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천 드러난 너덜너덜 런어웨이: 러닝화
운동을 시작하려면 나의 강력한 의지만큼 필요한 것이 장비다. 운동 장비가 필요 없는 운동도 있지만, 상당한 장비빨이 필요한 운동도 꽤 많다. 배드민턴의 라켓과 최고의 소모품 셔틀콕, 장비빨 하면 서러운 골프! 골프웨어부터 아이언세트 그리고 녹색 푸르름이 넘치는 컨트리클럽(cc) 회원권까지 말이다. 내 사랑 사이클(자전거) 또한 장비빨을 빼면 어디 가서 안 빠지는 운동이다. 운동은 함께 하면 더 재밌다고 하지 않은가? 그런데 남의 장비(떡)가 더 커 보인다고.. 자꾸 넘의 것을 보게 되면 기변에 대한 욕구가 무한 솟는다. 덕분에 나의 주머니는 점점 더 가벼워지게 된다. 가끔은 초심을 잃고 중복투자하는 이불킥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에 비해 달리기는 장비빨이 크게 필요 없는 운동이다. 그나마 장비빨이라고 우긴다면 운동화, 선글라스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운동화는 울통 불퉁한 땅 표면과 각종 장애물로 부터 발을 보호해 주고 운동화의 쿠션은 발목과 무릎을 상하지 않게 해주는 완충 역할을 해준다. 러너에게 중요한 신체부위는 바로 하체다. 이 하체가 체중을 버티고 중력이 끌어당기는 힘과 꿈쩍 안 하는 지면과의 싸움에서 아랫도리가 버틸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운동화의 큰 역할 중 하나다.
훌륭한 선수들에게 훌륭한 운동화는 미세한 경기력이 요구되는 0.001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좋은 운동화는 좋은 기록을 내는데 도움을 반드시 줄 테지만, 나 같은 아마추어 허접한 길거리 러너에게는 주머니 사정 내에서 내 발에 잘 맞아 주는 운동화를 장착하고 달려주면 그만이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는 나이키 운동화로 시작한다. 운동화가 하나뿐인 단벌 러너이기에 평상시뿐만 아니라 달릴 때도 이놈과 함께 한다. 이렇게 달리기를 시작하다 보니 누적거리가 1,000km 넘어섰을 무렵에는 밑창은 점점 자동차 슬릭타이어처럼 반들반들해지고 뒤꿈치 부분은 점점 본체에서 유체이탈을 시작했다. 발에는 아주 완벽하게 혼연일체화가 되어 세상에 어떠한 운동화보다도 나와 한 몸이었던 놈이었지만 이제는 보내줘야 할 때가 되었음을 인지하게 된다. 이제는 새 운동화를 적응해야 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나는 새 운동화를 신고 새로운 마음으로 달리기를 하면서 새 신발이 주는 기쁨도 잠시, 새 운동화가 덜 길들여진 망아지처럼 날 괴롭히면 안 될 텐데 하는 염려와 함께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힘차게 내디뎠다. 마일리지가 늘어가면서 서로서로 너와 내가 서로를 길들여지는 것을 느끼다 가끔 발바닥 한편이 불편하다 느끼면 네가 이기는지 내가 이기는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상대가 상대를 적응해 나가면 둘은 차츰 혼연일체가 되어 간다.
나는 달릴 때 운동화의 쿠션감을 느끼며 달리기가 시작되었음을 온몸에 알린다. 발바닥부터 무릎을 지나 7번 척추에 전달되는 느낌을 간절히 느끼며 달리기 모드에 돌입한다. 허리디스크로 인하여 나름 고생했던 터라 허리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달리는 것에 꽤나 신경을 쓰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발에 잘 맞는 운동화 그리고 쿠션감을 따지며 나름 예민하게 살핀다.
밑창 닳은 헌 운동화를 보내드리고 새 운동화를 신을 때는 살짝 쿵 긴장이 된다. 몇 번 뛰었는데 발가락과 발볼이 아프면 어쩌지? 등등 발에 길들여지기 전까지 노심초사다. 키에 비해 유독 발 볼이 넓고 큰 편이라 길이는 맞아도 발 볼이 아픈 경우가 꽤 많았다.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나이키 운동화 중 가성비 좋은 놈을 찾는다. 가끔 아웃렛이나 백화점 같은 곳에서 폭삯 할인 된 것을 좋아한다.
어차피 나 혼자 매일 솔로잉인 것 뭐 이쁘고 비싼 게 뭐에 필요한가 내 발에만 잘 맞고 편하면 될 터인데 물론 비싼 게 훨~씬 내 발바닥과 마음에 더 훌륭한 가치를 더해 주겠지만 말이다. 학창 시절 볼펜 심을 끝까지 다 쓰고 버릴 때의 뿌듯함처럼 너덜 운동화가 될 때까지 달리고 달려 밑창이 드러난 운동화를 하나씩 하나씩 인증하는 그 맛이 참 좋다. 그래도 장거리를 달리고 마일리지를 많이 쌓게 되면 역시 가볍고 쿠션 좋은 운동화과 최고다. 내 무릎과 발목은 소중하니까.
폭신한 우레탄 바닥은 무릎과 허리를 보호하고 하체의 피로감을 줄일 수 있지만 과학적으로 세밀하게 따지면 힘의 손실이 많다. 폭신한 쿠션만큼 내가 내딛는 힘이 바닥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이클 전용 클릿슈즈(신발) 같은 경우 신발 바닥이 아주 딱딱하다. 라이더가 내는 힘을 페달에 전달해야 하는데 그 힘이 온전히 전달되기 위해서는 바닥이 딱딱한 소재로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러닝화의 쿠션과는 반대로 사이클 슈즈는 딱딱해야 한다. 사이클 클릿슈즈에 쿠션이 있다면 쿠션이 눌리는 만큼의 힘이 푹신함 속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그대로 러닝화에 적용하면 딱딱해야 내가 내딛는 다리의 힘이 그대로 바닥에 전달되어 더 빠른 스피드로 달리 수 있다. 그런데 러닝화는 왜 딱딱하지 않을까? 잃어버리는 힘보다 쿠션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크기에 러닝화는 쿠션이 있는 것이다. 모두를 가질 수 없기에 그중 최선의 선택을 위해 러닝화가 있는 것이고 우레탄 바닥은 내 몸을 보호해 주는 대신 힘 손실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프로급 선수들이나 고민할까 말까 하는 정도이지 않을까?
러닝화는 달리기의 가장 직접적인 필수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발에 적합한 쿠션감이 좋은 러닝화를 찾아야 한다. 필자는 쿠션감과 거리가 먼 행사 떨이 싸구려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발목과 종아리를 혹사시켰다. 부상을 입고 서야 깨달은 해탈이었다. 쿠션 있는 운동화는 러닝에 필수요소이다. 특히 장거리는 더더욱 말이다. 발목, 종아리, 무릎, 허벅지, 골반까지 모든 곳에 부하를 1차적으로 잡아주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러너의 장비라면 선글라스도 빼놓을 수 없다. 뜨거운 햇살로부터 눈을 보호하는데 선글라스는 필수이다. 넓은 면적은 자위선으로부터 눈 주위의 피부도 보호해 주기에 벌건 대낮에는 반드시 착용하고 나간다. 눈을 보호하는 것도 있지만 가끔 날아다니는 벌레와 깔따구 날파리 떼들로부터 눈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선글라스는 훌륭한 방패가 된다. 멋스러움도 있지만 운동에 집중하고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선글라스를 잘 활용해야 한다. 멋은 덤이다.
내가 달리는 길은 한강으로 들어가는 하천변이다. 유역이 넓은 하천이어서 인지 자전거도로와 보행자가 도로 모두 공존한다. 자전거도로는 아스팔트로 되어있어서 불편하지 않게 달릴 수 있다. 나란히 길게 뻗은 보행자 도로는 녹색 우레탄 재질의 약간의 쿠션감이 살아 있는 재질로 포장되어 있다. 나는 완충 작용을 조금이라도 해주는 보행자도로로 달린다. 내 무릎과 허리에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 소중한 내 몸을 위한 쿠션감을 선택함도 있지만 자전거 도로로 달리는 러너도 참 많다. 물론 실제 마라톤에서는 아스팔트 차도로 달리기는 하지만 넓게 뻗은 길에 통제받아 달리는 곳과 달리 자전거 도로는 너무 좁고 위험하다.
십 수년간 자전거를 타다 보니 2열 또는 혼자서 달리는 러너로 인해 좁은 자전거도로는 더욱 위험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 위험을 알기에 난 보행자 도로로 달린다. 서로 덜 위험하기 때문이다. 걷는 사람을 요리조리 피하느라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안전이 최고이다. 러닝을 하다 보면 자전거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 자전거 평균 무게 평균 10여 kg, 라이더 50-70kg 중량으로 시속 25~35km 정도 속도로 만약 사고가 나면 크게 다칠 수 있다. 거기에 요즘 핫한 킥보드까지 자전거도로를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저전거도로로 뛰지 않는다. 가끔은 자전거와 반대로 역주행하며 달리는 분들을 있다. 난 그래서 폭신폭신하고 푸르른 우레탄 잔디 위를 마구 달린다. 우레탄 그린 카펫은 녹색처럼 안전하다. 그리고 내 하체를 지켜주는 필수템이다.
여러분도 저와 같이 그린 카펫으로 안전하게 달려 보아요.
#달리기 #러닝 #러닝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