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으로 뛴다 잘 처묵어라-탄수화물 예찬
#밥심으로 뛴다 잘 처묵어라-탄수화물 예찬
탄수화물 듬뿍 담긴 음식은 우리 입맛을 상당히 즐겁게 한다. 더 나아가 기분까지 말이다.
도대체 왜?
우리는 쌀밥의 구수함과 밀가루의 달콤한 유혹에 매번 흔들리는가? 탄수화물은 기본적으로 포도당(C2 H12 O6)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포도당은 인간의 생명을 이어가는데 기본적인 에너지를 만들어 준다. 근육을 움직이는데 아주 기본적인 최소한의 에너지 요소이기도 하다. 우리는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오장육부가 공장처럼 돌아가고 남은 에너지를 근육에 전달하여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밥 먹듯 하다는 말처럼 우리는 음식을 본능에 의해서만 섭취하는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가 공기를 마시는지 모르고 삶을 영위하는 것처럼 말이다.
탄수화물을 쪼개고 쪼갠 최소 단위를 포도당이라고 한다. 포도에 많이 있다고 해서 포도당이라고 부른다. 포도당을 영어로 하면 있는 그냥 grape sugar이다. 포도당은 우리 몸에 에너지원으로 흡수되기 위한 최소 단위 조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즉시 사용되도록 준비되어 있어 근육이 필요할 때 바로 투입된다. 마치 5분 대기조처럼 말이다. 우리 몸은 두껍고 복잡한 탄수화물을 미리미리 분해하여 글리코겐이라는 이름으로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
어디에? 바로 우리 근육에 말이다. 그리고 근육에 저장하고 남은 것은 지방으로 변신시켜 장기 보관한다. 우리가 재테크라는 목적으로 시드머니를 은행에 차곡차곡 쌓듯! 생명의 위협을 받을지도 모르는 미래 어느 날을 대비하기 위해 몸도 차곡차곡 지방 재테크를 하는 것이다. 만약에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몸도 미래를 대비하는 현명한 본능을 갖고 있다. 그것이 바로 체지방 전환이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상황(극한 운동 등) 근육이 갑자기 "포도당 주세요!!"라고 외칠 때가 있다. 우리 몸이 극한의 에너지를 마구마구 소비될 때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갑자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때는 우리 몸도 대략 난감해진다. 그래서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과정을 거치기보다 애초에 포도당 자체를 우리 몸에 바로 집어넣어 즉석으로 근육에게 공급해 주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극한의 에너지가 필요할 때는 포도당을 공급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거리 사이클링이나 마라톤을 할 때는 편의점에 즉석 음식처럼 바로 에너지로 전환해서 사용할 수 있는 단당류, 즉 포도당이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포도당의 집합체인 에너지바나 파워젤(꿀과 같은 젤리 성분) 같은 것을 먹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기본적인 원료는 바로 단당류의 결정체 꿀(Honey)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운동하며 몸에 빠르게 에너지를 주기 위해서 달콤한 음료나 꿀과 같은 것을 마구 집어넣는 것이다. 과일도 최고의 에너지 보충제다. 운동할 때 먹는 파워젤은 꿀이 주성분으로써 땀으로 배출되어 부족한 염분이나 각종 미네랄을 보충해 준다. 그래서 극한의 장거리 운동이나 마라톤 하프(20km) 이상 달리기를 할 때는 중간중간 파워젤 등을 먹어주는 것은 어쩌면 필수다. 물론 나는 풀코스 때만 중간에 먹었다. 하프 이하의 달리기는 2시간 이내의 운동이므로 기본적으로 우리 몸에 저장되어 있는 에너지로 커버 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운동 시간과 강도가 들어가는 유산소 운동을 할 때는 사용한 만큼의 에너지를 마구마구 보충해 주어야 한다. 차가 멀리 달리기 위해 중간에 기름을 넣듯이 말이다.
우리 몸은 만약의 사태(음식 섭취를 못하는 극한 상태)를 대비하기 위해 평소 먹었던 음식을 근육 속에 저장해 놓는다고 말했다. *글리코겐이라는 포도당이 여러 개 뭉친 다당류 형태로 근육과 간에 모아두게 된다. 저장상태로 만들기 위해 단당류를 다당류로 만들어 버린다. 근육이 필요할 때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당류를 단당류로 분해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새벽 배송처럼 빠르게 신선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운동 중간중간에 우리 몸에 빠르게 흡수되고 사용될 수 있는 포도당 섭취는 반드시 필요하다. 극한의 상황에 가까워질수록 말이다.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에 나오는 개미처럼 먹을 것이 없는 겨울이 오기 전에 열심히 근육 속에 에너지를 저장해 놓는다. 장거리 사이클링이나 수영, 러닝 등 과한 운동을 할 때면 우리 몸에 저장해 놓은 글리코겐(다당류)까지 싹싹 사용하게 된다. 특히 장거리 사이클링(7시간 이상 라이딩) 할 때 제때에 먹을 것을 입에 넣어 주지 않으면 봉크(Bonk, 또는 Hitting the wall) 상태를 겪게 된다. 봉크란 우리 근육 속에 저장해 놓은 에너지까지 탈탈 털어 바닥까지 긁어 사용하여 더 이상 내 몸이 내 마음처럼 작동이 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극한의 에너지 고갈상태다. 이럴 때는 휴식과 함께 바로 에너지(포도당) 보충이 필요하다. 사이클의 장거리는 최소 200km부터 1,000km 이상의 거리를 장시간 달린다. 그래서 중간중간 음식을 넣어주지 않으면 몸이 멈추게 되는 것이다. 나는 서울 to 강릉 목표로 솔로 사이클링을 하다가 횡성에서 봉크를 맞았다. 미리미리 탄수화물을 저장해 놨어야 하는데 무지했던 것이다. 결국 탈탈 털려 시골 어느 농가 식당을 만나 겨울 평창을 지나 횡계까지 갔지만 결국 대관령을 넘지 못하고 DNF(Do not Finish)를 하고 말았다.
자동차가 기름이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듯 우리 몸에도 기름(음식)을 제 때 부어줘야 하는 것이다. 봉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먹어라! 미리미리 아끼지 말고 먹어야 한다. 극한의 장거리가 내 앞에 불뚝 솟아 있다면 말이다. 그래서 나는 마라톤 풀코스 중 30km 지점에서부터는 빠른 에너지 전달을 위해 파워젤을 미리미리 먹는다. 봉크와 에너지 방전을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보통 5시간 이내에 끝내는 풀코스 러닝과 달리 200km 장거리 사이클 라이딩(이상) 같은 경우는 기본적인 파워젤만 먹으며 무식사로 200km를 주파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근육 속에 탄수화물을 최대한 저장해 놓는 것이 필요한데, 이것을 **카보로딩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탄수화물 저장'인 것이다. 내 맘 속에 저장이 아닌 내 근섬유 속에 저장~이다. 그래서 대회 전부터 삼겹살, 피자, 햄버거 고열량 음식(3일 단백질식, 마지막 3일 탄수화물만)을 마구마구 먹고 대회 날 최소한의 파워젤과 물만 챙기고 무정차 장거리를 주파하며, 마지막까지 피니쉬 라인을 불사르는 것이다. 그리고 사이클은 러닝과 달리 음식을 먹으며 페달링 해도 크게 속이 부딪끼지 않는다. 그래서 음식을 먹으며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장거리 대회 중 피자를 먹으며 사이클링 하는 선수를 본 적이 있을 정도다. 마치 전투기에 공중 급유하 듯 말이다. 러닝은 이와 달리 음식을 먹고 뛰면 옆구리에서부터 스멀스멀 통증이 밀려온다. 그때부터 아픈 옆구리를 붙잡으며 페이스가 말리게 된다. 반면 사이클은 러닝과 달리 상체는 고정되고 하체만 움직이기 때문에 공중 급유가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운동 직후에 근육의 피로를 회복하고 근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달달한 탄수화물과 수분, 그리고 담백한 단백질을 우리 몸에 꾸준히 보급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과도한 열량 섭취 행위와 운동이라는 보험을 믿고 과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근육 내 저장을 넘어 체지방으로 전환되어 우리 몸속에 차곡차곡 저장됨을 주의해야 한다. 운동 후 리커버리(Recovery)에 도움을 주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음식이 있다. 토마토, 오이, 과일류 등이 대표적이다. 주로 수분, 미네랄, 비타민, 당분이 충분히 들어간 음식들이다. 필자가 극한의 ***랜 도너스 400km 대회와 서울-부산(무박)을 라이딩 중 마지막 지점에서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부산 목전에서 먹은 포도 한 송이 순삭 덕분이었다. 탄수화물은 과하게 섭취하면 체지방으로 보답하지만, 운동에 필요한 필수 연료이므로 적절하게 보충하고 꾸준히 섭취해 줘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쩜 탄수화물은 우리에게 양날의 검인 것이다.
탄수화물의 대표 주자로는 밀가루를 빼놓을 수 없다. 밀가루로 환생 한 놈들부터 언급해 보면, MSG 풍미 라면부터 설탕 버터 듬뿍 담긴 빵과 국수 등등이 있다. 여기에 갓 지은 흰쌀밥은 나의 모든 신경과 위장을 자극한다. 여기에 입안을 달달하게 만들어주는 달콤 가득한 음료들은 또한 우리의 입맛을 본능으로 치닿게 만든다. 달콤 당분들은 입에 닿는 순간 세포 간 시냅스를 통하여 뇌 속에 라이킷(하트)을 마구 날려 준다. 쌍따봉을 날리면서 말이다. 여름과 같이 덥고 극한 운동 후 복귀하는 동안 머릿속에는 냉장고 안에 있는 시원한 이온 음료와 과일들을 생각하며 마지막 결승선까지 나를 채찍질한다. 또, 극한의 고통을 이기며 주룩주룩 땀 흘린 후 마시는 시원한 얼음 맥주를 생각하며 그렇게 또 오늘도 달리고 달린다. 또, 달리기 위해 먹고 또 먹는다. 이러한 리사이클링이 현대인이 겪는 스트레스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데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여주는 행복한 통로가 아닌가? 본업이라는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서 나의 삶을 운동으로 다시 그리며 자연을 달리는 것이다. 나만이 느끼는 바람의 이야기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탄수화물 예찬을 쓰며 문득 떠오르는 말이 있다.
'여유는 잔고에서 오고 상냥함은 탄수화물과 당분에서 온다. '
자~ 이젠 상냥한 러너가 되자. 탄수화물 성애자로서 화물 운송 회사를 차린다면,
나는 회사명을 '탄수화물'로 짓겠노라~~ 나는 그만큼 탄수화물을 사랑한다.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바닷가에 모래알처럼 많을 것이다.
*글리코겐(glycogen) : 포도당(葡萄糖)으로 이루어진 다당류(多糖類)로써 동물의 근육세포와 간(肝)에서 에너지(energy) 저장 용도로 사용됨
**카보 로딩(carbo-loading) : 탄수화물 축적, 대회 1주일 전 3일은 단백질만 먹고 마지막 3일은 탄수화물만 먹으면 체내에 탄수화물만 먹으며 체내에 축적시키는 것. 단백질만 먹으면 처음에는 좋을 듯싶지만 금방 질리게 된다. 3일 동안 단백질 섭취로 인해 나머지 3일 동안 우리 몸은 간절히 탄수화물을 원하게 된다. 그때 섭취한 탄수화물은 우리 몸 구석구석 마구마구 축적된다. 이렇게 축적된 탄수화물은 대회날 불사르며 소모되는 것이다.
***랜 도너스: 200km~1,200km까지 외부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만으로 완주하는 자전거 대회(이벤트)이다. 최초 프랑스에서 시작되었으며 브레베라는 용어로도 사용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