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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풍습

을사년 정월대보름 달집 태우기

by 박언서 Feb 13. 2025

 정월대보름은 우리나라 세시 명절이다.

 우리나라는 양력과 음력을 병행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설이나 추석 등 고유 명절은 음력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중 정월대보름은 농사의 풍년과 안영을 기원하는 날이다. 또한 풍습으로는 지신밟기, 쥐불놀이를 하고 오곡밥에 나물 반찬 그리고 부럼 깨기 등이 있다.

 그리고 정월대보름은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기도 하다.

 예전부터 정월대보름이 지나면 농사철이 시작된다고 여겼다. 그래서 바쁜 농사철이 시작되기 전에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 소원일 빌고 평안을 기원하는 제사도 올리고 오곡밥에 다양한 나물 반찬을 나눠 먹어가며 풍물도 치고 윷놀이도 하며 한바탕 신나는 놀이마당을 펼치기도 했다. 

 예전에는 정월대보름날은 개를 굶겼고 한다. 

 정월대보름에 개에게 먹이를 주면 파리가 들끓어 개가 야위게 된다는 속설 때문에 굶겼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개는 굶겼지만 사람은 밥을 아홉 번 먹는 한다고 해서 동네를 돌아다녀가며 밥도 훔쳐먹고 쥐불놀이 불깡통을 돌려가며 밤을 보낸 기억이 있다. 그 시절 아무리 먹고살기가 어려웠어도 대보름날이 되면 집집마다 동네 아이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부엌 솥단지에 오곡밥 한 사발과 나물 반찬을 넣어 놓기도 했었다.

 불깡통 놀이는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우선 산에 가서 소나무 관솔을 많이 준비하고 빈 깡통을 구해야 한다. 옛날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먹고살기 어려워 빈 깡통 하나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요즘에는 각종 식품이 통조림으로 만들어져 깡통이 흔한 세상이지만 예전에는 꽁치나 고등어 통조림 깡통 밖에 없던 시절이기도 하지만 고급 음식이기 때문에 그마저도 흔하지 않았다.

 우리 집은 가게를 했다.

 덕분에 통조림 깡통을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불깡통을 돌이려면 정월대보름 한 두 달 전부터 깡통을 준비하고 구멍을 뚫고 철사를 구해서 끈을 매야 한다. 그다음에는 톱이나 자귀를 가지고 산에 가서 소나무 관솔을 따야 했다. 관솔은 나이테 중간 부분에 송진이 뭉쳐 있어 불을 붙이면 검은 그름이 나오지만 송진 때문에 불이 오래가고 잘 붙는다.

 불깡통을 빙빙 돌리면 불꽃이 장관이다.

 동네 꼬맹이들은 하루 종일 형들 꽁무니를 졸랑졸랑 따라다니고 풍습을 배우며 온갖 불장난 등 재미에 빠져 얼굴에 숯검정이 묻어도 창피함이나 더럽다는 생각이 없다. 물론 그 시절에는 라이터도 없었고 성냥도 귀하였다. 성냥도 통성냥은 집에서 사용하고 각성냥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나 가지고 다녔다. 더구나 아이들이 성냥을 가지고 다닐 수가 없어 통성냥에서 성냥골 몇 개비와 마찰할 수 있는 종이를 조금 찢어 주머니 속에 감추었다가 사용했다.

 정월대보름에는 연을 만들어 날리기도 했다.

 연은 대부분 가오리연이나 방패연을 만들었다. 가오리연은 종이와 대나무가 적게 들어 손쉽게 만들 수 있지만 방패연은 커서 문종이와 대나무가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방패연을 만들려면 대나무로 만든 비닐 우산살이 아주 좋았지만 그 또한 구하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문종이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으면 커다란 달력 종이를 이용해서 연을 만들었다. 또한 문종이로 만든 연은 가벼워서 잘 날았지만 달력으로 만든 연은 무거워서 잘 날지 않았다. 그 대신에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는 가벼운 연보다 문종이 연이 무거워서 더 좋다.

 정월대보름날에는 어른들보다 아이들 놀이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어른들은 풍물을 치거나 윷놀이와 오곡밥을 나누어 먹는 것이 전부였다. 그중 윷놀이는 마을 회관이나 햇볕이 잘 드는 양지쪽  마당에 멍석을 깔아 놓고 편을 갈라서 놀거나 개인별로 놀았다. 물론 윷놀이에는 막걸리가 빠질 수 없었고 안주로는 동태찌개 먹었다. 그 시절에는 동태가 흔한 생선이며 가격 또한 저렴해서 집집마다 정월대보름에는 무를 넣고 얼큰한 동태찌개를 끓여 먹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월대보름이 아이들에게는 걱정이 없어 좋았을지 몰라도 어른들은 농사철이 시작되니 무작정 좋을 수 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농사일이 시작되기 전에 맛난 음식을 나누며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속으로 위안을 삼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정월대보름 풍습이 젊은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생소할지 몰라도 예전부터 내려오는 풍습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 깊은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 맥이 끊기지 않도록 영원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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