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에세이에 적은 모든 기간 동안 그녀를 알고 있었던 사람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냐는 물음에 별다른 고민 없이 그녀의 이름을 말하는 사람
나는 그렇게나 그녀의 최측근인데 이 글을 보고 처음으로 제대로 그녀가 어떤 상태였는지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이 글을 읽는 내내 나를 부끄럽게 하고 반성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지하 몇 층인지는 말해주어도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정확하게 말해주지는 않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말하기 싫은가 보다 지레짐작하고 더 물어보지 않는 소심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그녀의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생겼을 때마다 어떤 생각들이 그녀를 잠식했고, 어떤 생각들로 그것을 벗어나게 됐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 글을 읽기 전까지는. 그냥 물어볼걸.
그 긴 시간 동안 그녀 옆에서 그냥 있기만 할 뿐 그녀를 진심으로 먼저 안아준 적이 없었던 거 같아 미안한 마음에 글을 읽는 내내 눈물이 났다. 그녀의 괜찮다는 말을 괜찮다로 받아들인 나의 어리석은 시절이 후회되고 미안했다.
그녀는 외유내강 그 자체인 사람이다. 여리고 따뜻할 것만 같은 모습에 어딘가 단단한 힘이 느껴지는 사람. 그래서 더 매력적 이어 보인다고 생각을 했었다. 반전 매력이 원래 가장 멋있으니깐.
그녀와 가까워지기 시작한 건 그녀의 열아홉 첫 번째 터닝포인트부터였기 때문에, 나는 그녀를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멋진 사람이라고 항상 생각했었다. 뭐든 최선을 다하고, 언제나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 심지어 그녀에게 '아프지 않았으면 너는 진짜 리얼 원더우먼이었을 거야'라고 말하기까지 했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들이 지상에 올라오기 위한 그녀 나름의 방식이었다는 걸 나는 잘 알지 못했었다. 나는 정말 그녀와 친한 것이 맞나.
36살에 아프기 시작한 우리 오빠도 지상에 올라오기까지 굉장히 힘들어했다. 그런데 그녀는 19살에 이미 지하에서 바로 10층, 15층으로 점프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다음엔 바닥이 어딘지는 몰라도, 더 깊게 내려갈수록 더 높이 뛰어오르는 사람. 그 도약을 위한 준비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고 쓸쓸한지 이 글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그녀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고 빛나고 멋진 사람이라는 믿음도 생겼다.
심장이 약하게 뛰어 창백한 얼굴에서, 잠을 며칠을 못 잔 얼굴에서도, 마음이 지옥에 있을 때의 얼굴에서도 그녀는 뭔가 반짝반짝하는 게 있었다. 사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엄청나게 안쓰럽게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이 글을 통해 그 반짝임이 무엇 때문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상대를 위한 배려심에 자신의 모든 얘기를 하지 않는 그녀의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어서 너무 좋았다. 퇴사를 하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생겨서 정말 좋다.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매체로는 대화에만 있는 게 아니였구나. 너는 글을 통해서, 나는 말로 서로 계속 더 알아가자. 글을 쓰기로 결심해줘서 고마워 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