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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레일 힐링 Oct 18. 2022

1월 Letter | 생각 관찰 기록지

01

오늘은 기운이 자꾸 빠진다. 이럴 때에는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한 가지씩 써보고 액션을 하는 수밖에 없다.


02

날씨가 꽤 쌀쌀하다. 날이 쌀쌀해지면 몸도 마음도 자연스레 움츠려 든다. 움츠려 드는 것을 보니 몸도 월동 준비를 하려나보다. 월동 준비가 끝나면, 오랜 시간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처럼 집에서 거의 꼼짝하지 않는다. 혼자 살 때는 그것이 가능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한 후에는 추워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친정 부모님의 잔소리도 소용없었는데, 아이들이 나를 움직이는구나. 아이들 덕에 귀차니즘은 탈출하게 되고, 엉덩이는 가벼워진다. 표정 없던 내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아이들은 참 위대하다.


03

돈을 들여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하고 있는 일, 힐러, 형이상학 공부에 대해서는 투자하고 싶고, 돈이 아깝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비용으로 스스로 해보고 싶은 것은? 영어, 데생, 디자인, 건강한 몸만들기, 필요한 음식 요리하기, 필요한 물품 만들어보기, 글 쓰기... 하나씩 차근히 해보기로 하자.


04

기운이 없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화도 나지 않는다.


05

9PM 동네 한 바퀴를 걸으며, Classic FM을 들었다. 들으며, 걷는데, 문득 자유롭게 느껴졌다.


06

걷는 것의 장점은 걷다 보면 많은 생각들이 바닥으로 내려와 가라앉고, 나의 생각의 뼈대만 남아, 더 이상은 쓸데없는 잔가지들에게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07

파친코 첫 장에 나오는 등장인물 훈이를 보면, 떠오르는 분이 있다. 그분의 선하고 해맑은 웃음이 떠오른다.


08

생각해 보면, 나는 오래전부터 계절의 변화에 몸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 같다. 추워지기 시작하면, 기분도, 몸도, 가라앉는다. 몸이 느끼면서 나는 늘 나 자신에게 괜찮다고만 했다. 몸의 반응을 인지하고, 조금씩 추위에 적응하도록 안내하기보다는 늘 나를 다그치다 보니, 내 몸은 더 지쳐가기도 했다. 올 겨울은 조금씩 나의 몸과 계절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길 바라며, 나를 도닥여 볼 생각이다.


09

7살 꼬마는 항상 나를 위해 무엇인가를 만들어 온다. 아침나절 함께 손잡고 등원을 하고, 하교하는 길에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든 무엇인가를 나에게 꼭 쥐어준다. 숲 어린이집을 다니던 다섯 살에는 나에게 꼭 도토리, 밤, 돌, 들꽃, 강아지풀을 하나씩 선물했다. 지금은 집 근처 유치원을 다니는데, 이제는 작은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엄마에게 선물한다. 세상에서 나를 이렇게 사랑해 주는 존재가 또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엄마 품을 떠나겠지만, 지금은 아이의 사랑을 듬뿍 받아보고 기뻐할 생각이다.


10

말투는 부드러운데, 말의 내용이나 사고방식, 행동은 선머슴 같아서 줄곧 남동생으로부터 형의 존재감이나 혹은 올케에게는 시누이보다는 시아주버님의 이미지를 갖고 살았다. 부모님에게도 줄곧 딸인데, 아들 같다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 보니 여성스러운 친정어머니와 여행 스타일 및 관심사가 다르고, 함께 가지고 하는 여행이나 짧은 나들이, 그리고 쇼핑 등은 항상 거절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조금씩 여기저기가 아프면서 엄마의 40대를 겪으면서 나도 모르게 몸도 마음도 어머니를 이해하기 시작하자, 어머니와 함께 조금씩 나들이를 가기 시작했다. 함께 간 여행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보니 내가 늘 상상하던 젊은 여성의 모습이 아니라 어느새 친정어머니는 정말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예전만큼 사진이 잘 나오지는 않는다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 어머니를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어머니가 가고 싶어 하는 산을 함께 오르며,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주거니 받고 하며, 산에 올라가 행복하다 해맑은 웃음을 보여주시는 어머니를 바라보니 나도 그저 행복할 뿐이다.


11

"엄마는 내 보물이야." 둘째 아이가 내게 외치는 소리이다. 아빠와 함께 장난치고 노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아직은 엄마를 찾는 7살 꼬마이다. 아빠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나는 우리 집에서 엄마, 아빠, 형아를 사랑해 주는 일을 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었을까? 아이의 맑은 목소리를 통해 듣는 언어의 나열들은 나의 하루를 감동으로 채워준다.


12

일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데, 피로함이 몰려올 때에는 작은 메모장을 꺼내어 든다. 지금 바로 할 일을 하나씩 적고, 하고 나면, 지워나간다. 물 한 컵 마시기, 영양제 먹기... 귀찮아서 너무 하기 싫었던 일들을 하기 직전에 하나씩 적고, 행동하고, 내가 무기력하거나 가라앉을 때, 혹은 피곤하지만, 일을 해야 할 때 줄곧 하는 작업이다. 그렇게 하나씩 하고 나면, 꽉 찬 하루가 되어있다.


13

잇몸에 염증이 생겼다. 잇몸 안이 염증으로 꽉 차서 한쪽 턱이 식빵이 되었다. 치과에서 결국 발치를 하고 나오니 살 것 같았다. 통증을 어떻게 2~3주간 참았을까? 나도 참 미련하다. 통증이 사라지니, 모든 것이 참으로 아름답게만 보인다.


14

30이 넘어 알던 동갑내기 친구와 최근 찐친이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것이 어려워 마음을 숨기고 살던 적이 많았는데,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속 마음을 터 놓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내가 못난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이 나를 떠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다행히 내 친구는 그런 면에서 참으로 건강한 편이었고, 서로 눈물 콧물을 내보이며, 속을 터 놓고, 서로의 성장을 빌어주는 친구가 되었다. 사람의 관계에서 항상 높낮이를 정해왔던 것은 나였던 것 같다. 내가 괜찮은 척하며,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풀면 그것이 나를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이제 그런 것 따위는 버리자! 나는 울고 싶을 때 울고, 웃고 싶을 때 웃을 거다.


15

아이들은 참 신기하다. 아이들이 물어오는 말들과 행동들은 나를 신나게 만든다. 아이들과 주고받는 말들 속에서 답답함을 느끼다가도 아이들의 진지한 표정에 웃음이 터진다. 14살 청린이나 6살 어린이나 매 한 가지이다.


16

신랑의 재잘거림이 좋다. 실내 사이클을 타며, 신랑은 나에게 재잘거리며 이야기한다. 현재 우리의 관계가 이상 無. 그래서 신랑은 더 재잘거린다. 그 모습이 참 예쁘다.


17

동네 빵집 사장님과 꽃집 사장님과 이야기하다 보면, 그분들 참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행복해 보이고, 밝아 보인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모두 비슷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그런 모습일까?


18

책을 선택할 때, 주로 작가 위주로 선택한다. 작가의 문체가 마음이 들면, 그리고 작가의 생각이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책들을 고루고루 빌려 읽어본다. 내가 그 작가인 척 그런 마음을 가져본다.


19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선택하는 우선순위는 1. 범죄 수사물  2. 연기파 배우들이 나오는 작품 위주로 골라서 본다. 몇 번을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20

일에 몰두할 때에는 사소한 것을 놓칠 때가 많다. 오늘은 잠깐 고개를 들어 거실 풍경을 보았다. 신랑이 선물해 준 시들어진 꽃, 마른 화분들, 먼지가 쌓인 책상... 모른 척할까? 청소를 할까?


21

"아빠! 나는 요즘 포켓몬과 관계가 생겼어." 7살 꼬마가 병설 유치원으로 옮기고 나서 전해준 말이다. 6살 중반까지는 발도르프 어린이집을 다녀서 전혀 포켓몬이나 만화 캐릭터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요즘은 아이가 새로운 것들을 접하며, 기뻐하고 있다. 어쩐지 신나 보인다.


22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나는 내 몸 관리가 참 안된다. 생각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내 몸의 여러 군데 상처가 나있다.


23

얼마 전 치통이 심했다. 눈물이 찔끔 나는데, 질문이 떠오른다. '너~ 이렇게 아픈데, 정말 네가 원하는 일 할 거야? 아픈데, 쉬어야지.' 그런데 바로 나 자신에게 대답했다. '응! 내가 원하는 일 할 거야. 아프면 병원 가면 돼.'


24

천사가 찾아왔다. 그토록 바랬던 일인데, 망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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