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고 있다.
걸음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진다.
언뜻 보면 쫓기는 듯 보이지만, 쫓기는 것이 아니다.
저 앞의 빛을 향해 뜀박질에 가까운 걸음으로 나아간다.
한참을 걸어도 그 한 줄기의 빛은 잡히지 않는다.
Why?
문득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한 줄기의 빛은 머리 위에서 내리쬐고 있었다.
빛의 터널이 앞에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몹시도 당황한 표정이다.
빛을 한참을 바라보자 그새 눈시울이 뜨겁다.
얼굴은 붉그스름하게 상기된다.
이내 미소가 번진다.
그 순간 오랫동안 머리에 씌어져 있던 투구는
탁! 하고 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