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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고 Aug 06. 2023

비망록 (5)

<이른 아침 고양이(놈)에 깨어나,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23년 8월 6일 태풍을 며칠 앞둔 약간 습한 이른 아침, 더위와 고양이가 잠을 깨워 누운 채로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어쩌면 진실은 진실보다는,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이 더 중요할 수도 있는 것]


조금 전, 페이스북의 어떤 어떤 계정을 차단했다.

팔로우한 적이 없는데도 언젠가부터 내 타임라인에 뜨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페이스북 추천인가 싶어 게시물을 가리거나 적게보기를 선택해도 이게 계속해서 뜨는 거라…

아무튼 그 계정은 순간순간 유행하는 가십, 밈, 이슈 관련 아티클을 퍼 나르며 링크된 페이지에 광고를 붙여 이득을 챙기는 일종의 유사언론 중에서도 하위계열(?) 뭐 그런 계정이었다.

근데 이게 참 요망한 게, 별 것도 아닌 내용에 제목을 그럴듯하게 붙이거나, 뭔가 있을 것만 같은 부연 설명들을 붙여서 링크를 클릭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보니 심심풀이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그 호객행위에 넘어가기도 했다.

그런데 그 계정에서 퍼 나르는 내용들 중에는 알거나 몰라도 별 상관없는 시시콜콜한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민감한 이슈에 대해 편향적으로 현혹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여 그동안 몇 번이나 게시물을 차단해 봤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나타나고 해서 그냥 방치했었다.

근데 나도 참 바보같은 게.. 생각해 보니 게시물만 차단할게 아니라 계정 본 페이지로 가서 계정을 차단했으면 될 게 아니었던가;;  

그래서 조금 전에 그런 식으로 차단했는데…

사실 이렇게 일일이 계정 쫓아다니며 차단하고 그러는 거, 나에게는 꽤나 귀찮게 느껴지는 일이지만, 애써 다시 한번 차단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주호민 씨’ 관련 기사를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를 정도로 제공을 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주호민 씨가 행한 행위에 대해서 할 말은 없다.

이런 류의 사건에 대해서는 개인적 소견은 물론 갖고 있지만, 어떤 판단을 내리는 건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단지 나는 지금과 같이 이익을 위해 뉴스를 마구잡이로 퍼 나르는, 혹은 의도적으로 선택을 유도하도록 설계되어 있을지도 모를, 더 나아가 대중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의도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를... 이러한 매체들이 사건들을 다루는 방식이 불쾌하다.

발생한 모든 사건의 진실은 언제나 저 이데아의 세계에 고스란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이데아적 진실은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누가 더 많이 믿는가, 어떤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더 지지하는가에 따라 진실이 거기에서부터 ‘규정’되곤 한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귀납적으로 단서들이 모여 진실이 밝혀지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선제적으로 규정된 진실이 자신에게 맞는 단서를 찾아다니는 형국이 되는 상황이 흔하다.

주호민 씨에 관련된 것들만 해도 그렇다.

조금 전 이 계정이 올린 아티클의 제목을 보고 나서, 반드시 여기를 차단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는데 그 제목은 ‘놀이공원에서 주호민 씨 가족 목격담”이라고 적고, 사람들의 클릭을 유도하더라.

안타깝게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정보를 퍼 나르는 곳들은 여기 말고도 페이스북의 다른 계정들, 유튜브에서도 차고 넘친다.

실제 사건은 주호민 씨의 가족, 그리고 관련된 교사와 학교 사이에서 발생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도덕적으로 또는 그 이상으로 누가 더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권한은 어느새 그들의 몫이 아니다.

모든 당사자들은 사회가, 여론이 차려 놓은 밥상 위에 밥과 반찬이 되어주면 그만인 것이다.

물론 사회에 관해 개인의 판단, 진실을 가려내는 능력, 그리고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에 앞서 내 앞에 펼쳐지고 내가 취득한 정보들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되어 나에게 접근했는지, 그러한 정보를 흘려주는 매체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유도하고 있는지도 한 번씩은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수집된 단서로부터 진실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선험적으로 또는 의도적으로 규정된 진실로부터 그 모양에 맞는 퍼즐조각만 집요히 찾아다니는 사냥개처럼 행위하는...

마치 어떤 나라에 존재하는 일국의 수사기관처럼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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