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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을 향한 용기

내 삶의 두 갈래길에서

by 은빛지원 Mar 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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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노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어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

한참을 서서 길 하나가 수풀 속으로 굽어 사라진 데까지

멀리멀리 한참 서서 바라보았지


그러고는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어

풀도 우거지고 인적이 드물어

아마도 더 끌렸던 거겠지

그 길을 지나면 그 길도 거의 같아질 테지만


그래도 그날 아침 두 길 모두

낙엽밟은 자취가 없었지

아, 나는 또 다른 날을 위해 다른 한길을 남겨 두었어

하지만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

나더 되돌아올 수 없음을 알았지


먼 훗날 나는 어디에선가

이렇게 말하겠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나 있었다고


먼 훗날 나는 어디에선가

이렇게 말하겠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나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선택했다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쉬고 싶은 나에게

노란 숲 속에서 두 갈래 길 앞에 선 화자가, 지금의 나와 꼭 닮아 있었다.

나는 지금, 13년 동안 정성껏 운영해 온 반찬 가게를 정리하려 한다.

이미 마음은 굳혔지만, 막상 손에 쥔 것들을 놓으려니 쉽지 않다.

그동안 쌓아온 시간, 손님들과의 인연, 내 삶의 일부분처럼 스며든 가게를 떠나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감정을 건드린다. 한편으론, 정말 쉬고 싶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쳤다. 시골로 내려가 화초를 가꾸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소박하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진다.


하지만 두려움도 있다. 지금 그만두면 노후는 어떻게 하지? 이대로 조금만 더 버티면 더 안정되지 않을까?

두 갈래 길 앞에서 자꾸만 망설여진다. 그러다 시 속 한 구절이 마음을 툭 건드렸다.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 나는 되돌아올 수 없음을 알았지. 그래, 되돌아갈 수는 없다는 걸 안다.

삶은 결국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진다. 그래서 더는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내 마음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면, 그게 나에게 맞는 길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고군분투하던 시간을 내려놓고 싶다. 전쟁처럼 살아왔던 삶을 마감하고, 이제는 나를 돌보며 살아가고 싶다.


그러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나처럼 오랜 고민 끝에 길 앞에 멈춰 선 너에게 말해주고 싶다. 마음  속으로 자꾸 그려지는 그 길, 어쩌면 이미 너의 발걸음은 그쪽으로 향하고 있을지도 몰라. 망설이고 걱정하며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면, 사실은 마음이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믿는다. 끝이 보이지 않아도, 그 길을 향한 간절함과 용기가결국 나를, 우리를, 우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데려다줄 거라고. 지금 내가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그 소박한 풍경, 그것이 바로 나만의 ‘가지 않은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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