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준혁이 한창 투수 연습 중이던 1월말에 지저스팀 연습 경기가 잡혔다. 아침 7시 경기였는데 영하 11도의 몹시 추운 날씨였다. 새벽 서리가 야구장 인조잔디를 얇은 빙판으로 만들었다. 준혁은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갔다. 날씨가 추워 몸이 굳어서 그런지 공이 생각만큼 빠르진 못했다. 그렇다고 안타를 많이 맞지도 점수를 많이 주지도 않았다. 데뷔전 때보다는 나았지만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인상적인 투구는 하지 못했다.
한달 넘게 강훈련을 했지만 아직 내재화가 덜 된 것 같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시간이 더 필요할 듯했다. 하지만 경기를 통해 어떤 자세가 잘 안 되는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알 것 같았다.
경기 후 아침 식사를 하러 순댓국 집으로 갔다. 강추위에 2시간 넘게 떨다가 뜨끈한 순댓국이 들어가자 온기가 온몸을 타고 돌아 짜릿했다.
“근데, 오늘 거의 직구만 던지는 것 같던데, 변화구는 일부러 안 던진 거야?” 감독이 물었다.
“네, 직구만 던졌습니다. 전 힘있게 뻗어 나가는 직구가 더 좋던데요.”
“사회인 야구에서 직구 하나만 가지고 힘들텐데 변화구도 연습해봐. 변화구 하나 제대로 익히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데. 너클볼 같은 거 말이야.”
사회인야구에서 그런 마구(魔球)를 던진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선수들은 왁자지껄 웃었다. 준혁은 가벼운 말대꾸 대신 놀람과 진지함 사이의 예매한 표정으로 숟가락만 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