리기는 천천히 달리면서 호흡법을 익혀야 하는 운동이다. 빨리 달리는 만큼 우리 몸이 많은 산소 공급을 원한다. 호흡을 배울 때 코로 마시는 것을 추천 하지만 거리와 페이스가 높아질수록 많은 산소를 품기 어렵기 때문에 코로만 들이마시기 쉽지는 않다. 그럴 때는 입으로 주로 숨을 쉰다. 초보이거나 페이스 초반에는 코로 숨을 들이마시는 것으로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것도 사람에 따라 입으로든, 코로든 자기만의 패턴대로 익숙해 진다. 호흡에 대한 가이드를 해줄 수는 있지만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본인이 몫이다. 그리고 숨을 빠르게 내뱉어야 깊게  들이마실 수 있다. 입을 너무 벌려 가쁘게 숨을 쉬면 입안이 마르고 오히려 호흡의 밸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으니 입을 적당히 동그랗게 벌려 숨을 내쉬는 것이 좋다.  숨은 들이마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길게 내뱉는 것이 중요하다. 많이 버려야 많이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심장과 함께 폐활량이 좋아지면 어느 지점에서 러닝하이라는 포인트를 맛보게 된다. 그렇다면 러닝하이란 무엇인가? 대략 20~30분 일정 시간 후에 달리기의 숨 가쁨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으면서 우리 몸이 달리기에 적응하며 호흡이 편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며, 기분이 상쾌해지는 지점을 말한다. 아니 무슨 소리? 달리기 자체만 해도 숨차고 힘들어 다리를 놓고 싶은데 호흡이 편해지고 기분까지 상쾌해진다니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비슷한 운동량으로 꾸준히 운동하다 보면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러닝하이(또는 러너스하이) 지점에 오면서 힘은 들지만 걸을 때 숨이 차지 않는 것처럼 힘들지 호흡이 힘들지 않은 지점이 나타난다. 그게 바로 러닝하이(running high) 지점이다. 장거리 수영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를 스위밍하이(swimming high)라고 한다. 나는 보통 4km 까지가 가장 힘들다. 그 이후 일정하게 호흡이 되면서 초반에 고통처럼 심폐가 안달하지 않는 지점이 생긴다. 이런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30분 이상의 지속 달리기를 해야 러닝하이 지점을 맛볼 수 있게 된다.


때로는 일종의 마약 같은 환각 상태에 비교되기도 하고 오르가즘과도 비슷한 연관성이 있다고도 한다.  왜 러닝하이가 오는 것인가? 일종의 적응력이라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내 몸이 힘들지만 반대로 달리고 있는 힘든 현실에 적응하려고 하는 것이다. 러닝하이는 운동 시간과 강도, 방법 등에 따른 행복감과의 연관성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몸의 적응을 통한 행복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일부 학자는 우리 몸의 엔도르핀과 연관이 깊다고 한다. 엔도르핀은 사람의 뇌에서 분비되는 모르핀과 같은 진통효과를 가지는 물질의 총칭을 말한다. 그래서 달리기로 인해 나타난 근육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진통제나 환각 증상과 같은 물질을 뿜어내는 것이다. 마약과 같은 모르핀을 젖산이 쌓여 지친 근육에 찔러 주는 것이다. 독일에 헤닝 뵈커(Henning Boecker) 교수는 몇 가지 실험을 통해 장거리를 달리면 체내 엔도르핀과 같은 신경물질의 생산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또, 뇌의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에 엔도르핀이 스며들면 즐거운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하지 않았나, 자극이 지속적이면 그 자극에 무뎌지듯 그 지점이 넘어서면 우리는 다시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것을 절대적인 러닝하이를 설명해 준다고 할 수는 없다. 인간의 신체적 화학반응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성취감과 내적 모티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흘린 땀의 보상으로 행복감과 만족감이 가슴 떨리 듯 밀려오는 것이 아닐까? 확실한 것은 장거리 달리기는 우울증도 완화해 준다라고 하는 연구 결과가 있다. 흐르는 땀과 성취감이 기쁨을 뿜어내 주는 것이다. 우울합니까? 불행한 것 같은세요?? 그럼 땀 흘리세요. 무념(無念), 무상(無想), 무전(無錢), 3무 정신으로 말입니다.


기도 중 터져 나오는 방언처럼 나도 러너스하이를 느껴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록 욕심을 버리고 3무(無) 정신으로 편안하게 너무 느리거나 빠르지 않게 달리다 보면 20~30분 달리는 지점에서 느낄 수 있다. 달리기 거리와 시간을 늘리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나에게 다가오게 된다. 러닝하이는 편안한 마음에서 온다고 한다. 경쟁을 하거나 기록 갱신에 욕심을 갖고 달릴 때는 오지 않는다. 진정으로 달리기를 편안하게 즐길 때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어찌 되었든 러닝하이는 잘 모르겠고 난 말이야.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그렇게 달리는 거야. 자유롭게 말이지. 스웩(Swag)!



*운동으로 발생되는 신경물질들:  도파민, 엔도르핀,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우울증 감소), 에피네프린, 엔도카나비노이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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