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가치를 찾아낸 딸에게

by 오 지영

얼마나 힘들었을까. 곁에서 같이 겪었음에도 지나 온 날들을 이렇게 담담하게 담을 수 있다니. 고스란히 네 몫이었던 시간들이 더 아리게 다가온다.


그렇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 어려서부터 온순한 편이었던 우리 지롱(집에서 부르는 애칭)은 열이 39도 가까이 오르고 편도가 벌겋게 붓도록 염증이 있는데도 아프다 말을 하지 않고 참던 아이였다. 엄마가 둔감했던 건가 싶기도 하고.


그날도 쇼핑을 하던 중 토할 것 같다며 주저앉은 널 데리고 집에 오면서 그것이 이렇게 오래도록 널 힘들게 할 줄은 상상도 못 했지.


고2 여름으로 들어 설 즈음. 사십 도가 웃도는 열이 잡히질 않아 입원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 가뜩이나 창백한 아이의 몸에서 혈액을 일곱 개 씩이나 아침저녁으로 뽑아가고 백혈병 소견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아뜩함. 사십여 일이 지나 열이 떨어지고 결국 '불명열'로 판명되고 퇴원. 3년 후 다시 발병하고 장기입원에 결국 한 학기를 쉬게 되고 얻은 소득은 '다카야수 대동맥염'이라는 병명이었다. 면역질환으로 염증이 어디에서 생길지 모르고 다리를 절뚝이며 집에 돌아오는 일도 허다했고 어깨가 안 움직여질 때도 있었고 눈이 안 보일 때도 있었고. 참 많이 아팠고 참 많이 울었고 참 많이 힘든 시간들이었다. 엄마 친구들이 "아프다더니 얼굴 좋아졌네"하는 말에 속상해하며 울던 일. 스테로이드제 부작용으로 겪던 문페이스의 시간들을 눈물을 쏟으며 감내하던 시간 속에 그 어떤 위로도 위로로 다가오지 않았음을 짐작해 본다. 다만 할 수 있었던 것은 기도뿐.


네가 좋아한다던 말. 네가 다시 용기를 내어 살 수 있게 잡아준 말'오롯이'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을 곱씹으며 오롯이 견딜 수밖에 없었던 시간과 때론 지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가치를 찾아낸 성숙해 버린 딸에게 눈물 어린 찬사를 보낸다.


딸아,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었고 이어지는 날들도 너를 응원하며 함께 할거야. 살아지는 모든 시간들을 기대하며.


성공이란 무엇일까?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이 아닌 아직 진행형이지만 아픔을 딛고 삶으로 들어와 있는 너에게 나보다 더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사랑해, 나의 딸 지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