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역시 읽지도 못한 지적허영의 허물 같은 책들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주기 위해 간다
도서관은 집 다음으로 많이 가는 곳이다. 주중에 4일 정도만 강도 높은 아르바이트를 하고는
주말은 대체로 도서관에 있는 편이다.
책을 반납하고 푹신한 소파가 있는 자리를 둘러보았으나
사람들이 이미 다 자리에 앙증맞은 새들처럼 앉아 책을 들고 있다.
딱딱한 자리에 앉아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펴본다 이 책은 다음 독서모임의 책으로 선정된 책이라
미리 읽어 두어야 하는 것이다. 700페이지가 넘는 책인데 큰 사건이나 뭔가가 없다 도서관
벽 풋풋한 학생시절의 기억 기타 등등 옷과 주변 풍경과 재즈와 음악과 요리 이런 사소한 일상이야기가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가가 되면 이렇게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특별한 게 없이도
끊임없이 기계적으로 쓸 수 있는 왜 사람도 그런 사람이 있지 않은가 나처럼 한두 시간 동안 먼저 절대
말 한마디조차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는 반면에 어떤 이는 진짜 사소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끊임없이
대화가 끊기지 않게 하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보다 보니 꽤나 잘 읽힌다
너무 일상적인 일기 같은 내용이라 술술 속도를 내서 읽기도 해 본다. 그러다 약간은 배가 고파
오랜만에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매점에서 사서 천천히 먹고는 주변 산책을 해본다.
무슨 나무인지 모르겠다 수관이 용처럼 휘어진 상록수들 옆으로 일자로 쭉 뻗은 나무들이 있다
5미터 이상 되어 보인다 그 끝의 가지에 새집이 지어진 게 보였다 주변을 휘 둘러보니 여러 개가 보인다
갑자기 tv에서 보았던 새가 가지를 하나하나 물어다가 날라서 집을 짓던 모습을 보니 그 정성과 노력에
대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새 부리가 이미지화되어 떠오른다
"손도 발도 없는데 물론 날개는 있지만 부리로만 가지를 물어다가 짓다니 "
생각하고는 내 입술을 만져본다 이 입술로 무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그저 음식 먹을 때나 쓰거나 쓸데없는 말이나 할 때 쓰거나 쓰겠지 내가 만약 입밖에 없다면 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고양이 한 두 마리가 나를 따라온다 사람손을 많이 탄 모양이다
뭐라도 줄게 있나 싶지만 가진 게 없었다 새들 고양이들 전부 다치거나 천적에게 공격당하면 그 자체로
생존이 불가할 정도로 위험한 것이다 그 몸 하나만 가지고 한 번뿐인 몸을 잘 지켜야 하는 것이다
사람은 가족 친구 건강보험 119 112 친척 도움을 요청할 곳이 많다 그럼에도 항상 두려워서 무언가가
두려워서 끊임없이 불안하고 돈을 쌓아두려 하고 노후를 걱정하고 끊임없이 쓸데없는 일로 시달린다
까치가 긴 꼬리를 자랑하며 땅속에서 벌레들을 찾으며 부리로 뒤적이고 있다.
고양이는 날은 차지만 밝은 해가 드는 곳에서 볕을 쬐고 있다
갑자기 오래전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난다 할머니도 항상 볕을 쬐며 손으로는 무언가를 하며
웃고 계셨다 걱정 없는 고양이처럼