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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고 지는 순간

삶을 돌아보다

by 은빛지원 Feb 21. 2025

 오늘의 필사

최영미 시,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나는 언제 꽃을 피웠을까?

꽃이 피는 것은 힘들지만, 지는 것은 한순간.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씨앗이 발아되어 새싹이 돋아나고, 햇빛과 바람, 비를 맞으며 자양분을 받아 꽃을 피운다. 하지만 그 순간은 너무도 짧고, 때론 아쉽고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식집사이다. 많은 꽃들을 키우고 정성을 들여 꽃을 기다린다.  아쉽게도 하루만 피었다 지는 꽃들도 있다. 기쁨을 주고 시들어 가는 꽃들을 보면 내 삶도 이 모습 이겠구나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


우리도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 정성을 다해 자라고,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듯 살아냈다.

그러나 결국 꽃이 지고 시들어가듯 우리 삶도 그렇게 사그라든다. 슬플 것도 , 억울할 것도 없다.  죽음 또 한 삶의 일부이니까~~ 얼마 전 출간 기념 일에 쓸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으며 이 사진이 나의 영정 사진으로  쓸 수도 있겠구나 생각을 해보았다.  시를 필사하고 꽃이 진다고 하니 엉뚱하게 삼천포로 빠지고 있다.


요즘 주변을 돌아보면, 부모님 세대가 거의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병석에 있거나 요양병원에서 쓸쓸히 지는 모습을 보면 나의 미래가 중첩되어 떠오르기도 한다. 한 세대가 저물고, 이제 다음은 우리의 차례. 꽃이 지는 데는 순서가 없지만,  순리대로 언젠가는 그 순간은  오게 되어있는 것이다.

고 이어령 교수의 "마지막 수업"을 책을  떠올린다. 그는 암을 맞이하며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의 순리를 받아들였다. 두려움보다 삶의 한 부분으로 담담히 맞이하는 태도, 과연 나는 어떤 모습으로 마지막을 마주하게 될까?

브런치 글 이미지 1

 오늘 최영미  선운사 시를 읽으며 사랑도, 관계도, 감정도 피었다가 지는 꽃과 같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어느 순간 아름답게 피어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흔적 없이 사라진다. 이별의 순간, 떠나간 이를 붙잡기보다 멀리서 웃어줄 수 있는 성숙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에서  이야기한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은 순간이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가는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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