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이유 없이 다리가 아프다. 요즘은 발에도 통증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 부분이 더 조여와 숨쉬기가 어렵다. 목에 손을 가져다 대면 열감이 느껴진다. 이 모든 것 때문에 잃은 것이 있다. 바로 잠이다.
불면의 이유를 모두 병에서 찾을 수는 없지만 아플 때는 잠에 드는 게 쉽지 않으니 어느 정도는 이유라 할 수 있다. 나는 자주 뒤척였고 모두 잠에든 시간에 홀로 깨어 있었다. 불면을 겪어본 사람과 겪지 못한 사람은 잠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다를 수밖에 없다. 삶에서 잠이 얼마나 중요한지, 머리를 대자마자 잠에 드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아마 모를 테니까.
수면유도제와 수면제를 달고 살았던 시기가 있었다. 아, 면세점에서 대량 구매해오던 멜라토닌도. 무엇이든 먹어야 잠에 들 수 있던 때였다. 물론 약을 먹지 않으려 힘든 운동부터 반신욕, 불면에 좋다는 모든 것들을 해봤다. 친구들이 보내준 유튜브 영상의 물 위의 카누 타기도 해 봤다. 두 눈을 감고, 온 몸에 힘을 빼고 내가 지금 카누를 타고 있다는 상상을 하는 것인데, 그냥 몇 시간 내내 카누만 타고 잠에 들지는 못했다. 그 모든 것을 다 해도 결국 늦은 새벽에 나는 또 약통을 열 수밖에 없었다.
내성이라는 것이 신기하게도 처음엔 멜라토닌이나 유도제만으로도 잠이 오다 불면이 몇 년째 지속되자 수면제 아니면 잠에 들지 못했다. 반알씩 나눠먹던 수면제는 나중에는 한알 반을 먹어야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렇게 지내다 우연히 내가 먹고 있는 종류의 수면제에 대한 다큐를 보았다. 사람을 좀먹는 약이 있다면 이것이구나. 수면제를 오래 복용한 사람들은 밤 새 일어나는 일들을 기억하지 못했다. 음식을 먹기도, TV를 보기도, 심지어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다음날 PD가 물어보자 기억에 없다 했다. 무서웠다. 나도 수면제를 계속 먹는다면 저렇게 되는 것일까. 내 미래의 모습을 엿보고 온 것 같았다.
그 뒤로 나는 수면제를 줄였다. 밤을 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잘 먹지 않았다. 음악 듣기, 책 읽기, 유튜브 보기, 친구들과의 대화 곱씹기, 옛날 사진 보기 등 밤에 나 혼자 하는 놀이가 점점 더 늘어났음에도 먹지 않았다. 다음날 회사에 나가 없는 정신으로 일을 하다 실수를 해도 먹지 않았다.
지금은 수면제를 먹지 않는다. 그렇다고 좋은 질의 수면을 취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조금이라도 지금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하는 노력이다. 물론 이 방법이 옳다고 할 수 없지만 수면제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다시 빠져나가기 어려운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앞으로의 나의 삶은 어떨까. 또 지하 100층에 내려갈 수도, 아무 말 없이 훌쩍이며 설렁탕을 먹고 있을 수도 있다. 아파서 가려고 했던 약속을 취소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할지도 모르고, 아니면 약속을 지키려 최대한 괜찮은 가면을 쓰고 하루를 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게는 이 모든 것을 버틸 힘이 있다는 것을, 이 모든 모습이 나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